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술’이란 술 안주로 해산물 위주의 요리들을 한정식처럼 한 상 차려내는 마산 특유의 술 문화를 일컫는 말입니다. 요리 솜씨가 좋은 김 사장은 원래 마산에서 조그마한 통술집을 운영, 나름대로 대박을 쳤습니다. 그는 통술집을 찾아보기 힘든 서울에서도 이 좋은 모델이 먹히리라고 확신했습니다. 장사의 무대를 서울로 옮기는 모험을 감행한 것이죠.
마산 가게를 처분한 돈으로 서울에 식당을 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에 사는 조카들을 설득해 조카들 집을 담보로 1억원이 넘는 돈을 은행에서 대출했습니다. 그 돈으로 서울 삼성동 빌딩가 뒷쪽에 있는 가정식 백반집을 권리금 2000만원에 양수했습니다. 가게 건물은 2층 양옥으로 연면적이 270㎡(약 82평)이고 승용차를 2대 주차할 수 있는 마당도 있었습니다. 임차료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300만원.
이 건물은 원래 주택이었던 것을 식당으로 용도만 변경한 것이어서 고급 음식점으로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수리만 좀 하면 통술집을 하기에는 괜찮다고 생각했죠. 권리금과 보증금을 주고 남은 돈으로 집을 용도에 맞게 수리했습니다. 통술은 요리 종류가 많기 때문에 1층 주방에서 2층으로 음식을 올리는 설비를 새로 들이고 인테리어·아웃테리어도 새로 고쳤습니다.
식자재로 쓰는 해물은 마산에 있는 수산물 가게에서 매일 새벽 고속버스로 보내줬습니다. 4인분 요리 한 상의 가격이 10만원이었습니다. 그래도 해물이 신선하고 음식 맛이 좋은 데다, 새로운 스타일의 음식점이어서 처음에는 장사가 잘됐습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고객이 줄어들더니 3개월 후부터는 월세와 종업원 인건비도 줄 수 없을 정도로 매출이 급락했습니다.
가게를 처분하려고 부동산에 내 놓았는데 몇 달이 지나도록 나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권리금을 한푼도 붙이지 않아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월세가 비싼 게 걸림돌이었습니다. 보증금을 다 까먹고도 월세가 몇 달치 밀렸고, 종업원 월급을 주기 위해 사채를 갖다 썼습니다.
건물주의 임대료 독촉과 사채업자의 빚 독촉, 은행의 이자 독촉 등에 견디다 못해 그는 야반도주를 했습니다. 결국 은행 빚은 조카들이 떠안게 됐고, 월세를 못 내서 건물주에게 식당 비품들을 모두 빼앗겼고, 사채를 갚는 데도 몇 년이 걸렸습니다. 무모한 욕심이 화를 자초한 것이지요.
장사 이론서인 ‘베스트매칭전략’을 펴 낸 정재수 ‘정재수사업연구소’ 대표는 이 사례에 대해 “이 가게가 장사가 안 된 주된 원인은 상품과 가게의 매칭이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한 상의 가격이 10만원이나 되는 요리집에 일반 회사원들은 자주 갈 수 없습니다. 주택을 개조한 가게라서 중요한 손님을 접대하기에는 가게의 품격이 너무 떨어지고, 멀리서 오는 고객들을 단골로 만들기에는 주차장이 너무 협소합니다. 요리 가격을 낮춰서 고객들이 더 많이 오게 하고 매출을 늘리더라도 테이블 수와 영업시간이 적어서 월세와 인건비를 맞추기도 어렵습니다. 상품, 가격, 고객성향, 입지, 매장구조, 영업방식 등 장사의 모든 요소들이 잘못 매칭된 것이란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식당 경영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