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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의전서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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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구 정치부 기자) ‘정책에 실패한 공무원은 용서해도 의전(儀典)에 실패한 공무원은 용서받지 못한다’ 국가 공식행사 등에서 통용되는 예법을 일컫는 의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예시한 말입니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과 정치인들이 현충원 참배를 했습니다. 이맘때 해마다 언론에 비춰지는 정부각료와 정치인들의 참배엔 엄격한 ‘줄서기’규칙이 있습니다. 의전서열이 낮을 수록 참배시간 30분여전에 도착해 서로 인사를 나눈후 자신의 앞뒤는 물론 옆자리 줄까지 ‘깜냥’해야 합니다. 올해 장관들끼리 ‘줄서기’도 꽤 시간이 걸렸다는 후문입니다.

의전은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입니다. 지난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상임위원장인 김우남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의전소홀문제로 ‘뒤끝’이 작렬했던 일은 유명한 일화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농업인의 날’기념식에 초정됐다가 축사도 못한채 ‘들러리’만 섰다가 돌아왔습니다.얼마 후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는 김 위원장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불러 “정부측에서 총리가 축사하면 국회 상임위원장이 축사하는게 정석 아닌가"라고 질타했습니다. “총리 일정이 촉박했고, 그자리에 없어서 행사 진행상황을 잘 몰랐다”며 진땀을 뺀 이 장관의 사과와 해명은 오히려 ‘불난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장관이 그렇게 비겁하냐.당장 들어가라"고 소리친 후 “국회의원 개망신 주려고 초청한건가. 대한민국 농해수위 위원장이 농림부가 주관하는 행사에 가서 총리 훈계나 들어야 하냐"고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김 위원장의 분노에는 여야의원 할 것없이 동조를 해 정치에서 ‘의전’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 인지를 또 다시 실감했습니다.

사회 곳곳의 의식(儀式)은 ‘허례허식(虛禮虛飾)’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거나 간소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의전은 직급에 대한 예의차원을 떠나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공통언어’로써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외교부에는 의전장이라는 고위직을 두고 의전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는 실무부서가 있습니다. ‘세계 대통령’으로 통하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외교부 근무 당시 의전장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의전수석을 지내기도 했지요.

행정자치부에서 발간한 정부의전편람에 따르면 대통령에 이어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정당대표의 순서로 정하고 있습니다.

현충원 참배는 물론 국경일 등 다른 국가행사도 이에 따릅니다. 물론 관행에 따라 예외가 있고, 국가별로도 다릅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부통령, 연방대법원장, 전직 대통령, 국무장관, 주미 각국대사, 전직 대통령 미망인, 연방 대법원 판사, 각료, 각국 주재 미국대사, 상원의원, 주지사, 하원의원 등의 순입니다. 이렇게 저마다 차이가 있다 보니 행사를 준비하는 쪽에서는 늘 애매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회의 관행은 어떨까요? 외교부 편람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각 부처 장관보다 후순위이지만, 국회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는 항상 국회의원이 앞서는 것이 관행입니다. 일반적으로 축사는 국회의장(불참 시 부의장), 당 대표, 원내대표, 국회 상임위원장, 국회의원, 각 부처 장관 순으로 합니다. 이와 다르게 하려면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어야 되겠지요. 또 같은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선수가 많은 순으로, 선수가 같으면 연장자 순으로 합니다.

여야 간 순서는 행사의 성격에 따르는데 통상 여당이 먼저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지난 해 여당 의원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한 박병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보통 야당 주최 행사에서는 여당의원들을 배려해서 (축사를) 먼저 시켜주는데 여당 주최 행사에 와 보면 야당의원들 순서가 뒤에 있어 한참 기다렸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낸 적도 있습니다.

특히 국회 상임위원장이나 소관 상임위 의원은 대내외 행사에서 장관보다 의전서열이 앞서는 것이 관행입니다. 국정감사 등 의정활동에 있어 부처 장관이 피감기관의 위치에 놓이기 때문입니다. 특권(特權)적 행태로 비춰지는 국회의 의전에도 사실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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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19.02.23(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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