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찾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애비뉴 스트리트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화려한 불빛과 마천루가 미국 최대 관광도시의 현재라면, 나무 전봇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선은 수십 년 전 과거 모습 그대로였다. 라스베이거스뿐 아니라 워싱턴DC, 뉴욕 등 미국 대도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전봇대와 전선 위로 눈이 쌓여 정전되는 일이 잦아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라며 “미국 주 정부를 중심으로 낡은 전봇대와 전선, 변압기, 송전탑을 교체하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초고압 변압기 시장 점유율 1위인 HD현대일렉트릭이 창사 이후 최대인 4000억원을 투입해 공장 증설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정부의 전력망 현대화 사업에 인공지능(AI)발(發) 전력기기 수요가 겹치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5년치 일감을 확보해놨다. 전력회사 등 고객사는 지금 변압기를 주문해도 2030년에야 받을 수 있다. 효성중공업, 일본 히타치에너지 등 경쟁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미국에 진출한 변압기 업체들의 평균 제조 리드타임(제품을 주문받아 인도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115~130주, 대형 초고압 변압기의 평균 제조 리드타임은 120~210주에 달한다. ‘공급자 우위 시장’이란 의미다. HD현대일렉트릭이 증설 없이는 납기 단축이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배경이다.
미국 변압기의 70%가 25년이 넘었다는 미국 에너지부 조사도 증설 결정에 한몫했다. 통상 변압기 수명은 30년 안팎이다. 앞으로 신규 주문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변압기 교체 수요에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확산에 따른 신규 전력기기 수요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라며 “전력기기 수요가 당분간 정체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해외 전력기기업체 역시 미국 변압기 슈퍼사이클을 감지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델타스타·펜실베이니아트랜스포머·버지니아-조지아트랜스포머(미국), 히타치에너지·미쓰비시일렉트릭·도시바(일본), 지멘스에너지(독일) 등이 HD현대일렉트릭의 라이벌로 꼽힌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분야에서는 기술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변압 과정에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술, 변압기 고장 시 빠르게 복구하는 복원 관련 기술에서 충분한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변압기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에너지 최적화 변압기 등 신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성상훈/김진원 기자 uphoon@hankyung.com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전봇대와 전선 위로 눈이 쌓여 정전되는 일이 잦아 사회 문제가 된 지 오래”라며 “미국 주 정부를 중심으로 낡은 전봇대와 전선, 변압기, 송전탑을 교체하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초고압 변압기 시장 점유율 1위인 HD현대일렉트릭이 창사 이후 최대인 4000억원을 투입해 공장 증설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정부의 전력망 현대화 사업에 인공지능(AI)발(發) 전력기기 수요가 겹치자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전력망 교체 수요 5~10년 지속될 것”
HD현대일렉트릭이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량을 100대에서 최대 150대, 울산공장 생산량을 300대에서 360대로 늘리기로 한 건 미국 변압기 시장의 ‘슈퍼사이클’이 향후 5~10년 지속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HD현대일렉트릭은 5년치 일감을 확보해놨다. 전력회사 등 고객사는 지금 변압기를 주문해도 2030년에야 받을 수 있다. 효성중공업, 일본 히타치에너지 등 경쟁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미국에 진출한 변압기 업체들의 평균 제조 리드타임(제품을 주문받아 인도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115~130주, 대형 초고압 변압기의 평균 제조 리드타임은 120~210주에 달한다. ‘공급자 우위 시장’이란 의미다. HD현대일렉트릭이 증설 없이는 납기 단축이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배경이다.
미국 변압기의 70%가 25년이 넘었다는 미국 에너지부 조사도 증설 결정에 한몫했다. 통상 변압기 수명은 30년 안팎이다. 앞으로 신규 주문이 끊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변압기 교체 수요에 AI 데이터센터, 전기차 확산에 따른 신규 전력기기 수요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라며 “전력기기 수요가 당분간 정체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R&D 투자 30% 이상 늘린다
HD현대일렉트릭은 증설과 동시에 올해 기술개발(R&D) 투자 규모를 작년보다 30% 늘리기로 했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의 경쟁 업체보다 품질과 기술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언젠가 병목 현상이 해소된 뒤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지금 기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해외 전력기기업체 역시 미국 변압기 슈퍼사이클을 감지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델타스타·펜실베이니아트랜스포머·버지니아-조지아트랜스포머(미국), 히타치에너지·미쓰비시일렉트릭·도시바(일본), 지멘스에너지(독일) 등이 HD현대일렉트릭의 라이벌로 꼽힌다.
HD현대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 분야에서는 기술 우위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변압 과정에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술, 변압기 고장 시 빠르게 복구하는 복원 관련 기술에서 충분한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변압기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에너지 최적화 변압기 등 신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성상훈/김진원 기자 uphoon@hankyung.com
지난 8일 찾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애비뉴 스트리트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화려한 불빛과 마천루가 미국 최대 관광도시의 현재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