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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저널리즘 구현하는 팟캐스트는 언론으로 다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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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의 넷 세상) 미국의 '버즈피드', 한국의 '피키캐스트'는 전통 뉴스 미디어를 대신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이 덕분(?)에 이들 신생 뉴스 미디어가 주도하는 '큐레이션뉴스서비스'를 기존 뉴스와 어떻게 구분할지, 그 구분은 과연 타당할지에 대한 연구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류정호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심의운영팀장은 최근 언론중재위원회의 <미디어와 인격권> 저널에 투고한 '디지털 뉴스미디어 법적 지위 부여의 한계-규제법규 적용의 문제점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신문법의 인터넷신문과 인터넷뉴스서비스 규정에 의해 법적 지위를 받는 디지털 뉴스 미디어는 '언론성'을 직업전문주의적·조직사회학적 관점으로 보는 접근으로, 뉴스가 전문 언론인에 의한 조직적인 노동의 산물이라는 공식이 깨진 시대에선 의미가 없다"고 재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팟캐스트(인터넷방송), 큐레이션서비스(포털뉴스, 소셜큐레이션 등), 크라우드뉴스서비스, MCN 등 다양한 형태로 출현 중인 신생 뉴스플랫폼은 현행 법체계에서 어디에 놓여 있을까요?

일단 팟캐스트의 경우는 기존 언론사가 제작, 운영하거나 언론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면 언론에 속합니다. 즉, 한겨레신문의 '김어준의 파파이스', 오마이뉴스의 '장윤선의 팟짱', 한국경제신문의 '정규재TV'는 '언론'이지만, '김용민 브리핑', '노유진 정치카페'는 언론사와 관계가 없는 주체가 관여하는 서비스는 언론조정, 중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처리됩니다.

소셜큐레이션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비스 주체가 기존 언론사인가 신생 미디어인가에 따라 법적 지위가 달라집니다. SBS스브스뉴스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분류되지만 피키캐스트는 인터넷신문이나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아 언론사로서의 법적 지위는 부여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키캐스트는 최근 한국온라인뉴스편집기자협회가 주는 '멀티미디어스토리텔링' 부문상을 수상했습니다. 2011년 '나는 꼼수다'는 민주언론상을 수상하는 등 언론계와 수용자에서는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간주됐지만 법적으로는 언론의 지위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뉴스펀딩 같은 크라우드뉴스서비스도 똑같습니다. 언론사 소속 기자가 콘텐츠를 만들면 '인터넷신문'으로, 일반인이 작성하면 '1인 미디어'로 나뉩니다. 그런데 법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복잡해집니다. 수용자 입장에서는 뉴스펀딩의 저널리즘 맥락을 소비할뿐 그 주체는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카카오 '뉴스펀딩'의 경우는 언론사의 유통채널로 게시하는 것도 아니고, 이용자의 선택으로 소비되는 것이므로 인터넷뉴스서비스로 정의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1인 제작자와 수익을 배분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 Multi Channel Network)' 역시 운영주체별로 따지면,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은 MBC홈페이지 등으로 유통되므로 콘텐츠 내용이 인격권을 침해했을 경우 언론조정,중재의 대상이 되지만 아프리카TV의 '프릭'은 그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결국 인터넷신문, 인터넷뉴스서비스 또는 유사방송 해당 여부는 운영주체의 법적지위에 구속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론의 법적 요건은 콘텐츠의 내용적 속성, 보도행위를 위한 형식적인 요건 등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후자가 더 결정적인 겁니다. 고용인력을 기준으로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한 최근의 '신문법 시행령'이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현행 언론관계법으로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담기 어렵습니다.

특히 언론중재제도의 공백이 이어지고,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임시조치'의 대상이 됨으로써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문제로 확대됩니다. 언론의 보도물이 아닌 일반게시물의 경우에는 게시물에 대한 삭제 또는 임시조치가 남용되는 것은 심각합니다. 일례로 대표적인 시사블로거 '아이엠피터'는 임시조치에 의해 여러 차례 게시물 차단을 겪었습니다.

류정호 심의팀장은 "신생 미디어를 모두 언론조정·중재의 대상으로 넣을 수 있다면 즉, 언론으로 정의한다면 상대적으로 보도의 기능을 위축시키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서 "콘텐츠의 내용, 여론형성에 미치는 영향력, 저널리즘의 규범준수라는 세 가지 조건의 충족 여부로 언론을 범주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미디어의 콘텐츠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중재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세 가지 조건을 누가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남습니다. 또 '언론자유'라는 사회적 지향점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 관련 논의를 확대할 때의 위험성은 없는 것일까요? 류정호 심의팀장은 "부조리 고발, 권력비판 등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저널리즘 규범준수를 공개적으로 표방한 미디어의 영향력은 지금보다 더 정교하게 측정해 언론으로 다뤄야 한다. 그것이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구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신생 미디어를 기존 규제체계에 그대로 넣거나 조금 보완하는 것이 무슨 의미냐고 반문합니다. 해외에는 없는 언론법 자체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용자 편익보다는 기존 규제기관의 업무영역을 넓히려는 배경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사생활 의혹'을 보도한 가토 전 산케이 지국장 무죄판결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정정보도-반론보도-손해배상 등 구제장치 외에 기사'삭제'가 가능하도록 최근에 개정된 언론중재법, 엄격한 제한을 둔다지만 제3자 신고로도 온라인 명예훼손글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안까지 정치적 논란도 제기됩니다. 이래저래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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