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중고 내놔도 안 팔려요"…당근마켓 거래도 꺼리는 이유 [신현보의 딥데이터]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업계 1·2위 당근마켓·번개장터 사용자↓
당근마켓 20대·60대 사용자 급감해
"경제 위기 반영…짠테크·미니멀리즘 대세"


고물가에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중고 거래 시장도 하락 추세다. 중고 거래 앱 사용자 수 감소로 관련 기업들의 고민도 늘어가는 가운데, 예전만큼 물건을 올려도 잘 팔리질 않는다는 사용자들의 후기도 잇따르고 있다.
중고 거래도 줄이는 소비자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급상승했던 중고거래 앱 시장 사용자 수가 최근 하락 국면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대체로 1000만명대에서 1100만명대선 사이에서 움직이던 업계 1위 당근마켓의 주간 활성 사용자 수(WAU, 안드로이드+iOS)는 고물가 위기가 시작된 하반기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에는 대학교 개강과 초중고교 개학이 맞물린 3월 1주차 때를 제외하면 내내 900만명대 중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1년 사이 WAU가 100만명 정도 빠진 것이다.

2위인 번개장터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2년 전 2021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160만명까지도 웃돌던 WAU는 이후 내림세를 보이더니 최근에는 120만명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장 최근 지표인 3월 3주차 지표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당근마켓 WAU는 4.4%가 빠졌고, 번개장터는 19.0%가 빠졌다.



이처럼 중고 거래 시장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고물가·고금리 등 여파로 경기 하락 국면에 지갑 사정이 안 좋아진 소비자들이 중고 거래까지 꺼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20대가 주축을 이루는 번개 장터와 달리 20~40대까지 연령대별 분포가 고른 당근마켓에서는 경제 위기에 취약한 취업준비생과 은퇴자가 밀집한 20대와 60대 이상의 WAU 낙폭이 두드러졌다. 3월 3주차 당근마켓의 20대 WAU는 전년 동기 대비 11.5% 떨어져 가장 많이 하락했고, 뒤이어 60대 이상이 8.7% 감소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대와 60대는 경제적 여력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없는 계층이기 때문에 이들의 사용자 감소세는 경제 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재택근무가 끝나고 사무실 출근이 재개된 영향으로 30대와 50대 WAU도 약 2%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것은 40대가 0.01%로 유일했지만 늘었다기 민망한 수준에 그쳤다. 그동안 사용자 수가 급증하는 와중에도 수익성에 대한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됐던 당근마켓으로는 또 하나의 숙제를 안게 된 모습이다.


번개 장터는 업계 2위긴 하지만 당근마켓과 사용자 수 격차가 크고, 지난 2021년 서비스를 브랜드, 취향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WAU 하락 폭이 클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시적 하락세'라는 시선도 나온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일부 내림세는 경기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 쇼핑 앱 전체 순위에서 쿠팡 다음 순위에 중고 거래 앱이 차지하는 등 중고 거래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번개장터의 안전 결제 거래액은 올해 3월에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으며, 올해 1분기의 앱 일간 활성 사용자수(DAU) 평균치는 전 분기 대비 약 1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번개장터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낙폭이 컸던 만큼 기저효과로 인해 올해 1분기 상승세가 다소 감지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용자는 "물건이 안 팔려요"
경제 위기의 바람이 중고 거래 시장까지 부는 가운데,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물건을 올려도 팔리질 않는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A씨는 "중고 거래가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부담이 상당히 적어서 많이 애용해왔다"면서 "예전에는 무언가 올리면 연락이 잘 와서 바로 팔고는 했는데, 최근 팬데믹 때 샀던 물건 중 필요 없는 물건들을 다시 되팔려고 올려두니 연락 하나 안 온다"라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남성 B씨도 "물가 때문에 밥 사 먹는 것도 아끼는 마당에 중고 거래마저 잘 안되는 것 같다"면서 "판매 리스트에 올린 물건들이 집에서 그냥 무한 대기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 때 '중고로 살 물건들은 살 만큼 샀다'는 기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경기 여파로 '짠테크'(짠돌이+재테크), '미니멀리즘'이 인기라는 점도 중고 시장 인기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2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