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몽골 연구진이 6년간 연구 끝에 몽골 황족일 가능성이 높은 이들 유골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칭기즈칸과 서양인의 조상이 하나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광호 중앙대 생명과학과 및 문화재과학과 교수와 다스제벡 투멩 몽골국립대 고고인류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0일 “2004년 타반 톨고이 지역에서 발굴된 5구 유골의 미토콘드리아DNA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12~13세 몽골제국 시대 칭기즈칸 황족 일원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특히 이들 유골 주인들의 부계가 유럽인의 조상과 같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14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도 소개됐다.
연구진은 우선 이들 유골 5구의 두개골과 치아, 대퇴골, 골반골을 분석해 성별과 사망 연령들을 밝혀냈다. 이들 중 4명은 20대에, 나머지 한 명은 40~50대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들은 대체로 키가 168.9㎝, 몸무게는 78.1㎏로 나타났고 여성은 165.6㎝에 몸무게는 68.1㎏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여성 유골은 당시 여성의 평균 신장보다 10㎝ 이상 컸다. 고고학에서 사용되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을 이용한 분석 결과에서 이들 유골 주인들은 칭기즈칸이 살았던 시기 전후에 살았던 것으로 나타나 칭기즈칸과 같은 가계(황금씨족)일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결과 남성 3구와 여성 1구는 동일한 모계임을 나타내주는 유전자 조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남녀 모두 가지고 있지만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난자의 미토콘드리아DNA만 남기 때문에 모계 혈통을 알아내는 중요한 과학적 지표로 사용된다. 같은 미토콘드리아DNA 유전자형을 가졌다는 건 이들이 모자 사이거나 형제자매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남성 3명과 여성 1명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형은 현대 한국과 일본, 중국, 몽골인 등 동북아시아인에서 주로 관찰되며 이와 별도로 40~50대로 추정되는 여성 1명은 좀더 북쪽에 살았던 동북아시아 출신의 다른 모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광호 교수는 ”나머지 4구 유골과 5~6m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이 40~50대 유골 주인은 4명의 양어머니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남성 3구의 ‘Y염색체 단일염기다형성’(Y-SNP) 분석에서는 이들이 모두 영국과 유럽, 중앙아시아 인종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발견되는 유전자형인 ‘R1b-M343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Y염색체는 남성 부계에 따라 유전되는 유전형이다. 이광호 교수는 “칭기즈칸 가계의 부계 기원이 기존에 알려진 동북아시아(몽골로이드) 계열이 아니라 서유라시아(코카서스)계열일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Y염색체 짧은반복수변이(Y-STR)’ 분석에서는 적어도 2구에서 동일한 형태가 나와 둘 사이가 유전적 거리가 매우 가까운 부자나 형제 관계로 분석됐다. DNA 염색체에서 특정 부위에서 염기서열(STR)이 짧게 반복되는 수는 개인마다 다른데, 형제나 부자 사이에는 비슷해 이들 관계를 밝히는 기준으로 사용된다. 연구진은 “이 지역에서 발굴된 남성 유골은 칭기즈칸 가계 출신일뿐 아니라 한 아버지 자손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남성 유골 3구에서 발견된 유전자형를 가진 현대인은 러시아 칼미크인, 중국 회족, 우주베크인, 타지크인이다. 이는 이들 부계는 칭기즈칸 아들과 손자들이 지배한 황금군단과 차카타이칸국, 원나라 영토이던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국 등과 일치한다. 연구팀은 타반 톨고이 유골들이 칭기즈칸의 직계 자손이거나, 칭기즈칸이 딸들을 시집보내 지배했던 옹구드족 자손일 가능성, 전통적인 몽골 황후 가문인 옹기라트족과의 혼인에 의해 태어난 황족일 가능성이 있다고 소개했다.(끝) /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