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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매출이 무려 7400만원"…놀라운 '인플루언서 효과' [이미경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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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보다 효과 좋다"
대기업 러브콜 받는 인플루언서

라방 시장 규모도 올해 8조원으로
글로벌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 규모 22조원
신세계면세점, '빅모델' 대신 인플루언서 마케팅

인플루언서 마케팅 기반 브랜드 '인기'
마뗑킴, 올해 매출 1000억원 넘을 듯

'팻투바하' 파워블로거에서 신세계 상무로
주요 MCN 매출액도 고공행진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2월 뷰티 인플루언서 이사배 씨와 협업해 새 브랜드 ‘투슬래시포’를 론칭한 건 뷰티업계의 화젯거리였다. 기술력, 마케팅 역량 등 모든 분야에서 국내 최고란 자부심이 강한 아모레퍼시픽이 인플루언서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면서까지 협업을 펼친 건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는 출시 초기 일부 고객들이 모든 품목을 싹쓸이하는 일이 벌어졌다.

SNS상에서 팬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이처럼 일개 자영업자 수준을 넘어 유통의 판을 흔드는 업계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코로나 창궐을 기점으로 시작된 라이브커머스(라방) 시장의 성장세는 이런 흐름을 가능케 한 핵심 요인이다.

2일 이베스트증권에 따르면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하는 국내 라방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원 수준에서 올해 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라방은 인플루언서의 인기가 높아지며 함께 성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 만의 현상도 아니다. 글로벌 마케팅 분석업체 인플루언서마케팅허브에 따르면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전 세계 마케팅 시장은 2016년 17억달러(2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164억 달러(21조8000억원)로 커졌다.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유통업계에선 상품기획에서부터 마케팅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인플루언서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올해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빅모델을 기용하는 대신 해외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만 진행 중이다.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을 유인하는 데엔 국내 연예인보다 현지 인플루언서를 내세우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면세점들이 2020년 코로나19로 최악의 부진을 겪은 뒤 올해 ‘부활’에 절치부심 중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승부수란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플루언서들은 유통시장에서 마케팅을 넘어 기획·개발 등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든 단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통 대기업들이 인플루언서들에게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는 건 이들이 미치는 영향력이 판을 뒤흔들 정도로 막강해졌다는 점이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 입증됐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창궐을 계기로 SNS의 파급력이 이전에 비해 훨씬 커지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강해졌다.

올해 초 30억 달러(약 3조9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640억 달러(83조87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세계 최대 중국 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쉬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쉬인은 2010년대 초반부터 이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시작했다. 지금은 2316만명의 인스타 팔로어 등을 활용해 전 세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잡았다.
◆마케팅 효과 톡톡


최근 국내 유통업계에서 인플루언서들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채널은 TV홈쇼핑이다. 홈쇼핑 업체들은 쿠팡 등 e커머스 강자에 밀려 입지가 갈수록 축소됨에 따라 ‘콘텐츠 커머스’를 미래 먹거리로 밀고 있다. 업계에선 ‘예능·드라마의 형식을 빌려 자연스럽게 물건을 판매하는 콘텐츠 커머스엔 스토리텔링에 능한 인플루언서가 제격’이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GS샵이 론칭한 뷰티 브랜드 ‘티르티르’, ‘블랑두부’는 모두 인플루언서들이 제품 개발에서부터 프로그램 진행에까지 참여한 브랜드다. 두 브랜드의 매출(방송시간 1시간 기준)은 일반 뷰티 상품보다 30%가량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방송법 적용을 받지 않아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비교적 덜한 라이브커머스(라방)에선 인플루언서와 협업한 브랜드의 성과가 더욱 눈에 띈다. GS샵의 라이브커머스 ‘샤피라이브’에서 지난달 판매한 ‘라비앙’의 스킨케어 제품은 방송시간 1시간 동안 주문금액이 7400만원에 달했다. 라비앙은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16만9000명 보유한 인플루언서 박현선 씨가 론칭한 브랜드다.
◆제도권에 속속 편입

일부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대기업과 협업하는 수준을 넘어 이들을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거나, 아예 스카우트돼 대기업에 자신의 1인 마케팅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한다. 2015년 네이버 블로그 마켓을 통해 패션장사를 시작한 김다인 마뗑킴 대표는 12만7000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그는 SNS를 통한 시장조사와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2018년 론칭한 마뗑킴을 지난해 매출 5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급속한 경기둔화로 인해 패션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도 올해 1000억원을 훌쩍 웃도는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계에서는 ‘마뗑킴 현상’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김범수 SSG닷컴 상무는 미식 인플루언서 ‘팻투바하’로 활동하다 2011년 신세계그룹에 영입됐다. 2020년부터는 SSG닷컴에서 큐레이션 담당 상무로 근무 중이다. 프리미엄이나, 최신 유행하는 상품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노티드’ 등 유명 카페 디저트 상품을 SSG닷컴에 입점시킨 것도 김 상무다.

이처럼 인플루언서의 전문성이 강화되고 활동영역이 넓어지며 이들의 소속사 역할을 하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의 ‘몸집’도 커지고 있다. 샌드박스 네트워크의 지난해 매출은 1462억원으로 전년(1075억원) 대비 36.0% 늘었다. 유아동 콘텐츠 전문 MCN인 캐리소프트의 매출액은 같은 기간 67억원에서 101억원으로 50.8% 증가했다.
◆‘시니어 시장’도 커질 듯
유통업계에선 인플루언서 시장이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라방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자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게 첫 번째 이유다.

유튜브는 지난해 플랫폼 이용자가 영상을 통해 손쉽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유튜브쇼핑’을 선보였다. 라방 제작자가 영상에 제품 상세정보·결제 페이지 링크할 수 있는 기능도 적용했다. 시청자가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때 별도의 검색 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편의성을 높여 구매전환율(시청자 중 실제로 물건을 구매한 사람의 비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고령층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활용도가 높아진 것도 인플루언서들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70세 이상 인구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이용률은 2019년 47.1%에서 지난해 82.4%로 급상승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나이 많은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시니어 인플루언서의 활동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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