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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펑크에 재추계까지…뒤숭숭한 기재부 세제실 [관가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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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국세수입 실적이 공개된 지난달 31일 오전. 정정훈 기획재정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4층에 있는 기자실을 직접 찾았다. 지난달에 이어 국세수입 관련 백브리핑을 하기 위해서였다. 세제실의 주무국장이 매달 공개되는 국세수입 관련 백브리핑을 하기 위해 기자실을 찾는 것은 과거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그만큼 지금의 세수 상황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 정책관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올해 세수 결손을 기정사실로 했다. 그는 “경기가 상저하고라고 해도 ‘하고’라는 것이 지금까지 세수 감소 34조원을 다 복구할 수 있다는 건 아니고, 올해 세수 결손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국세 수입은 13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조9000억원 감소했다. 4월 한 달에만 세수 결손이 10조원에 육박했다. 지금 추세라면 5월부터 국세가 지난해와 똑같이 걷히더라도 연간 세수는 세입예산보다 38조5000억원 부족해진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8조원)뿐 아니라 최대 세수 결손을 기록한 2014년(10조9000억원)보다 훨씬 큰 세수 펑크가 불가피한 것이다.

세수 오차는 늘 발생할 수 있지만, 수십조원까지 오차가 나는 건 세수 추계에 큰 허점이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위 관계자는 “통상 20조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는 건 세수 추계작업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앞서 큰 폭의 세수결손이 발생했을 당시 국세 수입이 1998년(67조8000억원), 2014년(205조5000억원)으로 현 수입을 크게 밑돌기 때문에 똑같은 잣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기재부 세제실은 세수 결손 규모는 지난 5월에 걷은 종합소득세와 오는 7월 부가가치세를 받아 봐야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세수 재추계 결과를 오는 8~9월께 공개하겠다는 계획이다.

세수 펑크가 우려됐던 건 이미 작년 말부터다. 당초 세제실은 올 초만 하더라도 재추계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초엔 재추계를 언급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한 발 후퇴했다. 4월 말이 되자 다시 내부적으로 재추계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재추계 결과를 공개할 지 여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한 달 후인 지난 31일엔 세수 재추계 결과를 8~9월께 공개하겠다고 했다.

기재부 다른 부서에선 세제실을 향해 부글부글 속을 끓이고 있다고 했다. 세수 오차가 수십조원이 발생한다는 건 근본적으로 세제실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업무인 세수 추계에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달 실·국장급 인사를 앞두고 세제실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예상되는 역대급 세수 펑크로 인해 예상보다 큰 인사 이동이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에선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반도체 시황 급락에 따른 세수펑크 책임을 세제실에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세제실이 다른 실·국과 세수 재추계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에 대해 세제실 관계자는 “실시간 실적치는 모두 공개되고 있고 내부 재추계도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차관보실이나 예산실 등과 공유가 돼서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따로 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작년에도 세제실은 세수 추계 실패로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올해와 달리 본예산 대비 60조원가량 세수가 더 들어왔기 때문이다.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불필요한 국채 발행으로 안 내도 될 이자를 내고, 대부분을 추경 재원으로 소진하게 된다. 이 때문에 당시 세제실장을 경질하고, 신임 실장으로는 국제금융 분야 잔뼈가 굵었던 윤태식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현 관세청장)이 발탁됐다.

세제실에서 오래 근무한 ‘세제통’들이 오르던 세제실장 자리에 새 피를 수혈한 것이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도 세제실의 폐쇄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세제가 전문적이고 복잡하다 보니 사무관 때 세제 업무 담당자가 과장, 국장이 되면서 다른 실·국에 비해 칸막이가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해 국회에서 세수 추계 실패를 질타하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그 정도 오차가 있는 것은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사과하기도 했다.

오늘의 신문 - 2024.03.28(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