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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내놔" 퇴사 직원에 소송 건 사장…무슨 일 있었길래 [김대영의 노무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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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명의로 개설한 '가게 홍보' SNS…퇴사하면? "회사 것 아냐"

홍보용 인스타 계정 소유권 갈등
직원 개인 명의로 SNS 계정 생성
사장 "퇴사 땐 계정 귀속시켜야"
법원 "계정 관리 맡은 직원 소유"
전문가들 귀속 절차 마련 등 조언

한 술집 사장이 직원 인스타그램 계정을 받아내기 위해 소송을 불사했지만 패소했다. 이 사장은 퇴사한 직원 명의로 운영했던 인스타그램 홍보용 계정을 받아내려 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실무 현장에선 직원 개인 명의로 홍보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운영할 경우 퇴사 이후 이관 절차 등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 사장과 매니저 '불화'…퇴사 후 SNS 계정 놓고 충돌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평택지원 설민수 판사는 바를 운영하는 사업주 A씨가 매니저로 일하다 퇴사한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A씨는 B씨가 4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A씨가 B씨를 바의 매니저로 채용한 것은 2023년 8월. B씨는 바의 전반적 운영을 맡았다. 그는 A씨 요청에 따라 채용됐을 무렵 자신의 명의로 바 이름을 붙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매장을 홍보했다. 다른 직원들도 이 계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A씨와 B씨의 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월 B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팀에서 바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A씨가 이를 거절하면서 갈등이 생긴 것. A씨는 이튿날 B씨를 해고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B씨는 그간 관리했던 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자신은 더 이상 해당 매장과 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게시물을 올렸다. 또 다른 직원들이 계정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권한도 박탈했다.

A씨는 "인수 제의를 거부하자 B씨가 자신이 고용한 직원들을 데리고 이직하겠다고 한 뒤 새 직원들에게 인수인계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일방적으로 사직 통보한 뒤 무단 이탈했다"고 주장했다. 인스타그램 계정도 A씨 지원을 받아 바를 홍보하는 데 활용했던 만큼 '돌려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B씨가 올린 게시물에 관해선 "바의 고객들에게 폐업을 했다는 혼동을 일으켰다"고 했다. B씨가 A씨 바에서 익힌 노하우를 이용해 같은 업종의 영업을 하는 부정경쟁행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매니저 "느닷없이 해고"…법원은 '직원 소유' 인정
그러나 B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인수 제의를 한 일로 다툼이 발생했는데 느닷없이 A씨가 메신저를 통해 해고 통보를 했을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접근할 권한도 없다고 항변했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게시물도 더는 바에서 일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부정경쟁행위도 부인했다. A씨 바에서 매니저로 일했을 당시엔 이미 자신이 갖고 있던 지식과 경험을 활용했기 때문에 부정경쟁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B씨 손을 들어줬다. 설 판사는 "인스타그램 계정, 생성과 유지 과정에서 A씨가 B씨에게 제공한 것은 B씨 요청에 따라 준 바의 로고 정도"라며 "생성·유지 과정 전반은 B씨에 의해 이뤄졌고 이에 대한 접근 권한도 B씨에 의해 통제돼 인스타그램 계정이 A씨에게 귀속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B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도 '더는 바에서 일하지 않는다'거나 '더 이상 바와 관계가 없다는 취지'일 뿐 폐업을 공지한 것으로 볼 증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수인계와 관련해선 "이를 이행하겠다고 A씨와 약속한 사실이 없고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바 운영을 방해하거나 A씨에 대한 배임 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직원 명의 SNS 계정 생성 땐 '이관 절차' 등 규정해야
기업 규모가 작은 곳에선 회사 홍보계정을 직원 개인 명의로 개설해 운영하는 경우가 꽤 있다. 기업 입장에선 회사 홍보용이란 이유만으로 직원 개인 명의로 된 계정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동일 법률사무소 해방 대표 변호사는 "직원 명의 SNS 계정은 원칙적으로 개설자 개인 명의여서 단순히 회사 홍보에 활용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 소유로 인정되거나 회사 업무에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회사와 직원 간의 SNS 활용·소유권에 관한 별도 약정이 없는 한 직원 명의 SNS 계정을 반환하지 않고 퇴사했다고 해서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NS 계정 생성·유지 과정이 전반적으로 직원에 의해 이뤄지고 회사가 계정 홍보를 위해 적극적 지원을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면 해당 계정은 직원 소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직원이 퇴사할 때 SNS 계정은 회사 소유로 귀속되고 계정 이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문서로 명시해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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