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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폐 후 재상장?…한화솔루션의 인적분할이 찝찝한 까닭 [심성미의 증시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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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화솔루션은 종속회사인 한화갤러리아의 인적분할 준비가 마무리됐다는 공시를 냈습니다.

한화솔루션은 한화갤러리아를 인적분할로 떼어낸 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킬 계획입니다.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내달 13일 열리고, 분할은 3월1일, 재상장은 3월31일에 진행됩니다.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구조 재편의 일환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입니다. 지난해엔 한화솔루션의 첨단소재 부문을 물적분할해 한화첨단소재를 설립, 소수지분을 사모펀드(PEF)에 처분하기도 했습니다.

복잡했던 사업구조를 에너지 사업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이 작업을 두고 향후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 가치가 더욱 부각될 것이라는 호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증권가 일각에서는 한화솔루션와 한화갤러리아의 인적분할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약 3년전인 2020년 4월 한화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상장폐지하고 한화갤러리아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킨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대전·충청 지역에서 입지가 탄탄한 갤러리아 백화점 타임월드를 운영하고 있는 법인입니다.

한화는 당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상장폐지시켜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 "대전, 충청 지역 매출 1위 백화점 위상 수성을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업의사 결정을 간소화시키고 경영활동의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상장폐지 과정에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거셌습니다. 상장폐지를 위해 사측이 내세운 공개매수가(주당 2만6000원)가 너무 낮다는 불만이 컸습니다. 하필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시점에 상장폐지와 공개매수를 결정했다는 것이죠.

백화점 사업만 하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2015년 7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하면서 주가는 한 때 22만원대까지 올라섰습니다. 개인 투자자들도 잇따라 투자에 뛰어들었죠.

그러나 시장 경쟁 심화,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 등으로 고전을 거듭하면서 면세점 사업에서 큰 손실을 냈습니다. 손실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2만원대까지 내려앉았습니다. 결국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면세점 사업을 접었습니다. 적자 사업을 정리한다는 소식에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던 소액주주들은 하필 주가가 바닥을 기던 시점에 결정된 상장폐지에 크게 반발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대주주의 계획대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상장폐지되고 한화갤러리아의 자회사로 편입됐습니다.

그런데 한화솔루션은 3년만에 다시 한화갤러리아를 분할, 재상장시켜 시장의 투자자금을 받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이같은 결정은 그룹 내 승계 계획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시장의 분석입니다. 업계에서는 향후 승계 과정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태양광·방산·화학부문,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한화생명 등 금융부문,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가 호텔·리조트·유통부문을 각각 관할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이를 위해 한화솔루션에 붙어있던 유통사업을 쪼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당시 헐값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뺏겼던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소액주주들은 이번 한화갤러리아의 재상장을 지켜보면서 씁쓸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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