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은 환경 보호 명목의 수로(水路) 변경, 노숙자 정책, 투표소에서의 신분증 확인 불법화 등을 뉴섬 주지사의 ‘미친 정책’의 예시로 들었다. 특히 지난 9월 캘리포니아주에서 발효된 ‘SB 1774’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9월 뉴섬 주지사는 주정부가 투표소에서 유권자의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는 SB 1774에 서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나는 미국인들의 대리인으로서 유권자 신분증과 시민권 증명이 투표 절차의 필수적인 부분이자 구성 요소임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섬 주지사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은 뉴섬 주지사가 ‘트럼프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지 하루 만에 나왔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 7일 “우리(캘리포니아)가 소중히 여기는 자유가 공격받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주 법무부에 대한 자금 지원을 늘려서 법적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 동의를 얻기 위해 다음달 2일 주의회 임시회의도 소집했다. 그는 “캘리포니아는 과거에도 이같은 도전에 맞닥뜨렸고 대응 방법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실제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연방 정부를 상대로 120건 이상의 소송을 제기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은 지난 5월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할 가능성에 대비해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이후 낙태권 제한·아동 추방 유예 프로그램 폐지·환경 규제 완화 등에 나설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성소수자 교육이나 미국의 노예제 역사와 인종차별 등을 반드시 가르쳐야 한다는 ‘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CRT)’도 관건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대선 유세 중 “취임 첫날 이같은 교육을 강요하는 모든 학교에 대해 연방 자금을 삭감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화당은 상당수의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4년 만에 지지 후보를 바꾼 배경에는 캘리포니아에 만연한 ‘PC(정치적 올바름) 주의’가 있다고 본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놓은 공립학교에서의 성소수자 교육 금지 정책 등이 효과를 봤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대선 당일이던 지난 5일 투표소를 찾은 많은 유권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산타클라라 노스브랜치 도서관에 설치된 투표소 앞에서 만난 토마스 리 씨(31)는 “곧 태어날 아이가 그런 교육을 하는 학교를 다니게 하고 싶지 않다”며 트럼프 당선인을 찍었다고 말했다.
뉴섬 주지사가 실익보다는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트럼프 당선인과 맞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제임스 갤러거 캘리포니아 주의회 공화당 원내대표는 뉴섬 주지사를 향해 “뻔뻔한 정치행위”라며 “이번 임시회의에서 시행될 수 있는 정책은 단 한 개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뉴섬이 2028년 대선 출마에 그렇게 진심이라면 자신의 출마를 파멸로 이끌 범죄·노숙자·집값 문제나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