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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거시건전성 역할 강화"…감독권 요구 목소리 높이는 이창용 [강진규의 BOK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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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중앙은행의 거시건전성 역할을 보다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주요국과 달리 감독권이 없어 정책 대응의 신속성과 유효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이 총재는 아시아개발은행(ADB)·국제통화금융저널(JIMF)과 함께 주최한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가계부채 등 거시건전성 관리를 위해 기관간 정책 공조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정부와 이견이 있을 경우 효과적 대응이 어렵다"고 언급하면서다.

이 총재는 최근 금융당국 조직 개편 논의 과정에서 한은에 감독 권한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목소리를 높여서, 정치적 영향 없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력하게 집행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지난달 국정기획위원회 업무 보고 때 '단독 검사권'을 달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다.

한은이 감독권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통화정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감독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는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의 상태를 빠르게 알기 어려워 금리 결정 등을 수행할 때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이런 점을 고려해 모두 중앙은행에 은행 감독권한을 두고 있다. 영국이 별도의 감독청을 둬 한국과 비슷한 체계로 운영했지만 한계가 있다고 보고 현재는 감독청을 중앙은행 산하로 이동시킨 상태다.

한국도 지난 1998년까지는 은행감독원을 산하에 두고 거시건전성 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당국이 개편되는 과정에서 은감원이 빠져나와 금융감독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감독권을 잃게됐다.

이날 이 총재는 2022년 하반기 금리 인상 국면, 2024년 8월 금리 인하 전환기, 올해 1월 등을 한은의 제1 목표인 물가 관리와 금융·환율 등 다른 통화정책 목표의 상충 사례로 들었다. 2022년 하반기에는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별도의 기구를 통해 금융 불안을 관리했다. 작년 8월엔 금리 인하 필요성은 커졌지만 가계부채 우려를 근거로 금리 인하를 하지 않았고, 올해 1월은 환율 불안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약 90%로 이미 소비를 제약할 만큼 높은 수준"이라며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 부문으로의 신용집중은 성장잠재력 약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다른 주요국들에 비해 부동산이 가계와 금융기관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가계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재정정책의 경기부양 효과가 제약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이예일 한은 부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수준별 재정정책 효과의 차이가 존재하며, 한국 등 비기축통화국 그룹에서 비대칭성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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