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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직장문화와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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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BP) 기업의 이윤이 급증하고 더 편리하고 잘사는 사회가 되어갈수록, 왜 이 모든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들은 점점 더 불행해지는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과 직장을 싫어하게 됐을까? 풍요와는 거리가 먼 적은 돈을 벌면서도 끊임없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심지어 건강상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이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있는가? 이 책은 새로운 경영방식과 기술이 어떻게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도구들로 변모해왔는지를 파헤치는 현실보고서이자 결코 실리콘밸리만의 문제가 아닌 이 시대의 노동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사회고발 비평서다.

IT 전문 기자 출신 저널리스트로서, 자신이 몸담았던 스타트업 체험기를 소재로 한 『천재들의 대참사』를 통해 실리콘밸리와 스타트업 세계의 허와 실을 날카롭게 풍자하여 호평을 이끌어냈던 댄 라이언스가 ‘어떻게 실리콘밸리는 우리가 일하는 직장을 비참한 곳으로 만들었는가?’라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한 책을 펴냈다.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이름난 경영자들이 도입한 방침들이 어떻게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인식을 교묘하게 바꿔왔는지, 어떻게 노동자들을 더 가난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는지 예리하고 통찰력 있게 고찰하며, 기업 이윤과 직원 행복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기업의 이익과 가치가 하늘 높이 치솟고 직원의 건강과 복지에 관한 그럴듯한 소리들을 늘어놓을 때, 대부분 산업에 종사하는 수백만의 노동자들은 10년 전, 아니 20~30년 전 과거에 비해 오히려 더 심각하게 불행해졌다. 실제로 한 조사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노동자들의 직업 만족도는 꾸준히 하락했고, 1929년 대공황 이후 소득 불평등 역시 본 적 없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왜 이토록 많은 직장인들은 자신의 일과 직장을 힘들어하게 됐을까? 과연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까?

이 책의 저자 댄 라이언스는 제목 그대로 노동자들을 기업 문화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실험실의 쥐’로 비유하면서 일명 ‘실험실’이라 지칭되는 새로운 직장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모순된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자 직장의 자화상과도 같은 그 실험실은 겉보기에는 개방된 업무 공간과 화려한 복지 시설을 갖춘, 재미와 자유분방함이 넘치는 조직 같지만, 알고 보면 끊임없는 불안정과 스트레스라는 새로운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스키너 상자 같은 곳이다.

“우리 회사를 알게 된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물론 우리는 당신이 누구인지 관심 없습니다. 우리는 직업 안정을 보장하지 않으며, 당신의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될 어떤 프로그램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경력을 쌓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 복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을 정규직보다 계약직으로 분류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야 건강보험이나 퇴직연금을 제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능한 한 적은 임금을 지급할 것입니다. 당신이 하는 일은 스트레스가 심할 것입니다. 끊임없는 압박 속에 장시간 일하고 관찰과 감시를 당할 것입니다. 우리는 당신이 오래 버티길 기대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당신이 탈진할 때까지 혹사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관리자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를 것입니다. 그들도 혹사당하고 있을 테니까요.” - 본문 중에서

‘새로운 직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소개글로 해괴한 직장 문화를 재치 있게 풍자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어떻게 우리의 직장이 절망스러운 실험실이 되었는지, 노동자들의 불행에 기여한 요소들을 다음의 네 가지 요인, ‘돈, 불안정, 변화, 비인간화’로 살펴보며 잔혹한 우리의 현실을 기소하듯 하나씩 고발해나간다.

먼저 첫 번째로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기업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노동자들은 훨씬 더 적은 ‘돈’과 씨름해야 하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파헤치면서, 실제로 아마존, 페이스북, 테슬라, 우버 등 미국 산업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 기업들이 이미 수십 억 달러의 재산을, 위험한 노동 환경과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가운데 벌어들였음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두 번째로 언제 직장에서 해고될까 두려워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불안정’한 현실을 토대로 실리콘벨리의 잘못된 복무 협약의 원리를 고발하면서, 링크드인 설립자이자 벤처캐피털리스트인 리드 호프먼과 넷플릭스의 패티 맥코드가 주장해온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라는 원리가 어떻게 대다수의 노동자들을 고용 불안 속으로 밀어 넣었는지 보여준다.

또 세 번째로 ‘파괴적 혁신’이라는 이름하에 유행처럼 바뀌는 새로운 경영기술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지침을 익히느라 우리가 얼마나 압도당해왔는지를 설명하며, 한때 어디서나 통했던 애자일(민첩성) 법칙이 실제로 “90퍼센트는 헛소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효과 없음은 물론,

오히려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임시직으로 내모는 방법으로 역이용됐음을 밝힌다. 마지막으로, 기계에 의해 고용되고 관리를 받는 것을 넘어, 더 오랜 시간 일하고 관찰되고 평가되며 감시당하는 방식으로 인간성을 헤치는 ‘비인간화’의 현실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낱낱이 짚어낸다.

이 책은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직접 겪고 마주하는 노동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다수의 직장인이자 노동자들이라면, 이들의 이야기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님을 충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주 자본주의와 잘나가는 기업들을 향한 저자의 까칠하고 통쾌한 팩트 폭력은 ‘가짜 스티브 잡스’로 불려지기도 했던 저널리스트로서의 예리한 필력과 더불어 2년여 과정에 걸친 풍부한 사전 조사, 철저한 인터뷰 등을 토대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내린 결론은 반세기 동안 소수의 탐욕과 부의 축적을 위해 당연하게 행해왔던 형편없는 경영 철학과 방식이 회사 직원들을 소모품처럼 대우하도록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우울증,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신을 지키고 유지할 수 있을까? 과연 지금까지처럼 그저 부당함을 감수하고 더 열심히 뛰어 빨리 변화에 적응하고 기계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답일까?

그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깨어 있는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지금이라도 기업의 이윤과 직원 행복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을 호소하며, 실제로 운영되는 선량한 기업의 운영 사례를 보여준다.

‘능력이 닿는 한 직원들에게 안정적 일터와 고용을 보장하는 것을 책임’이라 생각하며 오래가는 회사를 지향했던 20세기 경영자들의 사고방식은 결코 낡고 고루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분명 시대가 변했고 사용하는 도구는 달라졌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달라지지 않았으므로. 인간 존중과 안전 보장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이며 앞으로도 계속 추구해야 할 미래임을, ‘경영과 인간의 공존 법칙’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를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우리는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시대 속에서 살고 있다. 내 삶 속에서 소소하게 벌어지고 있는 차별과 불평등이 보이는가? 불합리한 직장 문화와 스트레스가 남의 일만이 아니라고 느끼는가? 모두가 공감하고 시야를 넓히고 목소리를 낼 때, 무너지고 있는 자본주의 속에서 새로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좀 더 안전하고 행복할 권리가, 익숙한 질서 너머의 좀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할 권리가 있음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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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신문 - 2020.08.08(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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