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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맥도날드의 미국발 '감자튀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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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국제부 기자) 때 아닌 ‘감자 튀김 전쟁’이 터졌습니다. 일본 얘기입니다. 요즘 일본 맥도날드에서는 사이즈가 큰 감자 튀김을 먹을 수 없습니다. 돈을 내는 데도 말입니다.

이유는 미국 해운업체들의 노사갈등입니다. 미국 서해안에 있는 항만에서 노동쟁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항만 노동자와 항만 운영회사 간 임금 협상이 올 봄부터 난항을 겪고 있거든요. 아직도 합의이 안돼 노동자들은 태업 등으로 항의하고 있습니다. 그 영향이 냉동 감자에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냉동 감자 수입국에서 미국산 냉동 감자를 확보하기 어렵게 됐거든요.

일본이 수입하는 전체 냉동 감자의 40% 가량을 맥도날드가 소비하고 있습니다. 일본 맥도날드는 감자 튀김 수입을 100% 미국에 의존하고 있거든요.

상황이 장기화되자 일본 맥도날드는 지난 17일 감자튀김 중 큰 것과 중간 사이즈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작은 것만 팔기로 했죠. 모든 세트 메뉴에 포함돼 있는 감자튀김도 가장 작은 사이즈로 대체했습니다. 매출에 직결되는 행동이죠. 일본 맥도날드가 판매하는 세트 메뉴 가격의 15%를 감자튀김이 차지합니다.

지난 여름부터 중국산 불량 닭고기 사태 등으로 매출이 급감한 일본 맥도날드에 감자튀김 품귀 현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감자튀김 일부 판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자 오히려 소비자들이 감자 튀김을 더 찾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먹지 못할 것 같으니 더 먹고 싶어하는 묘한 소비 심리가 작용한 듯 합니다. 한국에서 품절 사태를 빚고 있는 허니버터칩에 더 많은 수요가 몰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런 현상을 보면서 “평소에는 주역(햄버거)의 그늘에 가려지기 쉬운 조연(감자 튀김)이지만 없어져 보면 그 고마움이 물씬 느껴진다”고 표현하더라고요.

참고로 최근에는 감자튀김 원조 논란도 일고 있답니다. 벨기에가 감자튀김을 일컫는 프렌치 프라이라는 용어가 적당하지 않다면서 유네스코에 벨지언 프라이라는 표현을 등재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죠.

벨기에는 감자 튀김이 벨기에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데다 벨기에에서 처음 감자 튀김을 접한 미국인들이 착각을 해서 프렌치 프라이로 알려졌다는 주장도 펴고 있습니다. 물론 대다수 소비자들은 “길거리 음식에 원조가 굳이 필요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벨기에 입장에서는 나름 중요한 이슈인 듯 합니다.

갑자기 오늘은 집에 가는 길에 감자 튀김을 사 먹고 싶어지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10.09(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