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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지나간 자리…훅 치고 들어온 '스우파' 여성 댄서들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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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거센 트로트 열풍에 자취 감췄던 '다양성'
여성 댄스 크루 맞붙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 인기
K팝 퍼포먼스 인기에 맞춰 신선한 소재 활용
실력 강조한 경쟁으로 직업 인식 전환도 이끌어


오디션 프로그램이 쏘아 올린 트로트 붐이 어느새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 트로트 프로그램에 대중들이 피로함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새 장르를 결합한 콘텐츠가 필요해졌다. '뽕짝' 열풍이 휩쓸고 간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수도, 가수 지망생도 아닌 댄서들의 경쟁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Mnet의 댄스 크루 서바이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의 이야기다.

짙은 화장, 범상치 않은 스타일,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거침없이 내뱉는 말과 행동, 그리고 그 바탕에 깔아놓은 대결 구도까지. '스우파'는 매운맛을 넘어 얼얼함이 느껴지는 그야말로 '자극의 끝판왕'이다. 하지만 자극적인 요소만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당겼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은 시청자들의 결핍을 정확히 파고든 '신선함'이었다.

최근 2~3년간 방송가는 트로트 장르에 주력해왔다. TV조선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미스터트롯'까지 대박을 치면서 줄줄이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들이 생겨난 탓이다. 트로트 가수의 팬덤이 탄탄해지면서 장르에 대한 소비와 지지는 더 굳건해졌지만, 새로운 인물들을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은 시장의 초과 공급으로 인해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다양성에 대한 갈증이 커진 상황에서 앞서 JTBC '싱어게인'이 제대로 터졌다. 개성 넘치는 다양한 보컬리스트들의 등장으로 해당 프로그램은 인기를 얻었다. 특히 기타를 치며 특출난 음악성을 드러낸 이무진은 음원차트 강자로 우뚝 서기도 했다.


현재 대세는 단연 '스우파'다. 이 프로그램의 흥행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 지금, K팝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퍼포먼스다. 음악만큼이나 시각적 요소인 안무는 K팝의 인기를 끌어올려 주는 핵심이 된다.

'퍼포먼스 퀸' 청하는 시상식 무대에서 자신의 여러 히트곡 안무를 만들었던 라치카 댄서 리안을 언급하며 직접 고마움을 표했고, 동방신기·박진영 등의 백업댄서로 화제가 됐던 아우라 단장 장주희는 절친 선미와 함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출연 중이다. 아티스트와 댄서는 비즈니스 파트너 그 이상으로 무대를 함께 만들고 오랜 시간 호흡하며 완성해내는 동반자 관계에 더 가깝다.

아티스트와 한 무대에 오르는 댄서들에 대한 일부 K팝 팬들의 궁금증은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최근 들어 SNS를 통해 챌린지 문화가 확산하면서 퍼포먼스에 대한 관심도는 더 증가했다. 하지만 단순히 '백댄서'로만 이해하기 쉬운 댄서라는 직업과 이들 개인의 실력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던 직업에 대한 궁금증 해소와 '백댄서'에 한정되던 편견을 깨주는 실력 위주의 경쟁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자극이라 여겨질 수 있는 견제와 경쟁의식 또한 오롯이 실력에 대한 출연진들의 자신감, 크루를 위한 리더십 및 단합에서 비롯된 것이라 부담 없이 몰입하게 된다.


댄서들이 지닌 높은 스타성도 주목할 만하다. 프라우드먼의 모니카, 립제이는 이하이의 신곡 '빨간 릭스틱'에 참여했는데 모니카의 직캠 영상은 19일 오전 기준 조회 수 105만 회를 돌파, 이하이 직캠이 기록한 87만 회를 훨씬 웃돌고 있다.

홀리뱅의 수장 허니제이가 과거 박재범과 함께 꾸민 '몸매' 무대의 직캠 영상을 비롯해 카이 백댄서로 유명해진 웨이비 노제의 '음(Mmmh)' 편집 영상도 '스우파'의 인기와 함께 재소환되며 백만 단위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또 최근 발표된 그룹 블랙핑크 리사의 신곡 '라리사' 또한 YGX의 리정이 안무를 창작하고 지효와 이삭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실력을 강조한 경쟁으로 그간 빛을 보지 못했던 댄서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 전환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작사, 작곡 등의 음악 창작 작업에 비해 안무가들의 공은 아티스트의 빛에 다소 가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가파른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K팝의 영광과 더불어 댄스신 역시 하나의 장르로서 전문성을 더 인정받고, 긍정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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