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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단위로 움직였죠"…美서 인턴 300번 낙방한 청년 대반전 [황정수의 인(人)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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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리프트(Lyft) 책임 디자이너

인턴 300번 낙방 끝 실리콘밸리 입성
예대 1년 다니다가 미국 건너가
칭찬 듣고 '성취감' 매력 느껴

분, 초 단위 계획 세워 학교 졸업
인턴지원 6개월 간 300번 넘게 떨어져
"미국회사에서 일하는 게 꿈이다" 간절함으로
부동산 거래 플랫폼 '질로우'에서 인턴 시작

실리콘밸리 입사 원하면 먼저 도전해야
'완벽한 준비' 얘기하며 미루기만 하면 가능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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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리프트(Lyft) UX(사용자경험) 디자이너의 팔뚝엔 문신이 있다. 실리콘밸리 지도다. 고향도 아니고, 외국 지도를 피부에 새긴 이유를 물었다. "실리콘밸리는 제 보물섬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답했다.

왜 보물섬일까. 그는 '일하면서 얻었던 성취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대를 나온 김 디자이너는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기 위해 비영리단체, 기업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지원했다. 실패의 연속이었다. 6개월 간 300여곳에서 쓴 맛을 봤다. 인터뷰 중 구역질이 날 정도로 지쳤다. 포기를 생각할 때 온라인 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질로우(Zillow)'에서 인턴 자리를 얻었다.


실패의 경험이 쌓인만큼 기회는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는 분, 초 단위 계획을 짜서 하루를 보냈다. 3개월 짜리 인턴은 2번이나 연장됐고, 이 때 얻은 성취는 다른 인턴 기회를 잡는 발판이 됐다. 그렇게 8년, 김 디자이너는 미국 2위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의 자율주행팀 책임급 디자이너까지 올라왔다.

그는 "일의 성취감은 과정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다 이긴다"며 "기억을 잊지 않고 진중하게 새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세히 문신을 보니 지도 곳곳에 보물을 표시한 것처럼 'X' 표시가 몇 개 보였다. 그가 인턴, 정직원을 했던 실리콘밸리 회사 위치였다.

▶팔에 X표시가 많네요.

"HotPads, 질로우, 삼성전자(미국), 캐피탈원, 리프트…다녔거나 다닌 회사들이죠. 성취감을 느꼈던 곳들입니다."

▶페이스북에서도 일하셨다면서요.

"사실 페이스북은 제 꿈의 회사였어요. 리프트에서 3년 일하다보니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 작년 9월 인터뷰를 했는데 운이 좋게도 합격했죠. 합격했던 팀은 이커머스쪽이었는데 7개월 만에 리프트로 돌아왔어요."

▶페이스북과 리프트의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페이스북은 조직적이고 똑똑한 사람이 많고, 분업을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이었는데, 그런 시스템이 저의 업무 성격과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페이스북처럼 이미 너무 잘 갖춰진 시스템보단 황무지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뭔가 이루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리프트 회사 문화는 어떤가요.

"저는 자신을 혹사시키면서도, 내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일이 좋거든요. 제가 시작해 마무리짓고 이후에도 계속 관리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장려되기 때문에 베이비라고 부를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많았어요."

(리프트는 2012년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차량 공유 업체다. 주력 사업은 손님을 태우려는 자가용 운전자와 차를 이용하려는 손님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경쟁사는 '우버'다. 리프트는 2019년 3월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2020년 매출은 약 2조7000억원이다. 최근 자율주행차 관련 서비스나 전기자전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리프트에서 UX 디자인을 담당하며 기억 남는 일이 있다면요
"예전에 리프트 운전자들을 위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회원이 예를 들어 친구, 가족 등 다른 사람을 위해 리프트로 승용차를 불렀을 때, 운전자들은 호출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차에 타게 돼서 당황하게 되죠. '안전성'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이게 얼마나 큰 문제가 되고 솔루션을 내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에 대해서 리서치팀과 논의했어요. 'RideForOthers'란 기능을 도입해야한다고 제안했어요. 드라이버에게 누가 실제로 차를 타게 되는 지 사진까지 첨부해서 알려주는 서비스죠."

▶박차고 나온 회사에 다시 들어간다. 한국에선 쉽지 않은 일인데요.

