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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 속 '찰칵' 몰카 콘텐츠에…"제정신이냐" vs "과몰입 말라" [튜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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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콘텐츠 유튜버 크레이지 그레파,
몰카 주제 콘텐츠로 '논란'
"제정신 아니다" 비난에 "과몰입 하지 말라" 반박


1~10분 이내의 짧은 영상 숏폼(Short-form) 콘텐츠가 MZ세대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이에 질세라 유튜브도 짧은 세로 영상인 쇼츠 기능을 선보여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쇼츠를 만드는 한 유튜버가 불법 촬영을 소재로 한 영상을 제작해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CRAZY GREAPA'(크레이지 그레빠)는 최근 "15초 슬픈 영화 '판사님 저는 억울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영상 속 주인공 그레 빠는 핸드폰을 보며 걷다가 지나가던 행인과 부딪힌다. 핸드폰을 떨어뜨리려는 찰나 상체를 숙여 겨우 받아냈다.

"휴~." 핸드폰을 잡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하필이면 핸드폰 낙하지점이 앞에 서 있던 여성의 치마 밑이었다. 그레빠는 핸드폰을 뒤집었고, 치마 속이 찍혀 있었다. 곤란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니 여성은 분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이어 구슬픈 BGM을 배경으로 철창살을 잡고 있는 두 손 이미지가 나오면서 영상은 끝난다.

14초가량의 짧은 영상 하나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2주 만에 338만 뷰. 크레이지 그레빠가 최근 게재한 영상 중 가장 높은 기록이다. 17일 기준 65000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8407명이 이 영상을 싫어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여성 상대 몰카 범죄의 심각성을 뒤로한 채 희화화했다며 유튜브 제작자의 젠더 감수성을 비판했다.

네티즌 A 씨는 "불법 촬영으로 인생이 망가진 여성분들이 정말 많은데 이 소재가 이렇게 유머로 소비되다니"라고 한탄했다.

이어 "만든 분이 얼마나 여성인권에 관심이 없으며 무지한지 충분히 알겠다"고 말했다. 해당 댓글은 1700개의 동의를 받았다.


반면 이 영상이 페미니스트들에게 '좌표'가 공유돼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라며 크레이지 그레빠를 두둔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네티즌들은 "하지도 않은 성추행 신고로 인생 망가진 남성들이 더 많을 듯", "도와줬는데 성추행으로 신고했다는 뉴스는 안 봤나 보다", "이게 실제 불법 촬영이 아니지 않나. 이런 건 좀 웃어넘겨라", "왜 여성인권을 운운하나. 유튜브에서 공익적인 영상만을 찍어야 하나", "'풍자'라는 단어를 모르는 사람인 듯" 등의 반응을 보였다.

크레이지 그레빠는 A 씨의 글을 상단에 고정한 뒤 "여성 인권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별생각 없이 만든 영상에 과몰입하지 말자"며 "불편한 거 하나하나 신경 쓰니까 TV 방송이 노잼이 되는 거다. TV 예능 보러 가라. 여기는 방송국이 아니라 유튜브 개인 채널"이라고 응수했다.

네티즌 B 씨는 한 여초 커뮤니티에 "나 진짜 남혐(남성혐오) 세게 온다"라며 해당 영상에 대한 글을 게재했다. 그는 "몰카로 고통받는 피해자보다 무고한 남성 피해자가 더 많다는데, 저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며 비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허버허버', '오조오억'과 같은 말은 남성혐오라며 불편해하면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인 몰카를 유머 소재로 사용하는 것은 왜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댓글 가관이다. 가해자로 몰려 인생 망친 남자가 더 많다는 건 무슨 소리냐", "이건 풍자를 떠나서 오해할 만한 상황", "피해자들에겐 쉽게 웃으며 넘어갈 수 없는 영상인 건 맞다. 물론 억울하게 누명 쓰는 사람도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후 크레이지 그레빠는 '판사님 저는 진자 억울합니다' 2번째 영상을 공개했다. 셀카를 찍고 있던 그레빠에게 한 여성이 다가왔다. "저기요, 지금 저 몰래 찍으셨죠?" 여성은 그레빠의 핸드폰을 낚아채고 사진을 확인했다. 그레빠의 셀카 뒤로 작게 여성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어 1탄과 같이 감옥을 암시하는 사진이 나오며 끝이 났다.

지난 16일 크레이지 그레빠는 '반페미코인 수익 공개합니다'라는 영상에서 "얼마 전에 광고가 들어왔는데 이번 일 때문에 잘렸다"며 "이번 달 조회수 5500만 찍었으나 힘들다"며 계좌번호를 공개하고 후원금을 요청했다.



몰카를 영상의 소재로 사용했다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한 기업의 폴란드 법인은 핸드폰의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숏폼 콘텐츠를 제작했다.

영상에서 노인은 계단을 올라가는 여성의 하반신을 핸드폰으로 도촬 하다 셔터 소리를 끄는 것을 잊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인은 듀얼 스크린을 이용해 셀카를 찍은 것처럼 여성을 속여 상황을 면피했다.

해외 IT 매체 폰아레나는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사진을 동의 없이 찍는 소름 끼치는 변태를 묘사한 해당 영상은 200만 번 이상 조회됐다"며 "글로벌 기업들이 성을 왜곡하거나 차별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광고는 놀랍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자 현지 법인은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현재 '몰카'라는 단어는 예전 방송의 '몰래카메라'와 같이 유머 소재로 소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엄연히 범죄가 될 수 있는 불법 촬영 행위 콘텐츠로 만든 것은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다.

유튜브 측은 가이드라인에 사이트 내 허용 가능한 콘텐츠 내용을 명확히 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콘텐츠에 대해 신고하면 담당 팀이 이를 리뷰하고 가이드를 위반했다고 판단이 되면 콘텐츠는 삭제된다.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이 된 콘텐츠는 가이드라인 위반을 판단하기 어렵고 직접적인 제재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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