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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잡으려면 공원 만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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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잡으려면 공원 만들지 마라”

부동산 때문에 사방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매물은 자취를 감추고 전세 구하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민심이 들끓자 위기감을 느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공급확대를 주문하고 나섰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기존 정책을 전면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 손질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우선 정부와 서울시는 강남 재개발-재건축을 꽁꽁 묶어놓은 채 강북은 도심 재개발을 통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입주까지 최장 10년이 걸릴 3기 신도시 주택 공급을 앞당기는 정도의 대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실수요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과 주택을 철저히 피해가려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러면서 고가 주택 보유자들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더 강화하겠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주택공급이 아무리 중요한 문제라도) 그린벨트를 풀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놔야 할 보물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린벨트 해제권한은 해당 시도지사의 권한입니다. 중앙정부가 아무리 압력을 넣어도 서울시장이 반대하면 해제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미래세대 운운하는 박 시장의 말이 그렇게 명분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 대목에서 얼마 전 만난 한 기업인 A씨의 말씀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서울 집값 잡으려면 공원 더 만들면 안됩니다. 공원 들어서면 무조건 집값이 뛰게 돼 있어요. 한마디로 살기 좋아지잖아요. 예를 들어 용산미군기지 자리에 대규모 공원 만들면 그렇잖아도 다락같이 오른 용산과 마포 일대 아파트 가격이 더 뛰지 않겠어요? 해당 지역에 집 가진 부자들만 이롭게 하는 겁니다. 용산 일대 집값 잡으려면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 지어야 합니다. 박 시장이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에 지으려는 공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그린벨트 면적이 서울 전체의 25%나 되는데, 뭣하러 공원을 더 짓습니까? 돈 급한 대한항공에 부지대금을 2년에 걸쳐 나눠 주겠다는 것도 말이 안되구요. 올림픽 공원이나 여의도 공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원 이용하는 사람들 대부분 인근 주민들이나 오피스 빌딩 사람들입니다. 근처에 한강 고수부지라는 엄청난 인프라가 있는데 굳이 필요했을까요? 공원 조성에 따른 혜택은 모두 소수의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묘하게 공감이 가는 얘기입니다. 땅이 남아돌아 집 지을데가 많다면야 공원 만드는 게 좋겠죠.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닙니다. 또 박시장이 지키겠다는 그린벨트의 상당수는 강남쪽에 몰려 있습니다. 현재 강남 집값에는 쾌적한 숲의 가치가 반영돼있다고 봐야 합니다. 너무나 훌륭한 산책길인 양재천도 인근 아파트 가격에 포함돼 있을 겁니다. A씨 논리를 다시 따라가볼까요. 집값 낮추려면 숲과 공원을 없애면 됩니다. 고밀도 개발로 사람들이 북적이고 교통도 불편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도시에선 집값만 중요한게 아니죠. 도시계획을 부동산 대책용으로 써먹을 수는 없습니다. 숲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좁아터진 서울에 공원 만들고 그린벨트도 계속 울창하게 관리하면 이미 해당지역에 터를 잡은 시민들만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발이익을 환수한다고 하지만, 그게 무서워 자연과 위락시설이 어우러진 지역을 포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꼬일대로 꼬여 있습니다. 부자들 좋은 집 살면서 불로소득 올리는 꼴은 못보겠다고 하면서도 부자들만 이롭게 하는 정책을 계속 구사하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살고싶은 지역에, 살고싶은 주택을 짓도록 해주면 될 일을 이렇게 어깃장을 놓아야하는 겁니까. 피곤하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늘도 많은 지면을 할애해 부동산 기사를 실었습니다. A1,3,4면입니다.

p.s)결코 공원이나 그린벨트를 없애자는 취지의 글이 아니오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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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조일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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