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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만원 시골 아파트 왜 사냐?" 핀잔…"이젠 용돈 벌어주죠" [방준식의 N잡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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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애니웨어 호스트 활동중인 김선주씨
남편 빚 갚느라 밤낮 없이 일해 몫 돈 모아
동해 바다 보이는 아파트로 단기임대
"매달 100만원 수익…작지만 큰 도전"

전재산이 원룸 보증금 300만원 밖에 없던 적이 있었어요. 남편 빚을 갚느라 밤낮으로 △출판사 직원 △닭갈비 식당 △약국전산원 △유치원 교사 △조리원 △간호조무사 △영어유치원 원장까지 안해본 일이 없었죠. 그러다 53살의 늦은 나이에 4천만원을 주고 두번째 집을 샀어요. 처음에는 다들 말렸죠. 제가 워낙 겁쟁이거든요. '그 돈으로 시골집을 왜 사냐?'라는 말도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 집은 복도에서 동해 바다가 보이는 곳이었어요. 한 눈에 반했죠. 그렇게 한달살기 단기임대업에 도전을 했습니다. 이제는 매달 100만원씩 용돈을 벌어다 주는 효자죠.


은퇴를 앞둔 이들의 목표는 임대업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집 한채를 얻는 것이 목표였던 한 호스트는 어느새 은퇴를 앞두고 생애 두번째 집을 얻었다. 유튜브로 부동산과 경매 공부를 한다고 했을때 질책하던 이들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어느새 은퇴후 제2의 인생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리브애니웨어에서 한달살기 호스트로 활동 중인 '하고싶은대로'(김선주·56)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리브애니웨어에서 3년차 한달살기 호스트로 활동중인 '하고싶은대로'(김선주·56)입니다. 굉장히 많은 일들을 했었죠. △서울 출판사 직원 △닭갈비 식당 운영 △약국전산원 △영어유치원 교사 △단체급식조리원 △중소병원 수술실 간호조무사 △영어유치원 원장까지 쉴 틈 없이 일했어요. 최근 55개월 동안 근무한 영어유치원도 퇴직해서 정말 이름처럼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싶은 소망을 담아 닉네임을 지었어요."

Q. 어떻게 처음 호스트를 하시게 됐나요.
"전 저만의 집을 갖는 것이 소원이었어요. 남편 사업이 파산후 빚 갚느라 원룸 보증금 300만원이 전부였죠. 시골에서 낮에는 병원 조리원으로 밤에는 학원에서 공부를 했죠. 어느새 남들이 볼 때는 적어 보이겠지만 저한테는 큰 몫 돈이 모였어요. 그 돈으로 생애 최초로 작은 집을 마련했죠. 이후 자신감이 생겨서 경매에 뛰어 들었어요."

Q. 경매를 공부하셨나요.
"부동산 유튜브 강의를 봤죠. 바닷가 허름한 단독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낙찰 받아 셀프 인테리어를 해서 임대업을 하는 내용이었어요. 그러다 강릉 주문진 아파트 7채가 한꺼번에 경매 물건을 나온 것을 봤습니다. 기대감에 부풀어 임장을 다녀왔지만 패찰을 했죠. 그러다 몇달후 매매 물건이 나왔더군요. 기존 경매 물건보다 층도 높고 복도 끝 집인데다, 발코니 복도에서 모두 해변이 보였죠. 그렇게 53살의 늦은 나이에 두번째 집을 마련했습니다."

Q. 임대업에 도전하셨군요.
"소형 아파트로 셀프 인테리어를 끝내고 게스트를 받으려고 알아보니 단기임대로만 운영 가능하더라구요. 주말 임대 뿐만이 아니라 최소 일주일에서 평균 15박 이상 거주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업으로 하기에 청소나 관리가 간편했죠."