"다시 회사로 돌아온 게 자랑할 일은 아닌 것 같지만 리프트에 있었던 상사로부터 '언제 돌아올거야?', '다음주에 다시 와' 이런 문자를 자주 받았어요. 팀원들과 가까운 사이로 남았었기 때문이죠. 거절은 계속 했지만 사실 페북에서 동기부여를 못 받는 상황이었죠. 어느 날 리프트 상사에게 문자가 왔는데 'AV(자율주행차)?'라고 적혀있었어요. 생각 안하고 무조건 '예스'. 그리고 다시 돌아왔어요."
페이스북에서 리프트로...'자율주행차'가 가슴 뛰게 해
▶자율주행차가 가슴을 다시 뛰게 한거네요.

"자율주행차는 원래 리프트에서 하고 싶었던 일인데 결원이 안나서 못갔어요. 이번엔 저를 다시 부르면서 자율주행차 관련 UX 디자인을 하는 팀의 책임급으로 생각해주더라고요."

▶현재 리프트에선 무슨 일을 하시나요.

"사용자들이 리프트 앱으로 자율주행차를 부르면, 손님들이 운전자 없는 차에서 뭘 하실 수 있을까. 이런 경험을 디자인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UX 디자이너' 일을 하고 있어요. 어렵고 풀지 않은 문제를 푸는 게 너무 재밌거든요."

▶원래 일을 즐기시나요.
"제가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거든요. 심장이 뛰어야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학창시절 땐 다른 걸로 풀었어요. 축구부를 만들고 학생회를 만든다거나, 뭔가 자꾸 궁리했죠."


▶공부를 잘 했을 것 같아요.

"공부 쪽은 아니었어요. 한국에서 옵션이 공부 아니면 예체능이잖아요. 그나마 제가 생각했던 재능은 미술이었어요. 하지만 그 조차도 경쟁하는 환경에 놓이게되니 안하게 됐던 것 같아요."

▶한국 대학 생활은 어땠나요.

"실기점수로만 입학할 수 있었던 계원예술대학 영상디자인과에 들어갔었어요. 1년 정도 다녔는데 미술에 대한 미련이 없었어요."

▶미국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군대에 갔는데 유학파들이 많았어요. 선후임들이 점호 시간에 영어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영어는 잘하지 못했지만 '미국에 막연하게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전역 후에 어학연수를 준비했습니다."

▶준비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나 느낀점은 없나요.

"연수를 준비하며 제 삶의 결정적인 뭔가가 생겼어요. 연수 떠나기 전에 지인들을 불러서 '호텔 풀 파티'로 제 생일파티를 하고 싶었어요.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풀파티' 행사 기획을 2번 정도 했어요. 주류업체에 찾아가서 스폰서 부탁하고, 버스도 대절하고요. '행사 기획서를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면서 비웃음도 샀지만 회사들이 지원을 많이 해줬어요. '계획'을 해서 '성취감'을 느끼는 방법을 알게 된거죠. '계획을 잘 짜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죠. 그 이후로 어떻게보면 계획하는 게 강박 수준이 됐어요.

▶'성취감'과 '계획'에 대한 강박이 미국 생활에 도움이 됐겠네요

"전 한국에서 학교 다닐 땐 결석한 날이 100일 이상이에요. 사고뭉치였죠. 미국에 와서 예술대를 다녔는데 100% 출석했어요. 수업 있으면 2시간 전에 갔고요 집에서 횡단보도까지 가는 시간도 계산할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계획했어요. 과제를 할 때도 시간을 철저히 계산했죠. 굉장히 피곤했지만 성취에 대한 희열이 컸어요. 학교도 3년 반 만에 졸업했습니다."

▶미국 교육은 뭐가 다르던가요.

"한국에선 교육이 '정해진 답을 찾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여기는 다양해요. 제가 미국 대학에서 첫 숙제를 제출했을 때, 사실 그 때까지 제 인생에 칭찬받은 경험이 거의 없었거든요. 근데 미국 교수님이 '너는 천재다'라며 해주시는데,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 지 모르겠더라고요. 칭찬이 정말 맛있어서 과제를 더 해갔어요. 세개를 해오라고 하면 30개를 해오고, 잠을 거의 안 잤어요. 재미있어서요. 칭찬의 맛을 한 번 보면 놓치기 힘들더라고요. 그 때부터 '오늘도 칭찬받아야지 A받아야지' 이렇게 노력했어요. 그리고 미국 교수님들은 '맞다 틀렸다'가 아니에요. 정해놓은 답이 없어요. 제 스스로 한계를 시험하게 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도록 시스템이 돼있어요. 남의 것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본인 것만 보고 판단할 수 있게요.
"미국회사에서 일하는 게 꿈이다. 뭐든 다하겠다"라고 설득
▶모범적으로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으니 취업도 어렵지 않았겠네요

