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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 차량이 상용 차량보다 2배 비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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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욱 선임기자) 1억3676만원 vs. 6477만원.

기아자동차가 생산하는 5t 군용 트럭과 8t 상용 트럭의 가격을 비교한 것입니다. 두 차량은 같은 엔진(배기량 1만1000㏄)에 실제 적재량도 비슷합니다. 산과 들에서도 운행하는 군용 차량의 적재량은 민수 차량의 절반 가량 됩니다. 그런데 군용 트럭이 111% 비쌉니다.

이런 수치만 보면 높은 가격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군용 트럭은 속도가 느리고 연비도 나쁩니다.

국방부는 이런 점을 주목, 후방지역에서 군용 트럭을 사지 않고 상용 트럭을 구매해 예산을 절감했습니다. 수동변속기에서 자동변속기로 바뀌면서 사고도 줄었다고 하더군요. 국방부는 군수품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기능을 하는 민수품을 사들이는 군수품 상용화 사업을 확대할 방침입니다.

국방부의 예산절감 노력은 칭찬할 만하지만 뭔가 개운하진 않습니다. 폴로셔츠에 얼룩무늬만 입힌다고 전투복이 될 수 없고 단화를 전투화로 쓸 수는 없으니까요.

군용 차량은 왜 비싼지 알기 위해 최근 기아자동차 하남공장을 찾아가 현지를 둘러보았습니다. 1975년 방산업체로 지정된 뒤 40여년간 군용 차량을 만들어온 곳입니다.

민간인이 타는 차량의 선택기준이 경제성, 편의성, 디자인의 순이라면 군용차는 작전운용성능이 우선시됩니다. 전쟁이 나서 포탄이 떨어지면 포장도로는 울퉁불퉁한 산야로 변합니다. 군용차는 움푹 패인 곳에서도 기동해야 하고 앞뒤나 좌우가 높은 도로에서도 올라가고 내려가야 합니다.

영하 32도의 혹한에서도 시동이 걸려야 하고 전자파로부터 차량 및 각종 탑재장비가 영향을 받거나 주어서도 안됩니다. 미래전장환경에서는 전자파 간섭에 대한 회피 기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군의 작전요구성능(ROC)은 전세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국 육군의 기준을 참고한 것입니다.

내구성도 뛰어나야 합니다. 상용차가 통상 7~10년을 쓴다면 군용차는 15~20년을 사용합니다. 5~7년 단위로 모델이 전면 교체되는 상용차와는 달리 군용차 업체는 총수명주기 동안 핵심부품을 포함해 모든 수리부속품을 군에서 인정하는 가격으로 납품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군용 ¼톤 짚(2000cc)의 엔진과 변속기 가격은 각각 313만원, 153만원이지만 동급 상용차의 경우 480만원, 308만원에 이릅니다.

기아차는 연평균 군용 차량을 2300여대를 생산, 500대를 수출합니다. 연간생산능력은 3000대인데 군의 주문이 여기에 미치지 못합니다. 지난해 매출은 23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0.5%에 불과합니다. 소량을 생산하다 보니 더 이상 원가를 낮추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기아차는 2012년부터 독자 모델로 개발 중인 소형 전술차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현재 시제품이 전체 시험평가 중 70~80% 단계까지 통과했습니다. 연말에 군에서 사용가 판정을 내리면 내년에 초도생산과 품질확인 시험을 거쳐 내후년부터 군에 본격 납품될 예정입니다.

세계 5위의 현대기아차 그룹의 기술이 집약된 차로 225마력의 유로 5급 디젤엔진이 장착됩니다. 방수용 스타터와 발전기가 있어 760mm 수심의 하천을 건널 수 있고 중간에 엔진을 껐다가 다시 켜도 출발할 수 있습니다. 대용량의 오일팬을 부착, 32도 각도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좌우로 22도 기울어진 길도 달릴 수 있고요. 자동 8단 변속기가 장착돼 소음이 작고 최고 시속은 130킬로미터에 이릅니다.

직사화기와 포탄 파편에서 승무원의 생명을 지켜주는 방호키트를 적용하면 대당 가격은 1억~1억2천만원이고 비방탄으로 만들면 7000만~8000만원쯤 된다고 합니다. 상시 사륜구동방식입니다. 1억8500만원가량 나가는 미국 군용 험비보다 35% 싸지만 동력성능과 편의성에서 20% 이상 우수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입니다. 펑크가 나도 시속 48㎞로 48㎞를 더 갈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까지 장착됩니다.

2016년부터 본격 양산체제에 들어가 1000대 가량 군에 납품하면 전체 생산대수가 3500대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최신 디자인과 성능, 다양성을 갖춰 수출 가능성도 높습니다. 기아차 특수사업부가 세계 최고의 전술차량으로 강군 육성과 외화벌이에 더 많이 기여했으면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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