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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진작에 뛰어넘었다…中 무차별 공습에 발칵 뒤집힌 美 [클릭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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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전기차에 이어 이젠 신약까지…바이오 시장 휘어잡는 中

복제약만 다루던 中, 신약 개발도 선두
암·비만 치료제 초기 임상, 미국 소요 시간의 절반
미국과 패권 경쟁 격전지로 부상



중국이 인공지능(AI)·전기차에 이어 바이오 기술 산업마저 주도하고 있다. 복제약만 다루던 중국 제약사들이 이젠 신약 기술 개발 부문에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에서 개발에 착수한 신약 수는 지난해 1250건을 넘었다. 유럽연합(EU)을 이미 뛰어넘은 데다 미국(약 1440건)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중국의 신약 후보 물질은 각국 의약품 규제 당국과 미국·유럽 제약사들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중국산 신약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심사 인력과 시간을 따로 배정해 빠른 검토까지 진행할 정도다. 이같은 중국의 신속 심사 획득 건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33건으로 EU(28건)를 제쳤다.

또한 머크·아스트라제네카·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중국 제약사의 바이오 기술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 5월 화이자는 중국 쓰리에스바이오와 차세대 항암제 후보 물질 관련 12억달러 규모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중국은 2015년 의약품 규제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당시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중국산 후보 물질은 160개에 불과했다. 전체의 6%에 못 미쳤다.

하지만 시스템 전면 개편 이후 심사 절차가 간소화되고 투명성이 개선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제조 2025도 바이오 기술 부문에 투자가 집중되는 효과를 낳았다.

실제 중국 제약사들은 연구개발 전 과정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고 저렴하게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실험실 실험, 동물·인체 임상시험 등의 단계에서 속도와 비용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이다.

여기에 중국의 막대한 환자 데이터와 중앙집중형 병원 시스템으로 신약 개발 속도가 크게 높아졌다. 암과 비만 치료제 등의 초기 임상 단계에서는 미국에서 소요되는 시간의 절반 수준으로 환자 등록을 완료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는 “2021년부터 중국은 임상시험의 중심지로 부상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수의 새로운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산 신약이 미국과 EU의 승인을 대거 획득해 사용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같은 흐름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다 보니 AI와 전기차에 이어 바이오 기술 시장에서도 미국과 중국간 패권 경쟁이 격화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바이오 기술이 경제뿐 아니라 군사적인 측면에서까지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중국이 혁신 치료제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고, 미국이 그 약물에 의존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위기의식 때문에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바이오 산업의 빠른 성장을 견제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7.1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