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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켓팅' 신조어까지…할매입맛 사람들 늘자 벌어진 일 [오정민의 유통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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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맛 찾는 할매니얼 트렌드 올해도 이어져
유통가 약과·콩고물 등 반영한 먹거리 선보여

'약과 마니아'인 직장인 이모 씨(27)는 온라인에서 정기적으로 약과를 주문해 먹는다. 과거 동네 떡집, 전통시장이 주 판매처였지만 이제는 온라인 쇼핑으로 편리하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이 씨는 "설 때는 예약이 어려워 '약켓팅(약과와 티켓팅을 합친 신조어)'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밸런타인데이 때도 단골 가게는 한 주 뒤 예약분을 미리 주문받더라"고 말했다.


MZ(밀레니얼+Z) 세대에서 약과 등 옛 먹거리를 즐기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트렌드가 확산하자 기업들이 관련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나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PC삼립은 전통 디저트 브랜드 '대한과자점'을 론칭하고 첫 제품으로 '조청 모약과'를 내놨다.

조청 모약과는 국산 밀과 찹쌀로 만든 숙성 반죽을 튀겨내 국산 조청을 더한 제품이다. 편의점이 주력 판매처고, 향후 온라인 채널 등을 통해 선물세트도 팔 계획이다. SPC삼립 관계자는 "MZ세대에게 약과 인기가 높아져 차별화된 프리미엄 약과 제품을 기획했다"며 "18mm 두께로 튀겨낸 약과에 조청이 깊게 스며들 수 있도록 즙청(약과에 꿀이나 조청을 발라 재우는 과정) 공정을 강화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파리바게뜨도 약과를 타르트로 재해석한 약과 타르트를 선보였다. 타르트 속에 조청으로 만든 시나몬 카라멜 필링을 채운 퓨전 제품을 기획한 것. 앞서 도넛이 주력인 던킨은 지난 1월 설을 맞아 선보인 '허니 글레이즈드 약과'를 상시 판매로 전환했다.

신세계그룹 계열 식품기업 신세계푸드도 지난달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경제적 베이커리' 시리즈 두 번째 제품으로 ‘경제적 약과파이’를 출시했다.


제과업계에선 꾸준히 인기를 끈 스테디셀러 제품에 할매니얼 트렌드를 변주한 제품이 눈길을 끈다. 농심은 지난달 달콤한 옥수수깡에 고소한 콩고물을 더한 '콩고물옥수수깡'을 내놨다. 편의점 CU가 지난달 연세우유와 협업한 '인절미 생크림 컵'은 한 달 만에 30만개 넘게 팔려나갔다.

음료업계에선 팔도 비락식혜 인기가 돋보인다. 지난해(11월 기준) 월평균 판매량이 약 600만개를 기록해 전년보다 월평균 100만개 가량 더 많이 팔렸다. 1993년 출시된 스테디셀러인데 지난해 들어 11월까지 7000만개 팔리며 누적 판매량 18억개를 돌파했다. 올해 들어서도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며 누적 판매량이 19억개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매니얼 유행은 최근 판매 동향과 카드 결제 동향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서 할매니얼 대표상품 약과의 올해(29일 기준)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7% 뛰었다.

떡·한과류는 지난 4년간 디저트업종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꼽히기도 했다. KB국민카드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디저트 전문점의 신용 및 체크카드 매출과 신규 가맹점 비중을 분석한 결과,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디저트 전문점은 66%를 기록한 '떡·한과'였다. 같은 기간 와플·파이(65%), 아이스크림·요거트(36%), 도넛(29%), 케이크(7%) 전문점의 매출증가율을 제쳤다. 디저트 전문점 내 떡·한과 매출 비중은 2019년 22.7%에서 지난해 25.7%로 상승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할매니얼 푸드는 MZ세대에겐 이색 경험을, 기성세대에겐 추억을 떠올리게 해 당분간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쏟아지는 유통업계의 다양한 이야기를 맛보기 좋게 한입거리로 잘라 담았습니다. 유용하게 맛보는 [오정민의 유통한입], 같이 한입 하실까요?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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