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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의존 안할래" 美도 칼 빼들더니…한국도 '놀라운 행보'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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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첨단산업 생명줄' 해저 희토류 첫 탐사…中 의존 탈피 시동



전략 광물의 안보적 가치가 급부상하면서, 세계 각국이 자원 확보를 둘러싼 경쟁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최근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에서 유일하게 희토류 광산을 운영 중인 업체 MP머티리얼스의 최대 주주가 된다. 지분 15%를 4억달러에 확보하면서다. 희토류 공급망을 더 이상 중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직접적인 배경이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반도체, 풍력터빈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해 공급망 불안과 자원 무기화 우려가 크다. MP머티리얼스는 "국방부가 수십억 달러를 더 투자해 국내 생산을 촉진할 것이며, 희토류의 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현 생산량의 10배 규모의 희토류 자석 제조 시설을 신속히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공해상 해저 희토류 탐사 사업이 추진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4일 "3D/4D 지구물리탐사선 탐해 3호가 이날 오후 5시 진해항 제2부두에서 서태평양 공해로 출항해 해저 희토류 탐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국제 공동연구 사업인 '국제해저시추프로젝트(IODP)'를 통해 확보한 태평양 500여곳의 코어 시료를 재분석해 159개 해역의 희토류 농도 분포 데이터를 구축했다.

이후 분석 결과 대양 중심부 적도 인근과 서태평양 일부 해역에서 고농도 희토류가 분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탐사는 그 유망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첫 정밀 현장 조사다. 연구책임자인 김윤미 해저지질연구센터장은 "그동안은 IODP 시료를 활용한 기초 분석만 가능했지만, 이는 점 단위 정보에 불과하다"며 "이번 탐사를 통해 희토류의 3차원 분포 구조와 실제 부존 여부를 본격적으로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토류는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광물이다. 특히 해저 희토류는 육상 희토류에 비해 장점이 많다. ▲해저퇴적물 상부 0~10m 깊이에도 높게 분포돼 채광이 쉽고, ▲중희토류 함량이 평균 2배 이상 높다. ▲방사성 원소 함유 비율이 낮고 해양 선광(選鑛) 과정에서 해수를 활용할 수 있어 환경오염 우려도 적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80% 이상이 중국에 집중된 가운데, 자원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은 2010년부터 탐사에 착수해 자국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미나미토리시마 해역에서 고농도 희토류를 발견했고, 내년부터 상업 채굴을 시작할 예정이다. 중국은 풍부한 내륙 및 해역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공해 탐사에도 적극적이다.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가장 많은 탐사권을 확보했다.

미국은 ISA 비가입국이지만 자체 법에 따라 공해 탐사를 추진해 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이 EEZ 외 공해상에서도 해저 자원 탐사와 채굴을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이처럼 미·중·일의 해저 희토류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의 첫 탐사는 상징성과 전략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윤미 센터장은 "국내 해역에는 유의미한 희토류 자원이 없기 때문에 공해상 자원 확보가 특히 중요하다"며 "향후 채굴 기술이 발전하면 자원 정보를 가진 나라만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과학적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탐해3호는 HJ중공업이 건조한 6862t급 대형 지구물리탐사선으로, 국비 1,678억 원이 투입됐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3D/4D 지하 영상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 장비들로 바다 밑으로 음파를 쏘고 해양 지층으로 올라오는 반사파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해저 지하 구조를 영상화다. 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한 번의 탐사로 축구장 590개 면적에 달하는 4.2㎢ 규모의 해저를 정밀 탐사할 수 있다"고 했다.

김윤미 센터장은 "탐사를 통해 자원 존재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ISA에 탐사권을 신청할 수 있다"며 "개발 필요성이 있을 경우, 탐사권 확보 후 15년 이내 개발권도 신청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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