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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에겐 커피도 사치"…집 밖 무섭다는 청년 '수십만명' [신현보의 딥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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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30세대 '쉬었음' 인구 65만명
전월 대비 10% 증가…"원하는 일자리 없다"
한국에서도 '은둔형 외톨이' 61만명
尹정부서 실태조사…지원책 시간 소요

"카페요? 요즘 커피 한 잔이 예전 밥값 수준인데 어떻게 카페를 가요. 백수에게는 사치입니다. 명절이든 아니든, 제게는 집 안이 제일 안전해요."

설 연휴 계획을 묻자 '방콕'(방에 콕 박혀있기)이라고 답한 취업준비생 김모씨(29)는 한숨을 내쉬었다.
고용 한파가 매서워지면서 김씨와 같이 집에서 두문불출(집에만 있고 바깥출입을 안 한다는 뜻)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물가까지 크게 오르면서 이들의 외출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유 없고 그냥 쉬었어요"…2030만 65만명
23일 통계청의 '2022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 분석'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 중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쉬었다'는 20~30대 청년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 약 65만명에 달했다. 이는 전월 대비 10% 급증한 수치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으나 별다른 이유 없이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공식 실업률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잠재적 실업자로 간주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후 급증했던 이 인구는 2021년에는 74만명까지도 늘어나는 달도 발생했으나, 지난 5월 이후 경기 회복세에 58만명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하반기로 갈수록 글로벌 경기 위기가 불거지면서 최근에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통계청이 매년 8월 실시하는 부가 조사에서 건강상의 이유를 제외하고 이들이 그냥 쉬었다는 주된 사유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가 꼽히고 있다.

특히 고용지표가 경기 후행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버텨야 하는 고용 한파는 더 매서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경상수지는 6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3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 수지가 15억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정보기술(IT) 업황 부진으로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이 감소했고, 에너지 수입은 늘면서 상품수지는 2개월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국의 '히키코모리'는 61만명…"실직·취업 때문"
계속되는 고용 한파에 일본에서 시작된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국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18일 서울시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나오지 않고 고립·은둔한 채 살아가는 청년이 서울시에만 1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따져보면 4.5%였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서울시에 살고 있는 만 19~39세 청년 5513명 및 청년 거주 5221가구를 대상으로 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병행한 결과다. 전국 청년으로 대상을 넓히면 그 수는 61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서울시는 '고립'은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 상태에 놓여 최소 6개월 이상 이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로 봤다. 또 '은둔'은 외출이 거의 없이 집에서만 생활한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계속되고, 최근 한 달 내 직업 구직 활동이 없는 경우로 규정했다.

청년들이 고립과 은둔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실직과 취업의 어려움'(45.5%) 때문으로 나타났다. 고립·은둔 청년의 55.6%는 거의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했고, '1년 이상~3년 미만'(28.1%), '3년 이상~5년 미만'(16.7%), '10년 이상'(11.5%) 고립·은둔한 경우도 상당했다.

최근에는 물가까지 크게 오르면서 청년들의 고립과 은둔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가 5.1% 올라 외환 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고립·은둔 청년을 '취약 청년'으로 분류하고 맞춤형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한 바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해 7월 18일부터 8월 26일까지 고립·은둔 여부 식별 등 '청년(만 19~34세) 삶 실태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다만 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정부 차원의 정교한 지원책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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