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가 발행하는 지역화폐 ‘아산페이’가 지역경제 선순환 효과를 수치로 입증하고 있다. 발행 6년 차에 접어든 아산페이는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지역 자금 유출 차단을 견인하며 대표적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데이터로 입증된 성장 동력
아산시가 최근 발표한 ‘아산페이 발행 운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 결제액은 658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소비 증대액은 1460억원, 생산유발 효과는 2051억원, 역외 유출 방지 효과는 1817억원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외부로 빠져나가는 자금을 붙잡는 효과가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아산페이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가맹점만 사용할 수 있다. 대형 유통업체 쏠림 현상을 막고, 지역 자영업자의 생존과 성장을 돕기 위해서다. 소비자가 할인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소상공인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에 동참하는 셈이다.
주요 사용층은 40~50대 여성으로 음식점·학원·병원 등 생활 밀착 업종에서 결제가 집중돼 가계 지출의 핵심 영역에서 체감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 자녀를 둔 주부 인모씨(39)는 “아산페이를 쓰면 할인 혜택 때문에 소비를 조금 더 여유 있게 할 수 있고, 지역 골목상권에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할인·캐시백이 만든 선순환
소상공인 만족도 역시 높았다. 가맹점주 68.5%는 “지역 상권 활성화에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고, 매출 증가율은 평균 10.8%에 달했다. 소비자는 할인 혜택을 통해 생활비를 줄이고, 소상공인은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재 아산시 전체 인구 약 40만 명의 절반 이상이 아산페이를 이용한다. 모바일 가입자는 약 22만 명, 카드 발급량은 9만 장을 넘어섰고, 가맹점은 1만2000여 개가 등록됐다. 아산시 모종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씨(45)는 “아산페이 결제 손님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이 증가했다”며 “대형마트로 빠져나가던 소비를 동네 식당과 상점으로 돌아오게 하는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는 지역경제 전반의 건강성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소비가 지역에서 다시 소비로 연결되며 ‘돈이 도는 도시’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경제 자립의 핵심 축
아산페이의 순소비는 증가 추세를 보인다. 2023년 547억원에서 2024년 580억원으로 늘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33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국비 지원(458억원)을 바탕으로 아산페이 할인율을 18%까지 확대하면 연간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충전 시 10% 선할인에 더해 사용 후 8% 캐시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소비자가 100만원을 충전하면 실제 비용은 90만원이지만 이후 8만원을 추가 환급받아 총 108만원의 소비 효과를 얻는다.
아산페이는 국민과 외국인 모두 14세 이상이면 ‘CHAK 앱’을 통해 구매·사용할 수 있다. 충전, 결제, 잔액 확인까지 앱 하나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후캐시백은 모바일·카드형 사용자에게만 적용되고 지류형은 선할인 10%만 가능하다. 또 예산 한도 내에서만 지원하기 때문에 조기 소진 시 종료되고, 기본 10% 할인은 계속 유지된다. 일부에서는 지역화폐가 ‘보조금 의존형’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시는 단기적 효과를 넘어 장기적으로 ‘지역경제 자립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시적인 유통량 확대가 아니라 소비 패턴을 지역 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앞으로도 아산페이를 ‘돈이 도는 지역경제’의 선순환 핵심 축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오세현 시장은 “아산페이 18% 할인 이벤트는 발행 이후 최고 수준의 혜택으로 시민이 생활 속에서 즉시 체감할 수 있는 민생경제 회복 정책”이라며 “아산페이를 기반으로 소상공인과 시민, 도시가 함께 성장하는 경제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아산=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