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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기업을 쪼갠다는데…내 주식은 어떻게되나? [한경제의 솔깃한 경제][주코노미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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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코노미TV

상장사 기업분할 급증
물적분할·인적분할 공시는 주가에 영향

주식투자인구 800만 시대, 아직 주식을 시작하지 못한 나머지 2000만 주린이들(경제활동인구 기준)을 위해 주식의 기초를 설명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주코노미TV>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경제신문을 매일 보시는 분들이라면 최근 ‘분할’이라는 단어를 자주 보셨을거예요. 10일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확정하고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했고 그 전날에는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가 자율주행 사업을 물적분할한다고 공시했죠. 작년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 소식은 수많은 소액주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고요.

“아니 멀쩡한 회사를 왜 쪼개는거야?” “그러면 주가는 어떻게 되는거지?”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드리기 위해서 오늘 주제는 ‘분할’로 잡아봤습니다.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의 정의, 주식 액면분할의 이유, 관련 공시를 해석하는 법까지 다뤄보겠습니다.
분할회사 주식 그대로 받는 인적분할
회사의 특정사업부문을 독립적으로 분리하는 것을 ‘기업분할’이라고 합니다.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 중 특정 사업부문을 독립적으로 떼어내면서 자본과 부채까지 나누는거죠.

기업분할 방법에는 크게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이 있습니다. 둘 중 어떤 방식을 채택하느냐에 따라서 회사 분할 후에 기존 주주들이 새로 탄생한 회사에 대해서 갖는 ‘지배력’에 차이가 생깁니다.

주식회사 냠냠이는 커피제조, 빵제조, 아이스크림 제조의 세 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냠냠이 경영진은 ‘커피제조’ 부문을 따로 떼어내고 싶어요. 그래서 회사를 커피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새로운 회사를 ‘쩝쩝이’라고 이름붙여서 떼어내고 냠냠이에서는 빵과 아이스크림을 제조하기로 합니다.



인적분할을 하면 주주들은 냠냠이랑 쩝쩝이 주식을 모두 받게 됩니다. 이럴 때 회사가 단순하게 냠냠주식 3분의 2, 커피주식 3분의 1로 나눠서 줄까요? 그럴 순 없죠. 각 사업부를 통해 벌어들이는 돈이 다르고 각 사업부가 가진 자본과 부채에도 차이가 있으니까요.

분할 전 냠냠이의 전체 순자산에서 커피부문, 그러니까 쩝쩝이의 순자산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한 뒤에 그 비율에 따라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을 나눠줍니다.


그러면 이제 냠냠이랑 쩝쩝이를 공시에 나오는 용어로 대체해볼게요. 다트에서 회사분할결정 공시 첫줄을 보면 “SK텔레콤주식회사는 반도체 및 New ICT 등 관련 피투자회사의 지분 관리 및 신규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서 새로운 회사로 설립한다”고 되어있어요.

사업부를 나눈 뒤 남게되는 회사를 분할 존속회사라고 부릅니다. SK텔레콤주식회사가 분할존속회사고 여기에서는 유무선통신사업을 비롯한 사업부문을 영위한다고 되어있네요. 쩝쩝이처럼 새로 떼어내게 된 사업부는 분할 신설회사라고 부릅니다. 가칭이긴 하지만 ‘SKT신설투자 주식회사’라고 부른대요.



또 인적분할 비율이 0.607대 0.392라고 합니다. SK텔레콤 100주를 갖고계셨다면 존속회사 주식 60주, 신설회사 주식 39주를 각각 받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소수점 매매제도가 없어서 1주 미만에 해당하는 부분은 현금으로 받습니다.


인적분할은 주주구성 변화 없이 회사만 나뉘어요. 또 분할 후에 곧바로 주식을 상장할 수 있죠. 그래서 상장사의 경우에 주주들을 설득하기도 더 쉽습니다.

기업이 인적분할을 한다고 하면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할겁니다. 그 과정을 살펴볼게요. 냠냠이가 쩝쩝이를 분할할 때 존속회사는 7, 신설법인은 3의 비율로 분할했다고 해볼게요. 그리고 냠냠이가 자사주 100주를 갖고있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냠냠이는 인적분할 이후 쩝쩝이 주식 30주를 가질 수 있게 되겠죠? 자사주가 많은 상태에서 인적분할을 하면 신설법인에 대한 존속법인의 지분도 덩달아 높아집니다.


냠냠이가 어떻게 지주회사가 되느냐. 냠냠이를 인적분할해서 쩝쩝이와 냠냠이를 만들었죠. 그런데 여기에 빵 제조사업이랑 아이스크림 제조사업까지 쩝쩝이에 넣어요. 그러고나서 냠냠이가 지분을 투자한 회사(사탕, 젤리 등)를 남깁니다.



그리고 냠냠이홀딩스로 이름을 바꾸고 쩝쩝이는 냠냠이로 이름을 바꿔요. 그 뒤에 냠냠이홀딩스가 냠냠이 지분을 사들이는 거예요. 그러면 냠냠이홀딩스가 커피, 빵, 아이스크림, 사탕, 젤리 모두 관리하게 되는거죠. SK텔레콤도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해 인적분할을 결정했습니다.

