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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모두가 아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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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심기 특파원) 지난 5월 모건스탠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에서 구글의 CFO로 전격 영입된 루스 포랏의 ‘표면적인’ 연봉은 65만달러에 불과합니다. 모건스탠리에서 받았던 약 1500만달러의 연봉과 비교하면 5%가 안되는 액수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향후 포랏이 받게 되는 2000만달러의 주식보상 프로그램이 빠져있습니다. 이를 더하면 포랏의 연봉은 2065만달러로 훌쩍 뜁니다.

주식보상은 구글 등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들이 우수 인재를 영입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 인센티브 제도입니다.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고, 일정 기간 동안 매각할 수 없는 미등록 상태의 제한부 주식(restricted stock)을 보수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구글이 올해 계획하고 있는 주식보상 규모는 44억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5만5000명에 달하는 구글 임직원 1명당 평균 8만달러를 지급하는 것과 같습니다.

CFO인 포랏은 영입 당시 구글과 총 7100만달러 규모의 보상패키지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향후 4년간 6500만달러에 달하는 주식보상 프로그램이 포함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포랏은 기본 연봉으로 65만달러와 함께 2000만달러어치의 주식을 받게 됩니다. 포랏이 모건스탠리에 있을 당시 받은 연봉에는 현금과 주식이 각각 절반 비율이었지만 구글에서는 주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문제는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들이 주식보상 프로그램을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구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 등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들이 최고경영진부터 말단 직원에게 지급하는 주식보상 내역을 재무제표에 ‘인식’하지 않는 것입니다. 일반회계원칙GAAP)을 적용하면 모두 비용으로 잡혀서 실적 감소의 원인이 됩니다.

예를 들어 트위터가 올해 임직원에게 지급하는 주식보상액 8억달러를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올해 예상 순익은 주당 34센트가 아닌 마이너스 90센트로 감소하면서 적자기업으로 바뀌게 된다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간하는 투자전문 주간지 배런스의 분석입니다. 배런스는 올해 이렇게 부풀려지는 실리콘밸리 상위기업 12곳의 순익 규모만 1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마이크로소트프트와 인텔, 애플 정도만 주식보상금액을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의결권행사 전문기관인 ISS도 주식보상 프로그램과 실적과의 상관관계가 떨어지고, 오히려 왜곡된 회계처리로 인해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월가의 CFO 출신인 포랏은 이 사실을 몰랐을까요? 하지만 구글이 지난 2분기 기대를 뛰어넘는 39억달러의 순익과 177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뒤 주가가 20% 급등하면서 이같은 논란은 쑥 들어갔습니다. 주가 상승으로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재산도 40억달러씩 늘었다고 합니다. 회사와 주주, 창업주와 직원 모두가 만족하고 손해를 보는 쪽은 없습니다.

배런스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GAAP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할 것인지, 다소 느슨한 non-GAAP 방식으로 할 것인지는 각자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감독 규정도 이를 허용하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투자자들도 주가에 유리한 방식을 원하기 때문에 주식보상 프로그램을 비용 처리하지 않더라도 대개 눈 감아준다는 게 배런스의 분석입니다. (끝)
/ sglee@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