"그때는 무작정 인턴을 한 번 쯤은 해보고 싶었고, 그 중에 전공과 관련이 있는 분야인 UX 디자인 인턴을 지원해보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처음엔 인터뷰가 어떤 단계로 진행되는 지도 모르고, 그런 부분은 학교에서도 따로 가르쳐주지 않는 부분이라서 무작정 구인 사이트 들어가서 작은 회사, 비영리단체 등등 닥치는대로 지원했어요. 6개월 간 300곳 넘게 지원했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많이 힘들었겠네요.

"영어가 문제였죠. 인터뷰를 하는 게 아니라 영어듣기평가를 하는 느낌이었어요.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날 정도였죠. 전화로 인터뷰를 하다가 제 영어가 안 되니까 그쪽에서 '미안하다'며 끊는 일도 있었어요."

▶어떻게 이겨냈죠

"포기하지 않았어요. 한 번은 해봐야겠다. 그렇게 면접 300곳 넘게 하다보니까 뭔가 '도가 튼다' 이런 느낌을 받더라고요. 제가 맨날 하는 이야기를 고쳐서 이야기하고 못 알아듣는 얘기를 알아듣게 하다 보니까 조금씩 변화가 있었어요. 좋은 방향으로요."

▶첫 인턴 합격 얘기가 궁금하네요.

"질로우(한국의 직방 같은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 지원했을 때였어요. '왜 오고 싶냐'고 묻길래 '사실 난 너희 회사 잘 모른다. 하지만 미국 회사에서 일하는 게 꿈이다. 뭐든 다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로고 같은 거 만들라고 하면 다 하겠다' 이렇게 얘기했어요. 너무 떨어진 게 많다보니 기대도 안 하고 이었는데 '합격'이란 통보가 왔죠."


▶그 이후로는 잘 풀렸나요.

"질로우에 10개월 다니면서 디자인 하란 거 다 했어요. UX도 하고요.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첫 판을 깬 느낌을 받았죠. 그래서 다른 인턴도 계속 준비했어요.한국 생활할 때는 성취감도 못느꼈는데, 미국 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께 자랑할 얘기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바쁘고 스트레스 받고 힘들었지만 성취감이 모든 걸 다 해소시켜줬죠. 그 이후에 삼성전자에서 삼성 앱에 들어가는 AR VR 컨셉 같은 일을 했고요. 그 뒤엔 캐피탈원이란 은행에서 인턴도 했죠."

▶정직원 생활은 어디서 시작했죠.

"인턴을 했던 캐피탈원이요. 젊은 은행이거든요, 급성장한 회사고 고객들의 데이터를 중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곳이에요. 인턴을 마치고 오퍼를 받았어요."

▶인정 받은 비결은요

"제가 속한 그룹이 빛나지 못하면 저도 절대 빛나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좋은 그룹, 좋은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데. 저는 미국에 와서 제가 속한 그룹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하고 자부심을 가지려고 했어요. 그러니까 주인의식이 생기더라고요. '이 그룹에서 탑을 찍고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믿었어요. 불평불만하고 자부심을 못 느끼면 '톱 티어'로 못 간다고 생각해요. 작은 회사라도 그 안에서 빛을 발휘해야한다고 전 믿고 있습니다. 그 이후부터 제가 어디에 소속되건 '자부심'을 심하게 느껴요. 그러다보면 '좋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도 생기죠."
"회사에 주인의식 가져야 개인도 빛날 수 있다"
▶리프트로 온 계기는요

"캐피탈원에서 새로운 곳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조직과 업무에 적응되고 어느 정도 쉽게쉽게 일을 하기 시작하면 거기에서 오는 '지루함'이 느껴지거든요. 그 타이밍에 새로운 회사를 찾고 싶었어요."

▶입사 과정은 쉬웠나요.