핵심사업 떼어내나...물적분할 향한 시선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힌 분할 사례도 있어요. 작년 9월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이라고 명명하고 물적분할한 뒤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큰 파장이 일었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G화학 물적분할로 인한 개인투자자 피해를 막아주십시오”라는 청원글까지 올라왔습니다. 일시적이었지만 주가도 타격을 입었고요.


LG화학에서는 부사장이 직접 주주달래기에 나섰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더라도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을 막기 위해 LG화학이 절대적인 지분을 계속 보유할 예정”이라고 말했죠. 참고로 물적분할 안건은 주총에서 83%의 찬성표를 받아 통과됐습니다.

그때 주주들은 왜그렇게 반발했던걸까요? 다시 냠냠이의 사례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물적분할을 하면 냠냠이가 커피사업부, 즉 쩝쩝이를 떼어내는데 그냥 떼어내는 게 아니라 냠냠이의 100% 자회사로 두게 됩니다. 자산과 부채를 모두 쩝쩝이에게 이전하긴 하지만 자본금은 분할하지 않아요. 쩝쩝이가 발행하는 모든 주식도 냠냠이의 것이 됩니다. 그래서 기존 주주들에게 쩝쩝이 지분을 나눠주지도 않아요. 물론 냠냠이가 쩝쩝이에 대한 지배력이 있으니까 주주들은 간접적으로나마 쩝쩝이 지분도 갖게된다고 볼 수 있지만 인적분할과는 차이가 있죠?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향후 기업공개를 하기 때문에 주주 반발이 더 컸습니다. 회사측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을 생각해서 물적분할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겠죠. IPO를 하면 신설회사의 자본금은 늘어나지만 모회사 LG화학의 지분율은 줄어듭니다. LG화학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셈이죠. 배터리사업부를 보고 LG화학에 투자한 사람들은 핵심 사업부가 없는 LG화학을 들고 있게 된 거고요.




만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 부품회사 만도가 자율주행 관련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겠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10% 넘게 빠졌습니다. 분할 신설되는 만도모빌리티솔루션(MMS)은 자율주행 자동차 부품·자율주행 로봇·모빌리티 서비스 등을 영위하고 또 지난 2월 만도가 인수한 자율주행·전장부품 전문 기업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MHE)도 만도모빌리티솔루션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거든요.


만도는 그동안 자율주행 관련 부품을 생산한다는 이유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렇게 되면 모회사인 만도에 핵심사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판단한거죠. 관련 주주총회는 오는 7월 20일, 분할기일은 9월 1일이라고 합니다.
액면분할로 소액주주 늘리는 상장사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주당가격이 가장 비싼 종목은 어떤걸까요? ‘LG생활건강’입니다. 무려 170만원대에 거래중입니다. 아무래도 주당 가격이 이렇게 비싸면 상대적으로 시드가 적은 개인투자자들이 진입하기가 힘들겠죠. 그래서 주당 가격을 낮춰주는 겁니다. ‘높은 가격’이라는 진입장벽을 없애주는거죠.

기존 주식하나를 여러 개로 쪼개는 것을 ‘액면분할’이라고 해요. 100만원짜리 주식을 5대1로 액면분할했다고 하면 주가는 20만원이 되고 시장에 풀리는 주식 수는 5배가 됩니다. 기업 가치에는 변함이 없는데 주가는 낮아지고 주식 수는 많아지죠.



액면분할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삼성전자는 2018년 3월 주주총회에서 50대 1 액면분할을 결정하면서 주당 265만원이었던 주가는 분할 후 주당 5만3000원으로 낮아졌습니다. 삼성전자 매수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일까요. 2018년 3월 대비 2020년 5월 삼성전자의 거래대금은 75%, 주주 수는 5배나 늘었어요.

카카오도 올 4월에 5대 1 액면분할을 결정했죠. 50만원대에서 10만원대로 내려왔습니다. 미국에서 애플은 상장후 벌써 5번의 액면분할 과정을 거쳤고 테슬라도 작년에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는 1500달러 수준에서 300달러선으로 낮아졌습니다. 성장성이 높은 기업인데 주당 가격까지 낮아지면 개인 투자자들은 이 종목들을 더 매수하겠죠. 이렇게 액면분할은 주당 가격이 비싼 우량주 주가에 호재로 작용합니다.

아마 SK텔레콤도 이 부분을 노렸을겁니다. 2000년대 초반 SK텔레콤 주가는 주당 500만원이 넘었는데 같은 해 10대 1로 액면분할을 하면서 주가를 30만원대 밑으로 조정했습니다. 그 뒤에 주가는 쭉 오르는 효과를 봤죠. 거래량도 늘었고요. 이번에도 액면분할을 하면 소액주주의 유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5대1로 액면분할한다고 했으니까 SK텔레콤 주식 20주를 갖고 계셨다면 액면분할 후에는 100주를 갖게 됩니다. 인적분할과 액면분할 효과 모두 11월 29일부터 반영된다고 합니다.

한경제 기자

오늘의 신문 - 2024.04.1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