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윤석열·김종인·이준석 조합은 가능할까 [좌동욱 반장의 여의도 돋보기]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윤석열 캠프 조직, 덩치만 크고 의사결정은 더뎌
이준석과 쓸데없이 정쟁하다 2030 지지율 급락
남친짤 SNS 홍보도 '무리수'…조직 재정비 필요

야권 "경험많은 김종인 모셔야" 한목소리
김종인 "윤석열 캠프 파리떼부터 쫓아야"


대선을 약 반년 남겨 두고 ‘한가위’를 맞이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독주하는 여권과 달리 야권 경선은 안개 속이다. 여론조사 1위인 윤석열 후보(사진 위)가 현 지지율을 방어할 수 있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틀 전 치른 첫 TV 토론회는 “예상 외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다수다. 생방송 토론회 한두 번이면 버티지 못할 것이라던 비아냥은 아직까지는 '빈말'처럼 들린다.

윤석열 후보를 만나본 정치인들은 “원석은 참 훌륭한데...”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아직은 부족한 정치·행정 경험을 아쉬워한다.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선, 복잡하고 다양한 한국 사회에선 이런 국정 운영 경험은 단시간 배울 수 있는 자질은 아니다. “한국 정치사에 ‘펑’하고 나타나 대통령이 된 사람은 박정희·전두환 두 사람 뿐으로 그것도 쿠데타라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됐다”는 홍준표 의원의 지적은 경쟁 상대라고 한귀로 흘려들 건 아니다.

이런 부족한 면을 메워줄 수 있는 게 참모진이다. 그런데 윤석열 캠프 속사정을 들어보면 혀를 '끌끌' 차게 된다. 외형상으로 보면 야권 1위 후보에 걸맞게 ‘메머드’급 덩치를 자랑한다. 하지만 단시간 급조된 탓에 체계가 전혀 없다. 의사결정은 더디다. 대대장, 중대장없이 개별 전투원들이 각개전투하는 꼴이다. 상대방인 홍준표, 유승민 캠프는 날렵하기 그지없다. 리더는 전투 경험도 풍부하다. 흡사 모래주머니를 달고 UFC 링에 올라가는 형국이다. 야당 지도부가 윤석열 후보 측에 “캠프를 체계적으로 정비할 때가 왔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이유다.

윤석열의 지지율이 정체되고 있는 원인을 찾아보자. 가장 큰 요인은 2030세대의 ‘이탈’이다. 36살 이준석(중간)이 ‘혈혈단신’으로 당 대표가 된 후 야권에 새로운 기대를 품기 시작한 유권자들이다. 이들이 윤 후보를 떠나게 된 주된 책임이 윤 후보 때문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캠프 소속 일부 인사들이 이준석 당 대표 측과 불필요한 정쟁을 벌인 탓이 크다.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캠프 주변에 몇몇 인사가 윤 총장과 사이를 갈라놓고 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최근 정치감이 좋은 홍준표 의원이 “나이는 어려도 당 대표가 되면 당의 최고 어른”이라며 그 사이를 파고 들었다. 소위 ‘남친짤’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SNS 홍보 전략도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다른 모든 실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표를 잃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신상필벌은 모든 조직 운영의 기본이다.


정책 라인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윤 후보 측에 모여든 정책 참모가 수백 명이라고 하지만, 이런 정책들을 잘 조율하고 포장하는 ‘제갈량’은 보이지 않는다. 선거 경험이 많은 이재명, 홍준표, 유승민 후보도 각 분야별로 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책사들이 암암리에 포진해 있다.

이런 조직과 시스템이 메시지의 혼선이 생기고, 상대방이 공격할 빌미를 준다. 혼란은 고스란히 후보의 부담으로 쌓인다. ‘고발사주’ 의혹 당시 뚜렷한 증거가 없이 특정 캠프 개입설을 퍼뜨렸다 곤욕을 치른 게 대표적인 사례다.

내로라하는 선거 전문가들이 자신있게 제시하는 윤석열 캠프의 대안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아래)이다. 여야를 오가며 두 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김 위원장의 관록이 윤 후보에 절실하다는 논리다. 링 밖에 있는 김 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한 메시지가 캠프 재정비다. “파리 떼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며 직접적인 메시지를 낼 정도다. 캠프 내에서도 윤 후보가 이런 조직의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도 아마 그런 느낌을 스스로 알게 된 것 같다”며 “캠프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실 김 전 위원장도 윤석열 후보가 아쉽긴 마찬가지다. 야권의 ‘빅3’ 후보 중 유일하게 본인을 필요로 하는 후보다. 윤 후보와 양강체제를 구축한 홍준표 의원과는 사사건건 충돌했다.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으로 김 전 위원장이 구속될 당시 검사였던 홍 의원이 자백을 받았던 악연까지 있다. '경제 대통령'을 모토로 내건 유승민 후보는 김 전 위원장과 같은 노련한 책사가 절실하지 않다. 모셔간다고 해도 얼굴마담 정도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화학적 결합에 걸림돌은 김 전 위원장의 정치·경제 철학 정도다. 그가 평생 소신으로 내세운 ‘경제 민주화’는 윤 후보가 평소 강조하는 밀턴 프리드먼식 자유주의 시장경제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눈앞에 다가온 대권을 두고 이런 생각과 사고의 차이가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 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윤 후보가 야권의 기대에 부응해 국민의힘 대권 후보 타이틀을 거머쥔다면 자연스럽게 이준석 대표와 시너지도 그려볼 수 있다. 윤석열, 김종인, 이준석이 함께 뛰는 대선 시나리오는 야권이 기대할 수 있는 베스트 중 하나다. 첫걸음은 조직을 제대로 정비하는 일이다. 한가위 명절이 끝나면 달라져 있을 윤석열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