"그 전에 비하면 순탄했죠. 제가 그 전에 수많은 인터뷰를 겪지 못했다면 리프트로 옮길 때 힘들었을 겁니다. 사람들이 어떤 포인트에 웃고 지루해하는지 이해했기 때문에 그것을 베이스로 포트폴리오 발표자료를 만들었어요."

▶리프트의 기업문화는 어떤가요.

"제가 쓰는 앱을 만드는 회사 정도로 생각했는데, 인터뷰에 들어가니까 사람들이 다른 기업보다 밝고 진심을 다한다란 생각이 들었죠. 입사할 지 안 할 지 모르는 사람을 인터뷰하는 건 피곤한 일이거든요. 회사가 깨어있단 느낌을 받았고요. 일해보니 다양한 사람이 많아요. 뭔가 정해진 프로세스와 기대치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죠.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높고 팀워크가 좋아요. '핑크색'같 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사내에 '리프티'란 말이 있어요. 힙하고 젊고 깨어있고 그런 느낌이죠."

▶미국 생활하면서 이룬 가장 큰 성취는 뭔가요.

"인생의 목표가 있었어요. 미국에 100% 정착하고 신분이 안정화되고 직업에 대해서 흔들림이나 그런 걱정이 없을 때 그 때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했죠. 그 전엔 한국에서 못 해왔기 때문에 갈 면목이 없다고도 생각했어요. 스스로의 강박이 있었죠. 지금 굉장히 성취감이 커요. 그 이후에 영주권도 받았고 집도 샀고 좋은 직장도 얻었고 결혼도 했고요. 그런 것들이 하나 하나가 쌓이고 있어요. 일적으론 리프트 보스들이 계속 찾아줬다는 점이요. 저도 잘 몰랐는데 '내가 잘 했나보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프로덕트를 런칭하고 이런 것들 좋지만 사람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결국 일도 사람이랑 하는 것이고 콜라보가 없으면 진행이 안 되거든요. '내가 좋은 사람인가' 그런 생각이 들게하는 계기가 됐어요."


▶힘든 점은요

"가장 힘든 건 영어죠. 질로우 마지막 인턴일 끝나기 전에 높은 상사한테 들었던 말이 '그 동안 잘 했지만 지금처럼 영어하면 '풀타임' 직원으로 못 간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고 울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고민을 시작했어요."

▶영어 극복은 어떻게 했나요.

"캐피탈원 다닐 때 영어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했어요. 스피치학원도 다니고 영어학원도 다니고 연기학원까지 갔죠. 안간힘을 쓰다 보니 느껴지는 게 있더군요. 결국에 문제는 영어가 아니라 제 언어, 말하는 스타일이란 걸 깨달았어요. 제가 말하는 게 문맥이 전혀 안 맞고 기승전결도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쉽게 말하기 위해서 모든 미팅 때마다 프레젠테이션 대본을 준비했어요. 그렇게 한 동안 하다보니 감이 잡히더라고요."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쉽게 이야기하는 거요. 어려운 단어 쓸 필요 없어요. 상대방을 이해시켜야 설득도 가능하거든요. 쉽게, 유치원생에게 이야기하듯 가르쳐주듯 이야기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자신감이 생겼고, 지금은 회사에서 스토리텔링 강의도 해요. 발표하는 팁을 전달할 정도가 됐죠. 일단 어떤 사람들이 청중인지 이해하는 게 먼저에요. 어떤 사람이 내 이야기를 듣는지, 영화를 예를 들면 도입에서 상황 설명 안하고 그냥 가버리면 박찬욱, 봉준호 감독 영화라도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는 얘기가 되죠. 저는 도입부에 상황설명을 쉽게 해요. 그 다음은 '자신감'이에요, 주눅들면 안 되거든요. 자신감도 연습했어요. 프레젠테이션 들어가기 전에 2주 정도 연습했어요. 대본을 만들고요 꿈에서도 연습할 정도였죠. 그리고 프레젠테이션 듣는 사람들 명단을 보고 사진을 인쇄해서 집에 붙여놓고 연습했어요."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 천성인데 그룹을 리드하는 게 중요해요. 리더십도 중요하죠. 리더십 없이 내 생각만 전달하게 된다면 실제로 일이 잘 안될 수 있어요. 그리고 이거는 한국인 분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계신 장점과 겸손함이요."
미국 조직 생활에서도 '겸손함'이 필요
▶미국에서 조직생활할 때 겸손해도 되나요

