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면기사

삼성 '반도체 겨울'…1분기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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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DS부문 영업익 25%↓
HBM·eSSD 납품 지연 등 악재
이번 분기 흑자 방어 힘들수도

범용 D램 가격 하락,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지연,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둔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손실 확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따른 저사양 HBM 수출 규제 가능성….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5중고’에 빠졌다. 수요 둔화와 중국의 물량 공세가 겹쳐 범용 D램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다 부가가치가 높은 HBM과 파운드리 분야에선 돌파구를 찾지 못해서다. 삼성 안팎에선 “올 1분기 삼성 반도체부문이 영업적자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31일 2024년 4분기 확정 실적(매출 75조8000억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을 공개했다. DS부문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으로 전 분기(3조8600억원)보다 24.9% 급감했다. 파운드리·시스템LSI사업부에서 2조원 넘는 적자를 낸 데다 첨단 메모리 공정을 확대하느라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4분기보다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스마트폰·PC용 메모리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저가 물량 공세가 겹쳐 범용 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1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엔비디아의 최신 고사양 AI 가속기인 ‘GB200’ 출하가 늦어지면서 AI 데이터센터에 함께 들어가는 eSSD 주문도 줄었고, 파운드리에선 대형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딥시크 쇼크’에 빠진 미국이 대(對)중국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삼성의 HBM3(4세대 HBM)를 내장하는 엔비디아의 중국용 ‘H20’ AI 가속기 판매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새로운 리스크도 떠안았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2분기부터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PC·폰 시장이 그때쯤 살아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변수는 HBM3E(5세대 HBM)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공급 성사와 파운드리 ‘큰손’ 고객 확보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삼성 경영진 모두 경영 현황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반드시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
범용 D램 가격 하락,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지연,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 둔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손실 확대, 미국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