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골드만삭스 한마디에 주가 급락…SK하이닉스 개미들 '비명' [종목+]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SK하이닉스 투자의견 '매수'→'중립' 하향"
"내년 HBM 독점적 지위 흔들…가격 경쟁력 약해져"

사상 첫 30만원대 주가로 올라선 이후 추가 상승을 타진하던 SK하이닉스가 발목이 잡혔다. 그동안 '실적 효자' 역할을 했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독주 체제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란 증권가의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다만 인공지능(AI)이 촉발한 HBM 슈퍼 사이클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투자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오후 1시30분 현재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7.77% 내린 27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는 장중 한때 8.78% 떨어진 27만원까지 밀리면서 27만원선이 무너질뻔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30만원으로 거래를 마쳐 SK그룹 편입 후 종가 기준으로 12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후 추가 상승을 시도했지만 이날 갑자기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 시각 현재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물량을 내놓고 있다.

이날 주가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건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 때문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부터 HBM 시장의 경쟁 심화로 제품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렇게 되면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구매자 우위 시장으로 성격이 변해 가격 결정력도 주요 고객사로 넘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골드만삭스는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인 HBM의 장기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다만 경쟁이 심화되고 SK하이닉스의 의존도가 높은 주요 고객사로 가격 결정권이 점차 이동하면서 내년엔 HBM 가격이 처음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에서도 HBM 가격 하락을 예상하며 SK하이닉스가 지금까지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김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HBM4 가격 프리미엄 축소 가능성을 반영해 내년 HBM 평균판매단가(ASP) 전망을 기존 올해 대비 7% 증가에서 6% 감소로 하향했다"고 밝혔다.

주가가 단기간 급등해 차익실현 압박이 커진 상황 속에서 이같은 우려까지 맞물리자 매도 물량이 대거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칩 대장주 엔비디아 공급망에 올라타 HBM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며 고공 성장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HBM 물량의 70%가량을 소비하는 'AI 큰손'이다. SK하이닉스는 5세대 HBM3E를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엔 6세대 HBM4 샘플을 가장 먼저 공급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가 올 2분기에도 사상 최대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기간 SK하이닉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1%와 64.58% 급증한 20조5374억원, 9조3억원으로 추산했다. 2분기 영업이익률만 5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후발업체인 마이크론의 HBM3E 12단 진입으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일부 축소될 것"이라 "그러나 선제적 공급 진입과 그에 따른 수익성 유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엔비디아를 필두로 AI 관련 반도체 공급 사슬 주가가 신고가를 형성하고 있어 SK하이닉스 역시 이에 동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단기적으로 주가가 급등한 부분도 있지만, AI 주도의 반도체 사이클에서 수혜 강도가 높은 만큼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7.1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