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잔고만 1.2조인 일성건설의 최대 고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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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중견 건설사 일성건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매출 대비 3배 수준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고 있는 데도 말이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감한 수주 잔고에 시름하는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일성건설은 수주 걱정이 덜한 편입니다. 국내 간판 기업들이 줄줄이 신용도 강등 위기에 처해있지만 일성건설은 별달리 신용등급 이슈도 없습니다.

무엇이 고민일까요. 바로 매출원가율 때문입니다. 일성건설의 매출원가율은 93% 수준입니다. 공공 공사 비중이 큰 토목 부문은 90% 중반을 웃도는 매출원가율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건축 부문은 일부 정비 사업에서 채산성이 떨어지면서 매출원가율이 상승세를 띠고 있고요.

매출원가율이 높아지고 매출 대비 판관비 지표가 상승하면서 일성건설의 영업이익률은 하락 추세입니다. 3%대 초반이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와 올 1분기 각각 2%, 1.2%로 떨어졌습니다. 여기에 대손상각비와 투자자산손상차손까지 겹치면서 세전이익률은 부진한 모습이랍니다. 채산성을 끌어 올릴 만한 묘수도 마땅히 없는 상황이고요.

일성건설은 1978년 설립됐습니다. 1989년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고요. 1998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2003년 IB캐피탈에 인수됐습니다. 올 3월 말 기준 IB캐피탈의 지분율은 63.88%입니다.

매출 대비 3배를 넘어서는 수주 잔고로 일정 규모의 외형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올 3월 말 일성건설의 수주 잔고는 1조2000억원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기업평가는 "외형이 유지되더라도 중기적으로 차입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반적인 현금창출능력이 약화됐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특히 재건축, 재개발 등 민간·주택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운전자본투자가 높은 변동성을 띨 수 있거든요. 일성건설의 건축 매출 비중은 7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과거엔 공공 공사 위주로 사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공공 부문의 수주 환경이 나빠지면서 공공 공사 비중이 2013년 71%에서 지난해 23%로 낮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민간·자체 공사 비중은 27%에서 68%로 상승했고요.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민간·건축 부문에 대한 의존도 심화가 사업 가변성을 확대할 수 있답니다.

실제 일성건설의 현금창출능력이 약화하고 운전자본부담은 커지면서 순차입금은 2018년 말 577억원에서 올 3월 말 1025억원으로 뛰었습니다. 부채비율도 300%를 웃돌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주택 사업의 분양 성과는 좋은 편입니다. 올 5월 말 기준 일성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주택 사업 규모는 4689세대입니다. 10개 사업이죠. 총 78.1%의 분양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일부 사업장을 빼면 대부분 사업이 90% 이상 분양률을 나타내고 있답니다. 공사대금 회수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죠. 분양률이 낮은 사업도 외부기관의 신용보강 등을 통해 80~90% 수준의 공사비를 이미 확보하고 있습니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와 코로나19 확산으로 단기간 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주택 사업의 분양과 입주 성과, 예정 사업 등을 관찰해 앞으로 신용도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답니다. (끝)/kej@hankyung.com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중견 건설사 일성건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매출 대비 3배 수준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고 있는 데도 말이죠. 신...