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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용 대출규제' 직격탄 맞은 가계…은행은 '돈잔치' [김익환의 외환·금융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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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용 대출규제 부메랑
정부 여당, 부동산 안정 총공세
금융위 대출 규제 도입

대출금리 오름세 이어져
은행 사상 최대 실적 행진
가계 이자비용 급증


신용대출 금리가 1년 사이에 1.8%포인트 가까이 뛰는 등 대출금리가 매섭게 오르면서 가계의 살림살이도 한층 나빠지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면서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여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한 대출규제를 꺼내들면서 애꿎은 가계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규제 영향...은행 ‘돈잔치’
한은이 26일 발표한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달 연 3.46%로 전달보다 0.28%포인트 올랐다. 2019년 5월(연 3.49%) 이후 최고치다. 사상 최저인 작년 8월(연 2.55%)과 비교해 0.91%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각각 1.76%포인트, 0.87%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금리 오름세는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연 3.58~4.954%다. 올 1월 1일(연 2.5~4.054%)과 비교하면 상·하단이 1%포인트가량 뛰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는 연 3.4~4.63%로 올해 초(연 2.65~3.92%)와 비교해 0.8%포인트가량 올랐다.

한은이 지난 8월에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으로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을 시사한 결과다. 기준금리가 뛰면서 시장금리도 급등했다. 3년 만기 국고채(국채) 금리는 작년 8월 5일 연 0.79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연 2% 안팎까지 상승했다. 최근 국채 금리의 경우 현재 연 1.0%인 기준금리가 연 1.5~1.75%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선제적으로 반영됐다. 기준금리 인상 선반영으로 ‘오버슈팅(일시적 폭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대출금리 상승폭은 국채 금리 상승폭마저도 웃돈다.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가 추가로 대출금리에 반영된 결과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간 5~6% 선에서 묶는 총량 규제를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규제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어서다. 당국 규제에 우대금리를 깎고, 가산금리를 높인 은행들이 늘었다.

당국의 대출규제는 은행들의 ‘돈 잔치’로 이어졌다. 이자수입이 대폭 늘어난 결과다. 신한금융은 올 3분기 누적으로 당기순이익이 3조5594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0.7% 늘었다고 발표했다. KB금융도 같은 기간 3조7722억원으로 31% 늘었다. 올해 두 회사는 사상 처음 연간 순이익 기준 ‘4조 클럽’에 진입할 전망이다.
가계 대선용 대출규제에 ‘직격탄’
대출금리 상승으로 은행과 가계의 희비는 엇갈렸다. 은행의 ‘돈잔치’ 와중에 가계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지고 있어서다. 한은 가계대출 자료 분석치를 보면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국내 가계의 총 이자비용은 12조원가량 불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자영업자도 직격탄을 맞는다.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5조2000억원가량 불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은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다. 한은이 내년 1~2월에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결과다. 금융계에서는 내년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6%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1월과 7월에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한층 강화하면서 실수요자도 자금조달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당국의 대출 규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집값을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 목적으로 도입한 대출규제가 가계 살림살이를 갉아먹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CLSA 한국법인 폴 최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출 규제의 목적은 대선 직전까지 부동산 가격 급등을 막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돈줄’을 죄면서 가격 급등을 막으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를 비롯한 ‘옥죄기 모드’는 내년 3월 대선 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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