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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생 전락한 삼성엔지니어링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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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증권부 기자) “결국 지뢰가 터졌다” “신뢰를 저버린 어닝쇼크” “암덩어리 제거, 하지만 상당한 회복기간 필요”

지난 22일 삼성엔지니어링은 3분기 1조5127억원이라는 영업손실을 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음날 증권사 담당 연구원들의 보고서 제목엔 그 '충격'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실적 발표 날 18% 넘게 폭락한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이번 분기 손실반영으로 실적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앞으로도 성장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측도 당분간은 현안 프로젝트 처리와 함께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효율화, 부실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 등 내실강화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신규수주도 신사업보다는 해왔던 사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신규수주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가 희석 효과가 커서 주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현재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최근 5년 내 신저가입니다. 2011년 7월 28만원을 찍었던 주가가 불과 4년 여 만에 10분의 1로 쪼그라 들었습니다.

하나금융투자에서 23일 내놓은 삼성엔지니어링 관련 보고서 제목은 ‘아! 옛날이여’입니다. 2000년대 후반 플랜트 붐을 일으킨 주역이었고 이공계 출신들에겐 가장 가고 싶은 기업 상위에 꼽혔던 삼성엔지니어링이었지만 현재는 대규모 적자에 구조조정까지 가장 잔혹한 시기를 맞은 것 같습니다.

삼성그룹 내에서도 급성장하며 우등생으로 꼽현던 삼성엔지니어링이 어쩌다 문제아 신세로 전락한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의 문제 시기를 2003년 매출 1조원대에서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할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봅니다. 당시부터 2009년까지 삼성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를 지낸 정연주 전 삼성물산 부회장은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수주하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외형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싸게 많은 수주를 받으면서 저가수주의 리스크는 커졌습니다. 외형 확대에 성공했고 수주액은 불렸지만 그 수주가 안고 있는 위험에 대한 분석은 경시하거나 무시한 것입니다.

그 여파는 너무 커서 오래가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과의 합병마저 요원해진 지금 삼성엔지니어링이 언제쯤 예전의 위상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 증권 계좌에 ‘-90%’가 찍혀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주주들이 가장 바라는 바일 겁니다. (끝)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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