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내 대표 테이블 소스는 케첩(하인즈), 핫소스(타바스코), 스리라차(후이퐁) 등이다. 최근 여기에 고추장을 중심으로 한 한국식 매운 소스가 들기 시작했다. 중국의 이금기 굴 소스, 일본의 기코만 간장이 전통적 강자였던 아시아 소스 시장에서도 최근 한국 고추장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고추장 인기가 높아지자 대상의 고추장 수출국은 100개국으로 늘었다. 글로벌 소스 기업 하인즈가 지난해 고추장 로제 파스타 소스를 출시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다.
고추장은 고도의 발효 기술이 적용된 기술 집약 식품이다. 원료가 되는 고추를 갈아 배합하는 데서부터 고유의 기술이 적용된다. 지역과 품종별로 제각각인 고추의 맵기, 색 등을 고려해 배합 비율을 정한다. 균일한 품질의 상품성을 갖춘 고추장을 생산하기 위해 데이터를 축적한다. 특정 지역 고추가 올해 덜 맵다면 배합량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식이다. 배합된 고추엔 특별한 균주를 접종한다. 김치 유산균처럼 고추장을 발효하는 균주도 국내 기업들이 관리하는 핵심 바이오 자원이다. 종가 김치로 유명한 대상은 오랜 연구 끝에 고추장 맛을 살려내는 균주를 찾아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대표적 고추장 브랜드인 청정원 ‘순창 고추장’이다.
고추장은 한국 고유 기술로 만든 초대형 발효 탱크에 고춧가루, 쌀, 양념 등 각종 재료를 넣어 섞은 뒤 발효한다. 적당한 열을 꾸준히 가해 발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발효에 따른 가스 양 등을 측정해 발효를 중단시키는데, 이를 ‘실활(失活) 기술’이라고 부른다. 온도를 순간적으로 낮춰 미생물의 발효 활동을 중단시키는 정밀 제어 기술이다. 발효를 멈춘 고추장은 실온에서 18개월 이상 안정적인 유통이 가능하다. 해외 기업들은 설비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술을 따라 하기 힘든, 한국만의 제조법이다.
김유환 대상 글로벌 소스 연구팀장은 “고추장 발효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소스 제품은 해외에서 기술적으로 따라오기 어렵다”며 “고추장 소스가 테이블 소스 반열에 오른 만큼 시장 규모가 기대 이상으로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추장 이외 다른 소스도 해외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동원홈푸드는 김치와 고추장을 접목한 ‘김치 치폴레 마요’, ‘김치 페스토 소스’ 등을 출시해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올해 예상 수출이 200억원에 이른다.
삼양식품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불닭볶음면에서 파생한 불닭 소스 상품을 내놓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맥도날드, 버거킹 등 글로벌 버거 프랜차이즈에서 한국식 소스가 들어간 버거를 출시하는 등 해외 프랜차이즈에서도 한국 소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동원홈푸드는 연구진 40명이 3000가지 이상 원료를 조합한 소스 배합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1위 식품 회사인 네슬레보다 소스 연구 데이터가 많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불닭만 보더라도 한국식 핫소스가 세계 시장에서 통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며 “K소스가 1조원 수출 규모를 달성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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