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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미친' 골프공, 제조사는 한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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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미국의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에서 판매중인 저가 골프공이 예상치 못한 인기속에 매진사태가 벌어지면서 미국 골퍼들 사이에서 ‘득템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에서 올라온 경매가격이 코스트코 최초 판매가격의 4배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10월 ‘커크랜드(kirkland)'라는 PB(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12개짜리 1박스(dozen·더즌)를 2개 단위로 묶어 2더즌에 29.99달러에 판매를 시작했다. 이 공은 그러나 시판과 동시에 골퍼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순식간에 품절사태가 벌어졌다.

비거리가 상당할 뿐 아니라 정교한 컨트롤 샷으로 그린에서 정교한 제어가 가능하고, 타구감이 부드럽다는 전문가들의 평판까지 사용기까지 올라오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온라인 골프커뮤니티에서는 이 공을 쪼개 재질과 구조를 분석한 글을 올렸고, 무려 5000개가 넘는 댓글까지 달릴 정도로 이슈가 됐다.

PGA 대회에서 공식 사용될 정도로 품질이 탁월한 커크랜드의 4피스 우레탄 골프공은 아마추어 골퍼는 물론 PGA 투어에 참가하는 프로골퍼들 사이에도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급기야 이 공을 미리 확보한 개인들이 이베이를 통해 경매방식으로 판매에 나서자 입찰이 쇄도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22일(현지시간) 이베이에 올라온 커크랜드 골프공 1박스의 경매에 29명이 입찰에 참가하면서 최초 경매가격 15달러의 3.5배인 53달러까지 올랐다. 12개 들이 한 박스에 코스트코 판매가격의 4배가 넘는 65달러를 제시한 ‘간 큰’ 판매자들도 볼 수 있다. 할인점에 PB상품으로 팔리던 골프공이 최고급 골프공의 대명사인 타이틀리스트 ‘Pro V1’ 1박스의 판매가격인 39.99달러보다 30~50% 비싸게 팔리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커크랜드 골프공의 돌풍이 산업 전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퍼셉션 킬러(perception killer)’라고 분석했다. 골프산업에 전혀 관심이 없고 생산장비는 물론 단 한 명의 전문가조차 갖고 있지 않는 코스트코가 단 한 번의 킬러 제품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골프공의 제조사는 놀랍게도 한국 낫소다. 1969년 설립된 45년 전통의 낫소는 이미 테일러메이드에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컬러볼을 자체 브랜드로 선보이며 자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WSJ은 커크래드 골프공이 초기에는 품질로 인기를 모았지만 2개월간 품절사태가 이어진 지금은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며 이같은 공급부족 상황이 언제 해소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낫소와 낫소의 최대거래처인 테일러메이드 모두 예상치 못한 ‘시장 상황’에 불편해 하고 있으며, 낫소 역시 코스트코에 골프공을 판매한 중간 유통회사에 다시는 대량의 물량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WSJ는 전했다. 테일러메이드는 커크랜드 공의 인기에 대한 WSJ의 입장 표명 요청에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WSJ는 골퍼들 사이에서는 커크랜드 공을 언제쯤 다시 코스트코 매장 선반에서 볼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하다며 이 공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끝) /sgle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