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은 17일 광주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경제구조 변화와 지역경제의 대응'을 주제로 BOK지역경제 심포지엄을 열고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정민수 한은 지역조사팀장과 정희완 과장이 쓴 '유통플랫폼 성장이 지역 자영업에 미치는 영향 및 대응방향'보고서에서다.
이들은 통계청 기업통계등록부를 통해 지난 2018~2023년 정부의 금융지원이 도소매업과 음식점업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정부의 금융지원은 전반적으로 자영업자의 경영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자금 수혜기업은 지원 1년 후 매출이 8.8%, 고용이 1.2% 늘었고, 폐업확률은 1.6%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업체 특성과 지원금액에 따라 효과는 달랐다. 한은에 따르면 창업 초기, 소규모, 청년 기업에서 매출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난 반면, 나머지 업체는 폐업확률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0만원 미만의 소액 지원은 매출을 개선시키지 못했고, 폐업 방지 효과도 미미했다. 반대로 2000만원 이상 충분히 지원한 경우 효과가 컸다. 지원 기간을 늘리는 것은 영향이 없었다. 4년간 지원 받은 업체와 2년만에 지원이 종료된 업체를 비교한 결과 장기간 지원을 받는 것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는 발견되지 않았다.
저생산성 업체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다른 업체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3년간 매출이 역성장하고 노동생산성이 산업 하위 25%인 업체가 금융지원을 받아 저생산성 업체의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할 때 다른 자영업체 매출은 1.7% 감소했다. 정 팀장은 "생산성이 낮은 업체가 점포와 직원 등 자원을 사용하면서 다른 업체의 생산비용이 높아졌다"며 "자원 배분의 비효율로 다른 업체의 성장을 저해하는 부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같은 점을 고려해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을 선별적으로 할 것을 제안했다. 정 팀장은 "창업초기, 청년층, 소규모 업체를 중심으로 지원 대상을 신중하게 선별하고, 충분한 규모를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안전망은 자영업자의 사업이 아닌 사람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며 "실업보험 등 제도를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온라인유통플랫폼과 배달서비스업의 확대가 소매업과 음식점업에 미친 영향도 분석했다. 소매업은 온라인유통플랫폼이 성장하면서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내 온라인 소비 비중이 1%포인트 상승할 때 소매업 고용은 비수도권에서만 감소(1만명당 8.3명)했다. 자영업자들이 고용인원을 줄인 영향이다. 수도권에선 통신판매 등 무점포 소매업이 증가하면서 자영업자의 고용 감소분을 상쇄했다.
같은 지역 내에선 대규모 업체와 소규모 업체의 격차가 벌어졌다. 매출성장률 격차가 수도권은 5.1%포인트, 비수도권은 7.2%포인트 확대됐다. 온라인유통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업체는 버틴 반면 그렇지 못한 업체의 경영상황은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배달플랫폼은 음식점업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온라인 배달 비중이 10%포인트 상승할 때 음식점 자영업자 수가 1만명당 3.4명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일식, 중식, 서양식은 성장했고, 주점, 한식, 비알코올 음료(카페 등)는 폐업이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음식점업 고용은 오히려 증가했다. 배달플랫폼이 외식시장을 확대하는 가운데 경쟁에서 살아남은 업체가 고용인원을 늘렸기 때문이다.
배달플랫폼 역시 지방에서 양극화를 더 확대하는 요인이었다. 대규모 음식점과 소규모 음식점의 매출 성장률 격차는 수도권에서 3.2%포인트, 비수도권에선 6.3%포인트 확대됐다. 비수도권 소규모 업체의 타격이 더 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