Q. 호스트 일과를 소개해 주세요.
"가장 큰 업무는 청소입니다. 여행 당일이나 전날 밤에 예약하는 분들도 많아 곧장 청소를 해야하죠. 보통 예약할때 보증금(20만원)을 받아두는 데, 전기 가스 수도 등 1일 6000원으로 책정해 체크아웃 이후 관리비를 빼고 환불을 해야 합니다. 계절마다 침구나 인테리어 트렌드들이 바뀌어서 새롭게 세팅을 하기도 하죠."

Q. 예약 관리가 힘들지 않나요.
"앱으로 △예약 확정 △체크인 3일전 △체크인 당일 이렇게 3번 알림이 와요. 미리 안내 문구를 작성해 놓고 내부 사진들과 함께 게스트들에게 전송하고 있어요. 체크아웃 당일에는 침구 세탁과 청소 정리에는 4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세상 모든 일에 늘 그렇듯 예상과 현실은 다를 때가 종종 있어요. 거주하는 곳과 숙소가 1시간 거리입니다. 예약이 연이어 들어오는 날이면 퇴근후 밤늦게 숙소로 가서 청소를 하면 자정이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죠. 그러다 예약이 없어 공실이 되면 수익이 나지 않을까 마음을 졸인답니다. 이제 18개월을 운영하다보니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숙소 컨디션 관리가 관건이겠군요.
"숙소는 청결이 생명입니다. 무조건 집안 전체의 살림살이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점검해야 해요. 청소를 외주로 주는 호스트들도 있지만, 아직 한곳 뿐이라 직접 하고 있어요. 공간을 꾸미고 정리하는 것도 즐거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게스트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대부분 카톡으로 응대를 해서 더욱 친절하게 대하려고 합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듯' 혹시라도 제 뜻이 잘못 전달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있죠. 종종 물건을 두고 가시는 분들은 택배로 보내드리고 있죠.(웃음) 깨끗하게 숙소를 사용하고 가신 계스트분이나 잘 머물렀다고 감사편지를 남기고 가시는 분들께는 저도 감사한 마음을 담아 커피 쿠폰 등을 보내드리고 있어요."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한 달 살기로 예약이 들어온 달에는 90만원의 임대수익이 되고요. 보름 살기나 일주일 살기는 더 적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름 살기와 일주일 살기로 나누어져도 한 달이 모두 예약으로 가득 찬다면 월 100만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아파트 매매가 4700만원 중에 절반 정도는 대출입니다. 인테리어는 셀프로 했기 때문에 초기 비용은 320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게스트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처음에는 게스트들이 20대 여성이 많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숙소를 운영하면서 보니 20대에서 70대에 이르기까지 연령도 다양하고 성별도 다양해서 좀 놀라웠고요. 특히 전 직장을 퇴직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기 전에 쉬어가는 휴식처로 저희 숙소를 예약하셨던 분들이 꽤 많으셔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공간이 된 것 같아 보람이 됐습니다."

Q. 퇴직자나 제2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5도2촌이라는 말도 있듯 소득이 높아질수록 휴식과 여행에 대한 니즈는 높아지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퇴직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퇴직 전에 세컨드하우스를 준비하실 수 있다면(자기 소유가 아닌 전전대의 형식으로 운영하는 호스트도 계시긴 합니다만) 좋죠. 나와 가족들 친척들에게도 쉴 곳이 되기도 하고요. 월급 외에 또 다른 수입처를 준비한다면 퇴직 시점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청소나 관리를 핑계로 여행을 떠나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답니다.(웃음)"

Q.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도 있을까요.
"그동안 일에 치여 살다 닉네임처럼 '하고싶은대로' 해보자 하는 마음에 도전했어요. 단기임대를 통한 소득도 감사하지만 지역적인 특성으로 인해 매매가가 오르기도 해 기쁨이 두배죠. 지금은 동해 영진해변에 한 채만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은퇴를 해서, 앞으로는 서해와 남해 등 다른 지역에도 단기임대를 위한 장소를 더 준비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나마 희망의 글이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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