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자체가 내리막길로 접어들 수도 있고, 자기 점포가 속한 상권이 인근 상권에 밀려 유동인구가 갑자기 줄어드는 수도 많습니다. 음식 장사를 시작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AI(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하거나 광우병 공포가 밀어닥칠 수도 있는 거지요. 장사를 잘되게 할 변수는 적지만, 장사를 망치게 하는 변수는 곳곳에 널려있는 게 현실입니다.
예기치 못한 복병 중에는 그 순간만 슬기롭게 넘기면 금방 극복이 되는 것이 있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도 많습니다. 이럴 때는 정면돌파 하겠노라고 고집을 부리기보다는 빨리 장사를 접는 게 사는 길입니다. 장사로 큰 돈을 번 사람들 중에는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한번쯤 접었던 실패 경험자가 의외로 많습니다.
조중환씨(가명·56)도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그는 10년전 경기도 일산시 탄현동에 수입식품전문점을 차렸습니다. 30대에 회사를 나와, 화장품 유통사업만 13년 정도 했던 그는 자만심에 빠져 시장조사에 소홀하고 상권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점포를 열었습니다.
그 대가로 개업한 지 3개월만에 점포를 정리해야 했습니다. 남은 재고와 집기 등을 헐값에 처분하고나니 손실액이 1억원에 달했답니다. 투자비가 아까워 좀 더 버틸까도 생각했지만 빨리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는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근린생활 업종인 반찬전문점이 월평균 2500만원씩 매출을 올려주고, 마진도 50%에 달해 까먹었던 돈을 1년만에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47세의 유미홍 사장(여)은 반대의 경우입니다. 그는 10여년 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당시 유행하던 찜닭 음식점을 열었습니다. 2년간 찜닭은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그런데, 그는 느닷없이 점포를 정리합니다. 소리 소문없이 권리금 1억원을 챙기고, 찜닭 가게를 남에게 넘긴 뒤 다른 상권에서 유아복으로 업종을 바꾼 거지요. 매출이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을 확인한 그는 미련없이 가게를 접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뒤, 찜닭 가게들은 불닭에 밀려 파리를 날려야 했습니다. 그런 불닭도 2년을 채 버티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점포를 닫아야 하는 상황을 이렇게 일러줍니다. 첫째, 계절이 바뀌어도 매출이 내리막길을 걸을 때, 둘째, 순이익으로 대출에 따른 금융비용을 3개월 이상 막지 못할 때, 셋째, 적자가 지속될 때, 넷째, 상권이 쇠퇴기로 접어들 때라고 말합니다. 장사도 연애와 마찬가지로 머무를 때와 떠날 때를 잘 포착해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 같네요.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