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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태양광' 배불린 인증제 손본다…REC 제도 폐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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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EC 제도 폐지 추진


정부가 소규모 태양광 업체만 난립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동안 현물시장에서 REC를 사들여 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을 맞춰온 대형 발전사는 2027년부터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거나 설비에 지분 투자하는 방식으로 보급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26일 정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최근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태양광에만 집중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원이 풍력, 수력 등으로 다변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도 큰 틀에서 이 같은 제도 개편에 공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야당은 REC 제도로 혜택을 누려온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의 이익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발전사 앞으론 'REC 매입' 못해…신재생 직접투자해야
정부 'REC 폐지'…신재생 발전원, 풍력 등으로 다변화
정부와 여당이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제도를 폐지하기로 한 건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만 난립하게 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량은 2017년 8.7GW에서 2023년 30GW로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신규 재생에너지원의 90% 이상이 태양광에 집중됐다. REC를 현물시장에서 거래하는 현행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제도하에서는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풍력 등 다른 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명 다한 REC 제도
2012년 도입된 RPS 제도는 500㎿ 이상의 대형 발전사에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현재 민간발전사 29곳과 발전 공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비율(2025년 기준 14%)을 부여받고 있다.

정부는 발전사들이 이 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 외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로부터 REC를 구매해 의무를 충당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REC가 거래되는 현물시장의 가격 등락에 따라 신규 재생에너지 투자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REC의 가격 변동성이 심해 소규모 태양광으로의 쏠림현상이 발생했다. 적은 자본으로 사업이 가능한 소형 태양광 사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는 동안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필요한 풍력과 중·대규모 태양광 투자는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다. 대형 발전사들도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투자를 늘리기보단 ‘REC 외부 조달’에 의존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 사이 국민 부담은 폭증했다. 신재생에너지법 시행령에 따라 한국전력은 산하 발전 공기업의 REC 구매 비용 전액을 보전해야 하는데, 최근 연간 정산 규모가 3조~4조원에 달한다. 그만큼 국민 세금이 들어가고 전기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회 통과는 진통 예상
이번 개정안이 통과하면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마련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을 토대로 경쟁입찰 시장을 연다. 대형 발전사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직접 짓거나 설비에 지분 투자한 뒤 여기서 생산한 전기로 응찰해야 한다. 이를 정부가 지정한 구매의무자(한전 등)가 구매하는 방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전이 자회사인 발전사들의 REC 구매 비용을 정산해주는 현행 RPS 체계에서는 REC의 가격 변동성에 따라 정산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RE100(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이니셔티브를 이행하기 위해 REC를 구매해오던 민간 기업의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REC의 가격 변동성 폐해가 심각한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데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상당수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각론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더 이상 ‘REC 장사’를 할 수 없게 되는 소규모 태양광 사업체의 이익 보전 방식을 놓고 여야 간 입장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박지혜 민주당 의원은 REC를 폐지하되 기존 사업자의 이익을 보전하는 별도 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리안/김대훈 기자

■ RPS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Renewable Portfolio Standard). 500㎿ 규모 이상의 설비를 보유한 발전 사업자들은 일정 비율 이상의 전기를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

■ REC

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s).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전기를 생산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서류로, 직접 생산하거나 다른 발전 사업자로부터 구매해 채울 수 있다.

김리안/김대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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