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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닛케이의 FT 인수,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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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의 넷 세상) 최근 매각설이 돌던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일본 미디어 그룹 닛케이(Nikkei)에 매각됩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모기업인 피어슨(Pearson plc)은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그룹(FT group)'을 현금 8억4천400만파운드(약 1조5천억원)으로 닛케이에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요. FT 온라인판도 이날 "피어슨 그룹이 교육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58년 간의 오너십을 접는다."고 보도했습니다. 닛케이는 파이낸셜타임스 인수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24일 오후 5시에 엽니다.

이번 매각에 포함되는 매체는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FT닷컴, 주간지 '더 뱅커'입니다.

FT매각 협상이 알려진 직후 시장에서는 '영국의 목소리'로 대표되는 매체가 아시아 그것도 일본 언론사에 팔려 나갔다는 정서적 충격과 함께 양 매체간 시너지 가능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데요.

일단 엄청난 매각대금 논란입니다. 니케이의 인수가는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 수익의 35배에 이릅니다. 미국, 독일 등 구미권 미디어 기업도 생각보다 큰 인수가에 포기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니케이조차 은행빚을 동원하여 인수합니다.

또 하나는 과연 효과가 있겠느냐는 점입니다. 일본 미디어 기업이 자존심이 센 영국언론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인데요. 또 뉴스시장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비판적인 시각도 나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스 등 성공적인 디지털 혁신매체도 뉴스 비즈니스는 '포화'상태에 온 것 아니냐, 뉴스가 아닌 다른 사업에서 수익다각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은 "글로벌 브랜드를 갖는 것으로도 충분히 투자가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수비용의 적정성은 의문이다. 특히 최근 디지털 미디어 시장은 저비용으로 생산성 높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 파이낸셜타임스처럼 고비용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부담되는 일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닛케이가 디지털에 잘 대응을 해 왔다고는 하나 닛케이가 파이낸셜타임스 인수 이후의 구체적인 그림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금명간
상당한 수준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진단이 나옵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팔리는 이유에 대해 미디어 전문가 조영신 박사는 애초에 저널리즘에 관심이 없는 피어슨 그룹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목했습니다. 조영신 박사는 "피어슨 그룹의 팰런(Fallon) 최고경영자가 중점을 두는 디지털 교육 분야 투자를 위해서는 자본력이 필요했다. 현금을 지르는 닛케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당연히 '잘 나가고 있던' 파이낸셜타임스 구성원들은 동요하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파이낸셜타임스 일부 기자들은 "상심이 크다.", 아주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데요.


종이신문, 포털사이트 출신의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자본력이 탄탄한 닛케이는 디지털 준비를 잘 해온 매체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임정욱 센터장은 "고급 독자층을 가진 두 매체가 유럽과 아시아의 트래픽을 모은다면 광고주들에게 큰 호응을 얻게 될 것이다. 이미 닛케이는 영문뉴스를 키워오는 등 글로벌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그동안 닛케이가 글로벌 광고주 유치에 공을 들였는데 파이낸셜타임스가 다른 미디어 기업 특히 중국에 인수된다면 큰 타격이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장도 "일본경제는 미국, 중국, 유럽(독일) 못지 않은 글로벌 리더십이 있다. 이를 반영하는 게 닛케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홍콩, 싱가폴, 뉴욕, 런던을 연계하는 금융시장 정보 네트워크를 보유한 곳으로 양 매체가 합쳐지면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성과가 날 것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미디어 시장의 과제는 디지털과 글로벌 양 갈래인 만큼 완벽한 호응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주재 일본신문 소속 기자는 24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닛케이는 이른바 전후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 이후 구독급감에 대비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첫째, 2000년대 초반부터 정치, 사회뉴스를 비롯 연성뉴스를 생산했다. 둘째, 2013년부터 닛케이 방콕지국에서 주로 관리하는 디지털 뉴스서비스(영문)를 해왔다.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디어 규모를 크게 키워 국경 없는 미디어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셈입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조직갈등이나 문화차이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정수 소장은 "현재의 피어슨 그룹도 파이낸셜타임스 경영진 인선에만 관여할뿐 뉴스생산이나 방향에 대해 어떤 간섭도 하지 않았다. 닛케이도 그럴 것이다. 반면 세계 금융시장 데이터 관리나 뉴스생산흐름에 대한 노하우는 습득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오히려 닛케이의 통 큰 결정에서 국내 미디어기업은 한 수 배워야 한다는 자성론이 제기됩니다.

임정욱 센터장은 "한국 미디어 기업 특히 전통매체는 글로벌 감각이 없다. 몇몇 대기업에만 광고의존을 하고 있다.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정수 소장도 "올드미디어 인력을 그대로 두고 관성적인 일만 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국시장에 한계가 있지만 시장친화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노력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끝) / 디지털전략부 기자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