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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경제 둔화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생산 비용 증가, 제조업 경쟁력 약화, 글로벌 수요 감소와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의 원인이 독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적 요인도 빠지지 않는다. 사회민주당(SPD), 녹색당(GRÜNE), 자유민주당(FDP)의 ‘신호등 연정’(각 당의 색상이 빨강, 노랑, 초록색이어서 지어진 별명)은 에너지, 재정지출, 산업전략 등 주요 정책에서 내부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웠다. 결국 연정은 내부 분열로 무너졌고, 7개월 앞당겨진 조기 총선이 1주일여 뒤인 23일에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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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민·기사 연합이 제1당이 된다고 해도 정책 이행이 순탄치는 않을 것 같다. 기민·기사 연합의 지지율은 30% 수준으로 의회 과반을 이루기 어려워 연정이 필요한데 이념적 차이가 있는 다른 정당과의 연정 구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정당 대부분이 극우 성향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의 연정을 배제하고 있으나 이 당은 지지율이 20%대로 올라서 제2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민·기사 연합은 의회 과반을 이루기 위해 대연정을 구성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이념적 차이를 극복하고 국력을 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독일의 재정정책과 에너지정책, 이민정책은 EU 회원국의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독일 총선의 결과로 EU의 정책 방향이 어떻게 변할지가 중요한 관심사다. 특히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친환경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 미국과의 관계와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특정 국가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여 위험을 완화하는 전략) 강화 여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임태형 KOTRA 브뤼셀무역관장
유럽연합(EU)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는 독일이다. 2023년 기준 EU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4%로 프랑스(16%)와 이탈리아(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