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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뒷 얘기

대학생 삶이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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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85학번인 강모씨(50)는 지난해 대학에 들어간 아들과 대학생활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서로 언성을 높였다. 아들이 “우리 세대만큼 대학생활이 힘든 적이 없었다”고 불만을 쏟아내는 걸 보고 못마땅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우리 때에 비하면 지금 대학생활은 정말 편한 것”이라고 아들을 나무랐다.

낮은 취업률과 스팩 경쟁 등으로 대학생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인식이 젊은이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대학생들의 삶은 갈수록 좋아졌다는 게 드러난다. 최근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지만 물가를 감안해 봤을 때 등록금은 과거에 오히려 비쌌다. 1985년 국립대 평균 등록금은 연 86만8000원으로 당시 근로자 월평균 가구 소득 42만3700원의 2배가 넘는다. 사립대는 연 122만9000원으로 근로자 월평균 가구 소득의 2.9배다. 이 돈이면 당시 96원이었던 라면을 한 봉지를 기준으로 각각 9042봉지, 1만2802봉지를 살 수 있다.

2014년 대학 등록금은 국립대 연 558만원, 사립대 연 1001만원이다. 2015년 근로자 월평균 가구 소득(462만8000원)과 비교하면 각각 1.2배, 2.2배로 1985년보다 낮다. 라면(960원)으로 계산하면 각각 8857봉지, 1만5888봉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종 장학금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실질 부담은 더 줄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2009년부터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학자금 대출도 수월해졌다. 81학번인 김모씨(55)는 “과거에는 학자금 대출이 은행 등을 통해 이뤄져 이자도 비싸고 대출자체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스팩 경쟁은 치열했다. 1985년 한국외국어대 학보를 보면 광고의 대부분이 영어학원이나 제2외국어학원 광고다. 서울대 85학번인 허모씨(50)는 “방학마다 대학생들이 영어는 물론 독일어 스페인어 등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녔다”며 “대학생 자체가 적어 지금만큼 두드러져 보이지 않을 뿐 그때도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학비를 조달하기도 여의치 않았다. 1980년 7월 정부의 대학생 과외 금지 조치로 과외를 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구해도 근로조건이 열악했다. 최저임금제는 1988년부터 산업별로 순차적으로 도입됐고 대학생들이 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서비스업종은 1990년에 적용됐다. 서울 소재 대학 85학번인 김모씨(49)는 “1986년에 등록금을 벌려고 겨울 방학 내내 아파트 공사장에서 하루 7000원을 받으며 일했다”며 “고액 과외는 일부 상위권 대학 학생들의 얘기고 대부분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 못해 쩔쩔 맸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자의 취업문이 좁아졌다는 것도 대학 진학률 증가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1985년 20~29세 경제활동인구는 436만4000명, 취업자는 405만4000명이었다. 2015년 같은 나이대의 경제활동인구는 406만9000명, 취업자는 373만7000명이다. 취업률은 각각 92.%, 91.8%로 비슷하다. 반면 대학진학률은 1985년 17%에서 2014년 70.9%로 크게 뛰었다. 허모씨는 “대부분 대학을 못가다 보니 대학 졸업자의 취업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는 살만 했다”고 오해하면서 세대간 갈등이 커지는 면도 있다. 83학번 홍모씨(51)는 “14학번인 딸이 1980년대 대학생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어 당황했다”며 “지금 대학생들이 누리는 평균적인 삶의 질은 1980년대 부잣집 자녀들이 누리던 수준보다 높다”고 말했다. 서울대 81학번 김모씨(54)는 “남들은 부러워하는 서울대생이었지만 가난해서 하루하루가 먹고 사는 걸 걱정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요즘 대학생들은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끝) /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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