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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文은 두 번씩 했는데…尹 내수대책에 휴일 지정 빠진 까닭 [오형주의 정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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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내수 활성화 대책’
임시공휴일 지정 계획 빠져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는
두 차례씩 임시공휴일 지정

5월8일 어버이날 지정 검토했다가
해외여행 수요 자극 우려에
국내여행 촉진으로 방향 틀어

"10월2일 지정 여부는 아직 검토 안해"



“징검다리 연휴인 5월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국민 사기를 진작하고 관광과 내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2016년 4월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

“추석 연휴와 함께 사상 유례없는 10일간 긴 연휴는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회”(2017년 9월 5일 문재인 전 대통령)

역대 정부에서 ‘임시공휴일 지정’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유력한 수단이었다. 2010년 이후 임시공휴일 지정 사례는 모두 네 번(19대 대통령 선거일인 2017년 5월9일 제외)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8월 14일(금)과 2016년 5월 6일(금) 두 차례 지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7년 10월 2일(월), 2020년 8월 17일(월)을 각각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아직 임시공휴일을 단 한 차례도 지정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제15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발표한 내수 활성화 대책에서도 임시공휴일 등 휴일 추가 지정계획은 빠졌다.

경제계에서는 “임시공휴일의 내수 진작 효과를 고려하면 뜻밖의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임시공휴일 지정이 당일 하루 경제 전체에 미치는 생산 유발액은 4조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1조6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 등은 어버이날인 5월 8일(월)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정공휴일인 어린이날(5월 5일)이 전주 금요일인 점을 감안하면 어버이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최대 4일의 연휴가 가능해진다.

정치권에서도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어버이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는 내용의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고심 끝에 임시공휴일 지정 카드를 접었다. 최근 해외여행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연휴를 늘릴 경우 해외여행 수요만 늘어 자칫 내수 진작 효과를 반감시킬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월 한국의 관광수지는 11억58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 적자였다.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관광객보다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 관광객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해외여행에 나선 내국인 관광객은 630만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은 255만8300만명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하면 이미 과열된 해외여행 수요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것이 정부 판단이다.

한 관계자는 “2016년과 2017년에도 임시공휴일을 지정했더니 방송사 카메라들이 인천공항으로 몰려가 여행객들로 붐비는 모습을 촬영하지 않았느냐”며 “임시공휴일 지정이 해외여행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경우 2017년 10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 이후 추석 연휴기간 해해외여행상품 예약 건수가 전년 대비 105%, 120%씩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임시공휴일 지정 대신 국내 관광 활성화로 방향을 틀었다. 국민 100만명에게 1인당 숙박비 3만원, 18만명에 놀이시설 1만원 등 모두 134만명에게 여행비 할인을 제공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 근로자, 소상공인 등 최대 19만명에는 휴가비를 10만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의 우려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2017년 발간한 ‘연휴가 관광수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공휴일이 하루 더 많아짐에 따라 전체 국민의 한 달 동안 국내여행 지출액 증가분은 약 400억5000만원, 해외여행 지출액 증가분은 146억9000만원으로 각각 추산됐다.

여기에 해외여행 지출액 증가분 중 국내에서 이뤄지는 지출액 증가분(여행상품 구매액 등) 31억7000만원을 감안하면 공휴일 증가로 국내에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는 432억2000만원으로 해외보다 국내 지출이 3.8배 높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5월은 아쉽지만 10월을 기대해보자”는 말도 나온다. 올해 10월엔 추석연휴와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 등이 몰려있어 ‘징검다리 연휴’가 가능하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된 캘린더는 최근까지 10월 2일(월)을 대체공휴일로 잘못 표기하기도 했다.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될 경우 추석연휴와 연계해 최대 6일의 연휴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할지 여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며 “국내 관광 등 내수 활성화 정도, 해외여행 추세 등을 살펴 추가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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