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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자들, '비트코인' 상담조차 안 하는 이유 있었다 [정소람의 뱅크앤뱅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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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역대 처음 3만달러를 돌파한지 약 20일만에 원상 복구가 된 건데요. 단기간에 가파르게 급등한데 따른 조정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이렇게 변동성이 크다 보니 여전히 '투자 수단'이라기 보다는 '투기 수단'이라는 지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주요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도 이러한 이유로 '고객들에게 상담들조차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달부터 비트코인이 급등세를 보였을 때 은행 PB들에게 비트코인의 전망과, 투자가치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박현식 하나은행 투자전략부 팀장은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유동성이 커지면 가상 화폐 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고, 세금이 없어서 유리한 측면도 있다"면서도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 자산가격이 올라 가치가 오르는 것이 아닌 '야성적 충동'에 가깝다"고 진단했습니다. "일종의 유행이자, 투기성자산이지 투자 가치는 없다고 본다"는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아예 자산가들에게는 비트코인 상담을 해 주거나 권하는 일 조차 드물다는 게 PB들의 공동된 이야기였습니다. 김희정 농협은행 NH올백자문센터장은 "자산가들의 자산 배분에 비트코인을 넣고 있지 않다"며 "단기에 성과가 보인다고 많이 뛰어드는 경우가 있지만, 확인되지 않는 주변인의 사례로 뛰어들기는 힘든 영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성진 국민은행 양재PB센터 PB팀장도 "비트코인은 분석이 되지 않는 자산"이라며 "변동성이 커서 들어가면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때문에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자산가들도 PB센터를 통하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소액을 투자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PB센터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투자 상담을 해주지 않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큰 탓에 '무더기 손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은행들이 상담을 꺼리는 이유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2019년 해외 금리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펀드 사태 등 사모펀드 손실 피해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은 변동성이 큰 상품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만약 비트코인 매수를 권했다가, 한달만에 30%가 폭락한다면 DLF 사태와는 비교도 안되는 사태로 번질 수 있어서겠지요.

한 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의 트라우마로 파생상품이나 고위험 상품을 사려는 고객 비중이 줄었다"며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객은 증권사 PB를 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결국은 매수를 하더라도 여윳자금으로 소액을 투자하는 게 좋다는 조언이 많았습니다. 한수연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부지점장은 "가상화폐가 예전 보다 현금성이 생겨 위험성이 줄어든 것은 많다"면서도 "투자를 한다면 빚을 내지 않고 해야 하락장에서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주식 수준으로 줄어들지 않는 한, 당분간 자산가들이 PB들에게 비트코인 상담을 받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소람/오현아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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