"그 전에 들었던 얘기 쇼오프해야한다는 거였는데, 여기에서도 너무 자랑하는사람은 좀 싫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다 똑같죠(웃음). 본인이 너무 대놓고 자랑하는 거 보다는 좀 겸손한 게 나은 것 같아요. 사람들도 다 알아주거든요. 조용히 일하라는 게 아니라 어필할 건 어필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거지 자기 능력에 대해선 겸손할 필요가 있어요. 그랬을 때 사람들이 더 모이죠. 아무리 잘해도 겸손하지 않고 피곤하면 같이 일하기 싫을 수도 있잖아요. 나중에 커리어가 쌓이면 쌓일수록 추천이나 소개를 통해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리콘밸리 취업과 한국 취업을 비교하면요.


"예전엔 제가 고민하지 말고 실리콘밸리로 오라고 했는데 요즘은 많은 생각을해요. 사실 장단점이 있어요. 예전엔 테크기술이 한국이 떨어지는 상태였다보니까 미국에 와야한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제 한국도 좋아지고 있고 성장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기회도 많을 것 같고요. 그말은 곧 미국 실리콘밸리는 이제 과도기고 이미 너무 많은 인재가 들어와있고 이미 경쟁도 치열하고 그렇다는 거죠."

▶고민하는 분들께 조언할 게 있다면요.

"많은 준비를 하는 것보다는 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하고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해요. 도전을 해보는 게 중요하죠. 한국분들은 완벽한 준비가 안 되면 도전을 꺼려해요. 그런 부분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데, '완벽한 준비가 되는 걸 기다릴 바엔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 그러다보면 경험이 쌓이거든요. 그리고 좋은 사람이 돼야해요. 좋은 사람이 돼야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고 좋은 디자이너가 돼야 좋은 리더가 될 수있거든요. 더 많은 사람들과 '으샤으샤'하는 분위기가 됐을 때 좋은 서비스나 좋은 프로덕트가 나오더라고요. 결국엔 실력도 실력이지만 좋은 사람이 돼야할 것 같아요. '이 사람 대단하다' 이렇게 느낀 사람들 주위엔 사람이 많더라고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 지금도 계획이나 성취에 대한 강박이 심한가요.

"그전엔 반신욕을 했어요. 반신욕을 할 땐 알람 다 꺼놓고 아무것도 안 했어요. 정말 거기서 한 시간 동안 땀이 날 때까지 다시 반신욕하고 리프레시 하는 식으로 풀었어요. 그런데 반신욕도 결국은 계획 안에 들어가 있었거든요. 일종의 스트레스였던 거죠. 요즘엔 반신욕도 하는데 하이킹도 많이 하고 테니스도 배우고 새로운 운동을 해요. 제 인생을 다시 찾고 있는 느낌도 들고요. 그 전엔 빈틈 없이 일만을 위해서 살았다면 요즘엔 산책도 하고 스트레스가 있었다면 시간 생각 안하면서 산책도 하고 그렇게 지냅니다.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은 스타트업 창업도 많이 생각하던데요.

"이미 스타트업을 미국에서 3년 전에 창업했어요. 핀테크앱 '렌미(Lenme)'를 만들었어요.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빌리는 사람을 연결하는 P2P 랜딩 플랫품이고요 지금 미국에서만 쓸 수 있어요. 미국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해요. 저희는 그래서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신용 점수 등의 정보를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요,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프로필을 보고 이자율을 책정해요. '너무 위험한데 내가 한 번 위험 감수하고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있는거죠. 돈 빌리는 사람의 프로필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고요, 거기에 이자율 경쟁이 붙어서 '30%', '20%' 이렇게 제시하는거죠. 지금 25만명 가입돼있어요. 물론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지만 돈을 떼일 가능성도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더 고급 정보를 제공할까 이런 걸 고민하고 있어요. 물론 리프트 일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스타트업 생각을 하죠."

▶앞으로 어떤 포부를 갖고 계신가요.

"우선 커리어적으론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어요.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자율주행분야에서 제 지난 노력들이 빛을 발했으면 좋겠고 앞으로 이 분야에 더 힘을 쏟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장기적으로 봤을 땐 한국에서 저와 같은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교직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영교'는 가르침으로 빛나라는 의미로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이거든요. 이름의 의미가 헛되지 않게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며 배운 것을 나눌 수 있는 자리에 있게되면 좋을 것 같아요."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