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생산자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우유 공급 거부' 등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우유 수급을 조절하는 기관인 낙농진흥회를 정부가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에 반발해서다. 협회 농가들의 집단 공급 거부가 현실화하면 설 이후 우유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낙농가들이 이같은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정부가 우유 가격결정구조 개편을 위해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생산비와 물가에 연동돼 자동으로 우윳값이 오르는 구조의 원유가격 생산비연동제를 폐지하고 용도별로 가격을 달리하는 차등가격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생산비에 연동돼 현재 L당 1100원까지 오른 우유 원료 가격을 가공용에 한해 800원 선으로 낮추고 정부가 일부 차액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원유가격연동제가 물가와 생산비가 오름에 따라 인상되는 구조라 수요 측면을 반영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제도 개편을 추진한 것이다. '생산비 연동제'는 우유 공급이 부족하던 시절 생산을 늘리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지금의 형태는 2013년 갖춰졌다. 하지만 음용유 수요가 감소하는데도 생산비에 따라 원윳값이 올라가면서 유제품 수입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될 경우 수입 치즈 대비 국산 가공용 원유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우유 자급률이 현재 48%에서 50%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방안의 수정안을 통해 가공유와 음용유 물량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산자 단체의 의견을 일부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낙농육우협회 등 생산자 단체는 법률적으로 낙농진흥회의 공공기관 지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날 협회는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받았다며, 낙농진흥회 총 수입액 중 순수 정부보조금은 8억원으로 전체 수입액(5409억원)의 0.1%에 그쳐 공공기관 지정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여기엔 현금흐름과 무관한 수입액과 정부 또는 민간 자금 단순지원은 제외했다고 덧붙였다.
1997년 전부개정된 낙농진흥법에서 원유의 수급과 가격은 민간이 자율결정토록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도 근거로 제시됐다. 정부의 이사회 개의 요건 변경은 생산자의 유일한 교섭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지금은 정부가 시장원리에 맞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지만 향후 정치적 상황 등에 따라 다시 생산비 연동제를 추진하는 등 정부 입맛에 따라 우유 가격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정부가 포퓰리즘성 정책으로 전기·가스료 등의 인상을 막으면서 미래세대에 큰 부담을 물려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우윳값도 정부가 정해주게 된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올해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의 목록과 수 등을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낙농진흥회의 공공기관 지정여부와, 생산자들의 우유 공급 중단 투쟁 지속 여부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