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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코'는 잊어라…BMW 야심작, 보조금 0원에도 뜨거운 반응 [신차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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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아의 신차털기 21회
BMW iX x드라이브40 타보니


2014년 출시된 i3 외에는 별다른 전기차 신차가 없었던 BMW가 무려 1억원대 대형 럭셔리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올 초부터 전기차 신차 경쟁에 뛰어든 벤츠, 아우디, 현대차그룹 등 타 업체들에 비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고가라 보조금도 한 푼 받지 못하지만 4개월간 진행된 사전 예약에서만 2200대를 기록했을 정도다. 비슷한 크기의 X5가 올해 4800대가량 팔린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 수치라는 평가다.

지난 23일 인천 영종도 BMW드라이빙센터에서 경기 파주 헤이리 마을 한 카페까지 왕복 170km 구간을 시승했다. 시승차는 iX x드라이브 40. x드라이브50보다 한 급 낮은 모델이다.

차 크기는 꽤 컸다. 전장·전폭·전고가 각각 4955·1965·1695mm로 전장이 5m에 육박하는 현대차 팰리세이드(전장 4980mm)에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늘 비교되는 X5보다 전장은 3cm 정도 길고 전폭은 비슷하다. 전고는 X6와 동일하며 X5보다는 5cm 더 낮다. 휠은 22인치 타이어가 쓰였다.
덩치 큰데 참 잘 달리네
덩치는 크지만 가볍게 잘 달린다. 부드러운 주행 질감이 럭셔리카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기존에 단단하면서 역동적인 주행을 선사하던 BMW 차량과는 살짝 대비되면서도 색다른 모습이었다. 이 차의 최대 출력은 326km, 최대 토크는 64.2kg·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4.6초 만에 도달한다.

무엇보다 기본으로 설정된 회생제동량이 많지 않아 급가속 및 급감속하는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이 적다. 다만 기어 설정 드라이브(D)에서 B로 한 번 더 바꾸면 회생제동 단계가 세져 '원 페달 주행'도 가능하도록 설계해 놨다. 앞차와의 간격을 고려해 알아서 감속 혹은 가속하는 '어댑티브 회생제동 기능'이 탑재돼 기본 설정으로도 어느정도 '원 페달 주행'이 가능하지만, 그보다 훨씬 브레이크 사용 정도가 줄어든다.

고속에서의 안정성도 뛰어나다. 계기판을 확인해야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될 정도다. 소음도 없어 더 그렇다. 가속 시 들리는 작곡가 한스 짐머와 공동 개발한 전기차 사운드는 주행 재미를 더한다.

다만 브레이크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밟아야 제동되는 경향이 있다. 도심 주행에서는 미리 밟고 있어야 안전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승차감은 BMW 특유의 단단함이 느껴지나 충격이 몸으로 전달되진 않는 편이다.
라인 최소화 디자인으로 미래차 분위기 '풀풀'

전반적으로 외관은 파팅라인과 캐릭터라인을 최소화해 일체감 있게 느껴졌다. 덕분에 전기차다운 미래적 분위기도 난다. 공기역학적 설계를 위해 도어 오프너까지 안쪽으로 숨겨 놔 매끈하게 설계됐다. 실제 iX의 공기저항계수는 0.25 수준으로 '4 시리즈 쿠페' 모델과 비슷하다. 슬림한 헤드램프와 하단부 블랙 하이글로시 에어인테이크는 강인하면서도 날렵한 인상을 더한다.

'돼지코'라 불리기도 하는 수직형 키드니 그릴은 아직도 익숙하진 않다. 이 그릴에는 카메라, 레이더 등 각종 센서가 심어져 있다. 워셔액으로 카메라 렌즈를 청소하는 기능과 겨울철 서리가 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열선 기능도 함께 들어가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브랜드 최초의 육각형 스티어링휠과 큼직한 디스플레이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육각형 핸들은 주행 중 디스플레이가 손과 핸들에 가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됐다. 개인적으론 크게 느껴졌지만 계기판 시야 확보에는 유리한 측면은 있었다. BMW 핸들 특징인 묵직함은 여전했다.


실내는 고급스러운 깔끔함으로 요약된다. 브라운과 와인색을 섞어 놓은 듯한 시트 색상, 크리스탈로 제작된 i드라이브 컨트롤러, 시트 조작 버튼 등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도어 오프너도 버튼식으로 바뀌었지만 혹시나 있을 사고에 대비해 수동 버튼이 도어 하단 쪽에 마련돼 있다. 뒷좌석 탑승자를 확인할 수 있는 실내 카메라 기능이 탑재됐으나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시트 내 스피커를 장착하는 등 필수적 기능 외의 것들은 최대한 숨겨놔 군더더기 없다는 느낌이다. 공조장치를 포함한 센터페시아 부분도 한층 간결해졌다. 공조 기능은 디스플레이에서 조작 가능한데 인터페이스가 복잡해 주행 중 조작하기엔 다소 부담스럽다.


차급을 감안하면 2열 레그룸과 트렁크 공간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프렁크(프론터+트렁크) 공간도 없다. 다만 2열을 '풀폴딩'하면 꽤 넓은 공간이 확보된다. 차박(차량+숙박) 시 활용성은 충분할 것으로 판단된다.
불편한 내비는 '옥의 티'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을 들여오는 등 진화하려는 노력은 분명 보인다. 건물, 도로 등 현실과 유사하게 옮겨 놓은 그래픽 디자인은 국내 내비게이션보다 훨씬 낫다. 그러나 오히려 이 때문에 직관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국산 내비게이션과 달리 다음 경로 안내를 표시해주는 기능이 없다. 우회전·좌회전 상황이 다 되어서야 나오는 음성 안내에 의존해야 하는 식이다. 그나마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조그맣게 다음 안내에 대한 정보가 표시돼 있어 다행이다. 내비게이션이 제멋대로 화면을 크게 키웠다가 줄였다가 하는 점도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요소다.

짧은 주행거리는 한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x드라이브40의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 313km에 그친다. 주행 중 평균 전비는 4.4km/kWh로 공인 복합전비(3.9m/kWh)보다는 높게 나왔다.

약 3시간 주행 이후 배터리 용량은 80%에서 39%로, 주행거리는 285km에서 127km까지 줄어있었다. 열선과 히터를 작동하면서 주행했던 점을 감안해도 아쉬운 효율이다. 장거리 주행용으로는 확실히 무리가 있어보였다.

"가격과 주행거리에 초점을 맞춘 다른 전기차와 다르다"며 럭셔리 전기차로서 승부를 보겠다는 게 BMW의 생각이지만, 주행거리는 전기차 구매를 앞둔 소비자들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인 만큼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차량 가격은 1억2260만원이며 x드라이브50의 경우 1억4630만원까지 뛴다.

인천=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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