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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中에 세계 1위 내줬다…미국도 한국도 '초유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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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애니의 습격…길 잃은 K애니
中의 '애니 굴기'…디즈니도 제쳤다

액션 판타지 '너자2' 세계 흥행 1위 등극
개봉한지 보름 만에 수익 2.5조원 육박

중국의 ‘너자2’가 애니메이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중국 내 인기를 바탕으로 역대 세계 1위 애니메이션 흥행작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에서 개봉한 지 1주일도 안 돼 디즈니 작품을 제치고 처음으로 미국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자본과 거대 시장을 앞세워 급성장한 중국과 달리 한때 성장하던 한국 애니메이션은 고사 직전 위기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찾은 중국 베이징 자오양구의 쇼핑 명소 인디고몰 영화관. 평일인데도 중국 애니메이션 ‘너자2’를 보러 온 관객으로 붐볐다. 지난달 29일 중국에서 개봉한 이 작품은 중국의 대중적인 고전소설을 원작으로 해 전 연령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궈린은 “딸과 한 번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여동생과 또 보러 왔다”고 말했다.

재관람 열풍 덕에 이 작품은 중국 개봉 16일 만에 2억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20일 기준 누적 관객이 2억5783만 명에 달했다. 극장 수익으로 환산하면 이날 현재 17억2160만달러(약 2조4686억원)로 기존 1위인 미국 디즈니의 ‘인사이드아웃2’(16억9800만달러)를 제치고 세계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인사이드아웃2가 5개월 정도의 전체 상영 기간에 올린 매출을 너자2는 20여 일 만에 넘어선 것이다.

이 작품은 중국 내 인기를 바탕으로 미국에서도 흥행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미국에서 개봉한 지 5일 만에 관람 수익 1000만달러를 넘겼다. 미국 내 영화관 722곳에서 상영되며 미국 박스오피스 순위는 4위(18일 기준)로 올라섰다. 디즈니가 한 달여 전에 내놓은 ‘무파사: 라이온킹’(6위)보다 높은 순위다.

신창환 한국애니메이션제작협회장은 “너자2의 영상 수준이 이전 중국 작품에 비해 훨씬 개선됐다”며 “정부의 대규모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에 힘입어 중국 애니메이션은 급성장했지만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홀린 중국 '애니夢'…40조 내수시장·정부 지원 업고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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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세계 2위 애니메이션 소비국으로 떠오른 중국. 그럼에도 인프라가 부족해 애니메이션 제작 측면에선 변방으로 취급받기 일쑤였다. 잘해야 중국 내 애국 소비에 힘입어 내수용 작품으로만 성공했을 뿐이다. 2019년 개봉한 ‘너자1’이 중국에서만 1억4000만 명을 동원했을 뿐 다른 나라에선 철저히 외면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개봉한 ‘너자2’로 중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속설을 뒤집은 데 이어 애니메이션 제작 후진국으로 분류돼온 중국이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지원이 성공 요인
너자2가 미국과 일본이 양분한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19일 만인 지난 17일 미국 디즈니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의 기록을 깨고 세계 박스오피스 10위권에 올랐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너자2는 이달 13일 중국을 넘어 호주, 뉴질랜드에 첫선을 보였다. 다음날 미국, 캐나다에서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국 영화정보 사이트 IMDB에서 너자2는 평점 10점 만점에 8.3점을 받았다.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캡틴 아메리카’(6.1점)보다 2.2점 높은 평점이다.

업계에선 중국 정부 지원을 중국 애니메이션의 첫번째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중국 정부는 2006년부터 TV방송국에서 오후 5~8시에 중국산 애니메이션만 방영하도록 했다. 2005년 ‘애니 도시’를 선언한 중국 항저우는 매년 5000만위안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왔다. 2023년 기준 항저우 국내총생산(GDP)의 16%가 애니메이션 및 게임산업이 차지했다. 중국내 애니메이션 기업이 56만개(2021년 기준)로 늘어난 이유다.
◇일본 통해 노하우 전수 받아
15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중국 내수시장도 중국의 강점이다. 한국 애니메이션 업체 SAMG엔터의 김수훈 대표는 “중국에선 한 번만 흥행해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어 중국 내 여러 중소업체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만의 콘텐츠로 승부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체제에서 자국 중심의 문화 교육을 받은 주링허우(1990년대생)와 링링허우(2000년대생)가 경제 주체로 떠오르면서 자국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너자2 외에도 지난해 18억2400만위안(약 3618억원)으로 중국 애니메이션 1위를 기록한 ‘장안삼만리’는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 3차원(3D) 기반의 작품이다.

중국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글로벌 인기작에 대거 참여한 점 역시 작품성을 높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일본 애니메이션인 ‘원피스’와 ‘보루토’ 제작에 중국 제작자들이 함께 작업한 게 대표적 예다.

중국은 또 일본 애니메이션 전문가를 초빙해 노하우를 전수했다. 일본 인기 애니물인 ‘건담’ 시리즈를 제작한 도미노 요시유키와 ‘거인의 별’을 만든 데자키 사토시 등이 중국 대학에서 학생들을 교육했다.

국내 한 애니메이션업체 대표는 “‘너자2’가 요괴와 용궁 등 미국인의 관심을 끄는 동양풍 분위기를 실사 영화보다 부드러운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냈다”며 “3차원(3D) 기술 등의 발전으로 중국 애니메이션이 품질과 기술 면에서 미국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원종환/구교범 기자/베이징=김은정 특파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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