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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2016년 한화가 거둔 의문의 1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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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생활경제부 기자) “의문의 1승”

작년 한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다. 한화는 튀지 않았다. 그냥 모든 게 맞아 떨어지며 보이지 않는 승자의 길을 걸었다. 우주의 기운이 한화에 몰릴 정도는 아니지만.

<승마 리스크는 없다>

우선 ‘승마 리스크’로 벗어난 것은 행운이었다. 한화는 2014년 삼성으로부터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원 삼성탈레스를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에 넘겼다. 왜 그랬는지는 분명치 않았다.

행운이었다. 승마협회를 넘겨받은 삼성은 오너 일가가 감옥의 문앞에 서 있는 상황에 내몰렸다. 한화는 최순실의 마수가 뻗치기 직전 빠져나온 셈이다.

<7명의 대통령을 거친 김승연>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 특사 때 사면을 받지 못했다. 내부에서는 탄식이 나왔다. 국내 경영도 그렇지만 해외가 문제였다.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할때 간혹 회장의 신분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화 자체의 신뢰도로 해결했다.

지나고보니 이마저 운이었다. 미르와 K재단에 낸 돈은 대가성이 없었음을 간접 증명하는 것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한화가 최순실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중 하나가 김 회장의 감각이라고 한화 사람들은 말한다. 김 회장 스스로도 이런 말은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내가 어느새 대통령을 7명이나 겪었다.” 권력을 활용해 무슨일을 했을때 그것이 가져올 후폭풍을 그는 알고 있었던 듯 하다.

또하나. 김 회장의 아들 김동선은 승마를 한다. 그래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도 알고 있다. 김동선은 몇해전부터 회사에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정유라와 가까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이런 판단들이 합쳐져 한화는 최순실 파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다.

<삼성으로부터 온 선물>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화학 계열사들의 실적도 좋았다. 한화테크윈은 작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한화토탈도 작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2015년 연간 이익을 넘어섰다.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화학계열사 덕에 한화는 포춘 500대기업 순위에서 277위로 52계단이나 뛰어올랐다.

2000년대초 김 회장이 온갖 수모를 참아가며 인수한 대한생명은 어떨까. 지금은 한화생명이다. 이 회사도 작년 3분기 영업이익이 분기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화생명이 갖고 있는 금융자산을 포함하면 한화는 자산기준으로 롯데를 제치고 재계 5위에 오르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의리는 인맥이 되고>

작년 10월. 헤리티지재단의 창립자 에드윈 퓰너가 한국을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맨으로 알려진 퓰너는 오랫동안 김 회장과 알고 지낸 사이다. 김 회장이 바쁜 일정을 쪼개 퓰너를 만나겠다고 했다. 참모들은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냐며 탐탁지 않아 했다. 모든 전문가들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을 때였다. 김 회장은 그러나 의리를 저버릴 수 없다며 그와 만났다.

얼마후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퓰너는 김 회장을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했다. 김승연식 의리가 인맥으로 이어진 또하나의 사례라고 재계는 평가한다.

<비와이와 한화>

“답 없었던 좌절의 과거 속은 잊고
밟았어 난 Top of the world
밑바닥서부터 품어왔던 내 안의 불꽃
Boy of small hood 작은 나라의 거인
맨 뒤에서부터 이젠 리더의 자리에 Join
내가 걷는 곳이 나의 길
나의 길을 가는 것이 나의 일
나의 실수가 드러나길 바라는 이가
많아 질 테지만
내 귓가에 담은 소리는 소망의 빛깔
시작되는 시작의 시작
이제 난 새롭게 Set it off
You love me or hate me
You're gonna watch me
내 안의 열정으로 내 미래는 pop it
지금 내가 지니고 있는 온도는 못식혀
난 뻔하지 않은 발걸음으로 계속해 움직일 걸”

한화그룹은 작년 8월 홍보영상을 선보였다. 불꽃같은 열정을 지닌 청년들과 함께 ‘불꽃로드’ 캠페인을 진행하며 래퍼 비와이를 등장시켰다.

뮤직비디오 제목은 ‘Time to burn’. 그는 ‘쇼미더머니5’ 우승자다. 본인의 데뷔 전 모습, 랩으로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여기에 담았다.

보수적인 한화가 래퍼를 모델로 쓰는 것은 이례적이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김승연 회장의 아들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재계 관계자의 말이다. “오너의 젊은 아들들이 한화를 바꿔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화다움 찾아가는 한화증권>

작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스타가 한명 탄생했다. 전 한화증권 사장 주진형씨다. 그는 직설적 화법, 국회의원들에게 밀리지 않는 시원한 발언으로 인기를 끌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이를 반대하는 보고서를 쓰게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한화 내부적으로는 그가 대표를 역임한 기간은 상처로 남아있다. 2013년 7월 한화증권 대표에 오른 그는 취임 직후 수백명을 내보냈다. 이중에는 고졸 직원들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말기 고졸 채용을 확대하라는 지침에 맞춰 한화증권은 50명 정도를 채용했다. 이중 25명의 직원이 1년도 안돼 회사를 떠나야 했다. 주진형씨가 한 일이다. 그가 취임하기 전인 2013년 6월말 1705명이었던 한화증권의 임직원은 지난해 6월말 1043명으로 줄었다.

한화는 원래 임원이 아니면 구조조정을 잘 안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주진형씨는 이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과거 우리투자증권에 있을때도 그는 직원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한화증권은 이 상처를 딛고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연간 흑자전환이 목표다.

한화증권과 면세점 실적개선, 야구 순위 올리기는 한화가 풀어야 할 세가지 숙제다. 이중 한화증권 실적개선이라는 숙제가 가장 먼저 풀리고 있는 듯 하다. (끝)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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