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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광장, 사옥 이전 추진…강북 오피스 시장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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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 한진빌딩 48년 만에 떠나나
사옥 이전위 꾸리고 자문 계약 체결
"숭례문~광화문 일대 오피스 물색"

반세기 가까이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 한자리를 지켜온 법무법인 광장이 사옥 이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펌은 임대차 시장에서 우량 임차 업종으로 선호도가 높은 데다 변호사만 약 700명을 보유한 대형 로펌이 움직이는 만큼 광장의 행보에 대해 상업용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광장은 최근 파트너 변호사들로 구성된 사옥 이전 위원회(가칭)를 만들고 부동산 컨설팅 회사와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위원회는 컨설팅 회사와 함께 사옥 이전 여부 및 대상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진빌딩은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일원에 본관(준공 1970년)과 신관(1976년) 2개 동으로 들어섰다. 대로변에 인접한 본관은 지하 2층 지상 23층, 그 뒤편에 있는 신관은 지하 3층 지상 17층으로 두 개 건물의 연면적은 총 약 7만1000㎡다. 두 건물 모두 2006년 리모델링을 거쳤다.

한진빌딩은 광장의 성장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광장은 1977년 전신 격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를 설립할 당시부터 이 빌딩을 사무실로 사용해왔고, 2001년 소송 전문 로펌 광장과 합병해 종합 로펌 '법무법인 광장'으로 거듭날 때도 지금 자리를 유지했다. 광장은 현재 전체 임대 면적의 약 3분의 2를 임차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빌딩이 준공 50여 년이 지나 노후화되면서 내부적으로 사옥 이전 요구가 쌓여왔고, 이번에 본격적인 논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빌딩의 소유자는 한진그룹 계열사로, 광장과 따로 임대 기간을 정해두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장은 사옥을 이전하더라도 서울 도심 지역을 벗어나지 않을 예정이다. 기업 자문에 특화된 로펌인 만큼 대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강북에 계속 머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광장 고위 관계자는 "현재 숭례문과 광화문 사이에서 있는 오피스 빌딩 가운데 이전 대상을 찾고 있다"며 "강남권으로 이전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대형 로펌들은 대부분 도심 지역에 몰려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세양빌딩을 비롯해 광화문 일대 6개 빌딩을 사무실로 쓰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2020년 강남구 역삼동 사옥을 떠나 종각역 인근 '센트로폴리스'에 자리를 잡았다. 법무법인 세종 역시 2019년 기존 중구 퇴계로 스테이트타워남산빌딩에서 종로에 있는 디타워로 이사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광장을 유치하기 위한 임대인들 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로펌은 현금 흐름이 안정적인 데다 장기 임대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고, 경기 불황기에도 오히려 구조조정, 인수·합병(M&A) 등으로 법률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상업용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로펌 브랜드가 보유한 고급스럽고 전문적인 이미지를 통해 건물 이미지 제고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광장은 대형 로펌 가운데 김앤장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된 역사를 보유한 종합 로펌이다. 기업 M&A 자문 분야에서 특히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다. 지난해 매출 4111억원을 달성해 국내 법무법인 최초로 4000억원을 돌파했다. 현재 변호사 704명을 포함해 임직원 1225명이 일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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