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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억원어치 비트코인 기부받은 학교, 받자마자 팔아치운 이유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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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기부받는 비영리단체 확산
가격 변동성은 '즉시 현금화'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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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MBA) 와튼스쿨은 지난 5월 20일 "익명의 기부자가 500만달러(약 57억원)를 쾌척했다"고 발표했다.

500만달러, 적은 돈은 아니지만 명문대 기부금으론 많다고 하기도 어려운 금액이다. 하지만 펜실베이니아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실을 꽤나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기부 방식이 독특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이 받은 것은 500만달러어치 비트코인이었다. 펜실베이니아대는 "대학이 기부받은 암호화폐 중 사상 최대 규모"라며 "핀테크 관련 교육·연구를 맡고 있는 스티븐스 금융혁신센터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비리그 명문학교 가운데 암호화폐로도 기부금을 받는 곳이 늘고 있다. 올 1월부터 코인을 받기 시작한 펜실베이니아대 외에 프린스턴대, 코넬대, 브라운대 등이 대표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암호화폐로도 기부금을 받는 기관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NYT는 "암호화폐를 활용하면 기부하는 쪽과 받는 쪽 모두에게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이득"이라고 했다.


하나는 세금 문제다. 암호화폐는 회계상 자산으로 분류된다. 비영리단체에 기부된 자산의 자본이득에는 세금이 붙지 않기 때문에 단체 입장에선 더 많은 금액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다른 하나는 투명성이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의 특성상 송금, 추적, 회계 처리 등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암호화폐 기부의 가장 큰 단점은 역시 '가격 변동성'이다. 펜실베이니아대의 경우 하필 비트코인이 30% 폭락한 '검은 수요일'(5월 19일) 바로 다음날 기부가 이뤄졌다. 토드 에클러 피듀시어리트러스트 전무는 "비영리단체는 자산 관리에 대체로 보수적"이라며 "암호화폐의 변덕스러움이 자선단체와 잘 맞지 않는다"고 했다.

비영리단체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 앞뒤 안 따지고 곧바로 현금화하는 것이 일종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았다. 펜실베이니아대는 자산운용사 NYDIG의 도움을 받아 500만달러 규모의 코인 대부분을 즉시 매각했으며 일부만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지닥에서 비트코인 1억원어치를 기부받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당일 처분을 마쳤다. 코빗은 NFT(대체 불가능 토큰) 경매로 얻은 이더리움 59개를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쾌척했는데, 실제론 병원 측 희망에 따라 현금(약 1억6000만원)으로 전달했다.


자선단체 중에는 전송·보관 인프라가 부실해 암호화폐를 받지 않는 곳이 여전히 많고, 그린피스의 경우 코인 채굴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이유로 암호화폐 수납을 중단하기도 했다. 다만 암호화폐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는 데 발맞춰 비영리단체의 관심도 높아지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유니세프의 암호화폐 모금을 도운 신탁업체 프라임트러스트의 톰 페이글러 대표는 "지역별 사무소에서 암호화폐를 현지 법정화폐로 환전하게 한다면 송금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며 "기부금이 언제 현금화되고 사용되는지도 블록체인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NYT에 따르면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부 펀드'를 운영하는 피델리티차터블, 슈워브차터블 등에도 암호화폐를 맡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산 350억달러 규모의 피델리티차터블에 들어온 암호화폐는 2019년 1300만달러에서 2020년 2800만달러, 올 들어 1억5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이들 펀드 역시 암호화폐를 매각해 시장성이 있는 증권이나 현금으로 바꾼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4.1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