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상 미국 듀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17일 경북 경주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양자컴퓨터와 첨단기술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벨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2004년부터 듀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2015년 현지에서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아이온큐를 공동 창업했다. 2023년 미공군연구소(AFRL)로부터 차세대 양자컴퓨터를 주문받은 이 회사는 양자역학을 사용한 프로그래밍 언어와 운영체제 등을 자체 개발하며 클라우드 서비스 진출도 노리고 있다. 현재 시가총액은 100억달러(약 13조9000억원) 안팎으로, 김 교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그는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될 때마다 산업은 파괴적인 혁신이 일어나고, 산업이 통합되기도 하면서 산업계도 크게 바뀐다”며 “1980년대 세계에서 시총이 큰 회사는 엑슨, 스탠더드오일, 모빌 등 에너지 기업이었는데, 올해엔 엔비디아, TSMC 등 글로벌 테크놀로지 서플라이 체인에 있는 회사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양자역학에 대해 0과 1로 정보가 두 가지에 그치는 디지털 현실에서 나아가 이 두 숫자가 공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컴퓨터상에선 2진법으로만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데, 양자역학의 중첩상태를 적용하면 온 우주의 원자 개수보다 많은 상태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며 “이 어려운 이야기가 과학계에서 계속 증명됐고, 이걸 기술에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양자역학을 적용하면 컴퓨터와 전화가 다른 산업이라고 생각하던 시대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변한 것처럼 컴퓨터는 물론 자동차,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가 파괴적 혁신을 통해 재편될 것”이라며 “특히 인공지능(AI)과 양자역학이 합쳐지면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며 모든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과학적인 발견이 있고, 기술적인 개발이 따라오면 공급망이 구성되며 산업으로의 도약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양자역학의 산업화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새 기술이 나오면 거품이 생겼다가 꺼지면서 무너지게 되는데, 고통스럽겠지만 잘 되는 곳엔 기술과 자본이 축적되는 과정을 반복한다”며 “AI는 이런 관점에서 성장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나 양자는 아직 시기가 바로 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기술이 등장하면, 툴도 발전하고 그렇게 되면 발전 속도가 가속화하면서 세상이 빨리 변하는데, 이런 시대에 가담하기 위해선 리스크를 과감히 떠안고 도전할 수 있는 정신이 중요하다”며 “기업인이 이런 트렌드를 받아들여줘야 기술도 기회가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